사건과 사고

9번 교향곡의 저주

제이스톤 2022. 12. 22. 20:30

 클래식 음악계의 오랜 미스터리는 9번 교향곡의 저주입니다.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음악가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onberg)는 “9번 교향곡을 작곡한다는 것은 곧 죽음과 가까워졌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9번 교향곡의 저주는 아홉 번째 교향곡을 만든 작곡가는 사망한다는 것입니다. 19세기부터 9번 교향곡을 작곡한 작곡가들이 그 다음 작품을 만들기 전에 목숨을 잃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베토벤, 슈베르트, 드보르작, 브루크너, 말러. 이들은 모두 위대한 교향곡 작곡가인 동시에 9번 교향곡을 작곡한 후 목숨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연 9번 교향곡에는 저주의 굴레가 씌워져 있는 것일까요?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9번 교향곡의 저주는 베토벤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베토벤의 인생은 알려진 것처럼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서른 살 이후에는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지만 꿋꿋이 작곡에 전념하여 수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베토벤이 20대 초반부터 구상했다고 알려진 9번 교향곡 <합창> 은 완성되기 까지 무려 3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우상이었던 시인 프리드리히 쉴러의 <환희의 송가>에 곡을 붙이기 위해 메모를 해두었다가 50살이 넘은 1822년 마침내 이 곡을 완성해 내었습니다.

 대중들은 그 작품에 환호했고 9번 교향곡의 성공에 이어 10번 교향곡을 구사하던 베토벤은 갑자기 목숨을 잃었습니다. 폐렴의 후유증은 폐수종이 사인이라고도 하고 과도한 음주에 따른 간경화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베토벤인 사망한 그 다음 해에 31살의 젋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티푸스균에 의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각에서는 매독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오페라, 실내악, 피아노곡, 교회음악, 가곡 등의 분야에서 무려 998곡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답게 그 중에서 가곡이 633곡으로 가장 많습니다.

 사람들은 슈베르트가 8번 교향곡 <미완성>을 작곡하던 중 완성하지 못한채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음악가 로베르트 슈만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9번 교향곡 <그레이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슈베르트의 형을 만나 <그레이트>의 악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8번 교향곡은 작업을 하다가 중단을 하고 9번 교향곡을 완성한 사실도 특이한 점입니다.

슈베르트 Franz Peter Schubert

 19세기 후반 최고의 교회음악가로 평가되는 브루크너는 30살의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에 뛰어들었습니다. 그가 작곡가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예순이 넘어 작곡한 7번, 8번 교향곡 덕분이었습니다. 말년에는 쇠약해진 몸으로 옛 교향곡을 다듬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9번 교향곡을 작곡하던 중 돌연 사망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어릴 때 작곡한 한 곡이 늦게 발견되어 1번 교향곡임에도 10번 교향곡이 되었습니다. 작품을 완성한 순서대로 번호를 매겼다면 브루크너도 역시 9번 교향곡을 작곡하고 10번 교향곡을 만들던 중 사망한 셈이 됩니다.

 체코의 국민적 음악가로 추앙받는 드보르작은 민족적이고 서정적인 작품으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슈베르트와 비견될 만큼 독창적인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1904년 신장병으로 사망하였습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신세계 교향곡>으로 그의 9번째 교향곡이었습니다.

 

 

 

 

 

 이처럼 9번 교향곡이 작곡가들에게 두려운 징크스가 되면서 이를 벗어나려 노력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유명한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여러 편의 교향곡을 작곡하며 베토벤 이후 가장 우주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작곡가로 인정받았던 그는 저주를 피하기 위해 번호를 붙이지 않고 교향곡을 작곡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번호가 없이 탄생한 곡이 바로 <대지의 노래>입니다.

 그는 교향곡을 완성한 이후에도 건강에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열 번째 교향곡에 제9번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후 말러는 10번 교향곡 작곡에 착수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심장병 악화로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저주를 피했다고 생각하는 찰나 그 저주에서 무사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9번 교향곡의 저주

 교향곡(交響曲, Symphony)은 클래식에서 관현악(오케스트라, Orchestra)으로 연주되는 다악장형식의 악곡을 말합니다. 여러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기악곡을 일컫는 말입니다. 클래식 장르의 기악곡 중에 가장 규모가 큽니다. 그래서 기악의 집대성이라고도 불립니다.

 아무리 뛰어난 작곡가라 하더라도 장대한 스케일의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평생에 걸쳐 계속해서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9번째 곡 정도라면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고 보는 것이 어쩌면 타당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여러 유명 작곡가들이 약속이나 한 듯 9번째 교향곡을 완성한 후 죽음을 맞았다는 공통점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클래식 음악계의 ‘아홉수’를 피해간 작곡가도 다수 있었습니다. 교향곡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하이든은 77살까지 장수하며 무려 100여곡이 넘는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모차르트는 31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교향곡은 41곡이나 됩니다. 구소련을 대표하는 음악가 쇼스타코비치도 70살까지 살면서 15곡의 교향곡을 남겼습니다.

참고자료 : 미스터리 사이언스(2011년, 파퓰러사이언스 편저, 양문, p4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