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인물편

오바마의 버그달 일병 구하기

제이스톤 2023. 1. 17. 20:30

 2008년 미군에 입대한 보드리 로버트 버그달(Beaudry Robert Bergdahl). 그는 1년 뒤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되어 복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2009년 경계근무를 서던 중 실종되었고 그로부터 2주 뒤 탈레반은 버그달 일병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탈레반의 포로가 된 그는 영상에서 “매일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가족들이 보고 싶다. 이렇게 빌겠다. 제발 집에 보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영상이 공개되지 미국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버그달 일병과 탈레반 지도자 5명
버그달 일병과 탈레반 지도자 5명

 버그달의 고향에서는 그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을 집집마다 달았습니다. 버그달 일병의 부모 역시 졍부와 국민들에게 아들을 구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였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4년 5월 미국 정부의 끈질긴 노력 끝에 버그달 일병은 드디어 풀려났습니다. 탈레반엔 생포된 포로가 자유를 되찾게 되었고 그는 순식간에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공화당과 보수단체가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테러범과 협상불가라는 미국의 원칙을 어겼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버그달 일병을 구해내기 위해 탈레반의 고위급 지도자 5명을 풀어줬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미국 국방부에 매우 위험한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어 있었고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수감된 포로들이었습니다.

 오바마는 이런 인물들로 비밀리에 포로 맞교환을 한 셈이었습니다. 게다가 미국 법률에 따르면 관타나모 죄수 석방시 최고 30일 전 의회에 통보해야 하는데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어긴 것이었습니다.

버그달 일병의 귀환을 환영하는 노란리본
버그달 일병의 귀환을 환영하는 노란리본(AFP연합뉴스)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5월 31일, 버그달 일병의 무사귀환을 환영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오바마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단 한명의 용사도 전장에 남겨둘 수 없다며 모든 미군 포로들을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미국이 해야할 의무라는 연설에 국민들은 감동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선택을 지지했습니다.

 2009년 버그달 일병 실종 당시 그와 같은 부대에서 복무했던 매트 비어캔트는 버그달이 탈영병이라고 폭로했습니다. 2009년 6월 30일 버그달이 한통의 편지를 남겨둔 채 탈영했고 이후 탈레반에 체포되어 포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그를 찾는 90일간의 작전 과정에서 탈레반의 매복 공격으로 6명의 미군이 안타깝게 사망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버그달 일병 수색 중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6명의 군인
버그달 일병 수색 중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6명의 군인(Facebook)

 당시 버그달은 총과 헬멧을 두고 나침반과 칼, 식수 등 간단한 차림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그의 실종 사건을 조사했던 장교는 그가 민간 차량에 숨어 정문을 빠져 나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버그달이 아프간 전쟁에 환멸을 느껴 탈영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어캔트의 폭로 이후 버그달 일병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버그달이 영웅이 아닌 탈영병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는데요. 결국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버그달 일병을 영웅이라 불렀던 여론이 180도 바뀌었고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버그달 일병의 부모
오바마 대통령과 버그달 일병의 부모

 사람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버그달 일병이 탈영병임을 알고 있었는지, 알면서도 테러범과 포로교환을 했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버그달 일병을 구함으로써 오바마 정권의 외교적 성과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은 수차례 무산되었고 핵무기와 관련한 이란, 북한과 갈등을 겪는 등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적으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2014년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41%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탈영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무리수를 두어 그를 구해냈다는 것입니다.

 버그달 일병과 오바마 행정부를 둘러싼 의혹이 무성한 가운데 버그달 일병은 2015년 3월 탈영혐의로 기소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결국 군법회의에서 탈영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2017년 11월 불명예 제대, 계급 강등, 10개월 동안 매달 1,000달러씩 몰수를 선고받았습니다.

참고자료 : 서프라이즈 인물편(2016년,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제작팀 저, MBC C&I, p143-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