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명.유물.유적

고대 이집트 덴데라 전구(Dendera Light Bulb)의 진실은?

제이스톤 2023. 1. 19. 20:30

1. 고대이집트 신전의 경이로운 부조

 이집트 중동부 덴데라는 약 4,000년 전부터 성지로 알려져 많은 신전이 세워졌습니다. 이 곳에는 하토르 여신을 위한 신전이 약 2,000년 전에 세워졌습니다. 덴데라에서 남동쪽으로 2.5km 떨어진 이 신전에는 19세기 중반 발견될 때까지 모래와 진흙으로 묻혀 있던 덕분에 그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하토르 신전에 지하 통로가 하나 있는데 그곳은 고위 성직자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비밀스런 장소였습니다. 그것의 제17호실에는 특이한 부조 그림이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 수행자들이 전선같은 것으로 상자에 연결되어 있는 커다란 전기램프를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치 현대의 ‘전구’를 연상시킵니다. 지하 통로 이외에 신전 내부에도 전구의 형상을 한 부조가 몇 개 더 발견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꼬마전구처럼 생긴 것도 있다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 덴데라 전구
고대이집트 덴데라 전구

2. 전구 형상에 대한 의문

 이를 두고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이반 샌더슨(Ivan T. Sanderson)은 꾸불꾸불한 뱀이 들어가 있는 가늘고 긴 관은 필라멘트가 들어간 전구의 유리관이며, 그 끝 부분에 손을 뻗어 받치고 있는 것은 고전압용 절연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영국의 과학 잡지 네이처를 창간했던 유명한 천문학자 노먼 로키어(Joseph Norman Lockyer)는 1892년에 고대 이집트 신전 안에서 전구를 이용한 조명이 사용되었다는 가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쿠푸의 대피라미드를 탐사하면서 피라미드 깊숙한 곳 어두컴컴한 벽에 새겨진 복잡한 그림을 보고 이를 조각할 때 어떤 조명이 사용되었을까 의문을 품었다고 합니다. 피라미드 안에서 당시 널리 쓰였던 횃불이나 기름 램프의 그을린 자국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3. 똑같은 전구를 복원하다

 1981~1982년경 오스트리아의 전기 엔지니어인 발트 가른(Walter Garn)은 이 부조를 모티브로 한 전구 모형을 만들어 실험을 하였습니다. 지속적으로 연구를 거듭하던 그는 2007년 이를 복원하는데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유리관 안에서의 방전에 성공한 것입니다. 덴데라에서 이 물체의 치수와 사용한 재료 등이 적힌 글을 발견하고 그대로 재현하였다고 합니다.

덴덷라 전구의 복원
덴데라 전구의 복원

 현대적인 전구가 발명된 것은 1879년의 일입니다.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구에 불을 밝히기 위한 전기는 1800년 무렵 이탈리아 과학자 볼타가 전지를 발명하면서 알려졌습니다(바그다드 고대 전지에 대한 논란은 빼고...)

 일각에서는 피라미드가 전자기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전구에 불을 밝히는 것이 가능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2,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전기와 전구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4. 과연 전구였을까?

 전구라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외부의 빛을 내부로 끌어오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안쪽의 깊숙한 곳에서는 조명이 없으면 너무 어두워서 걸을 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내부를 밝히기 위한 장치로 횃불에 의한 그을음이 없다는 점과 횃불 받침대의 흔적도 없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횃불을 밝히기에는 산소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어두운 장소에서 작업을 위해 많은 거울을 설치하여 태양광을 끌어들였다는 설이 있지만 그럴만한 장치가 있었음을 나타내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안 샌더슨은 고대 이집트의 신관들은 전기를 사용한 도구를 이용함으로써 일반 민중뿐만 아니라 파라오까지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존재로 군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에리히 폰 대니켄을 비롯한 고대 외계인 가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외계인이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전기기술을 가르쳐주었다고 합니다.

 

 고고학계에서는 이 그림이 전구를 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봐야 겠습니다.

- 산소가 부족하다는 주장 : 에리히 폰 대니켄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라이터를 켜면 산소가 부족해 라이터가 꺼진다고 주장하면서 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산소가 부족하다면 촬영팀은 어떻게 숨을 쉬고 있을까요? 신전을 만들 때도 산소가 부족했다면 육체적 논동을 하는 작업자들은 산소소모가 더 많을 텐데 어떻게 숨을 쉴 수 있었을까요?

- 횃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 : 이집트 유적에 대한 탐사는 근대에 처음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피라미드에는 9세기 초반의 도굴에 의해 생긴 통로도 있다고 합니다. 9세기에 도굴꾼들이 사용했던 조명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횃불이나 등불이었을 것입니다. 이는 18세기 유럽의 학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언제 생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피라미드의 천장에는 검은 그을음이 남은 흔적이 존재합니다. 산소가 부족해서 횃불을 사용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 그을음이 없다는 주장 : 불을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을음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이집트 상형문자 중에는 심지(Wick)를 뜻하는 상형문자가 있습니다. 이는 이집트에 심지를 사용하는 등불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피라미드 내부에서는 석등이 발견된 적이 있고, 이집트의 무덤이나 가정집 유적에서도 접시에 심지를 담은 등불을 볼 수 있습니다. 등불은 연기나 그을음이 많이 생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을음이 없다고 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하토르 신전의 부조
하토르 신전의 부조

 게다가 조명이 없다고 해도 내부의 조각 작업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바닥과 벽면에 작업을 마무리하고 천장을 얹고 층을 올리는 작업을 했다면 자연광으로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천장에 장식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작업을 완료한 후에 천장에 끼워넣는다면 오히려 작업이 수월할 것입니다. 이때는 별도의 조명이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

 앞서 말한 모든 것이 설령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 부조가 전구를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습니다. 앞선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전구를 사용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신전을 세울 때 전구가 사용되었다면 실생활에서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피라미드나 왕가의 계곡에서도 기름을 사용하는 석등이 발견된 것이 전부입니다. 왕족이나 귀족의 무덤에 사용하던 물건을 같이 넣어두기도 하는데 이러한 유물이 출토된 사례도 없습니다.

 

5. 부조가 묘사한 것은?

 이집트 신화를 보면 세상은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태초의 바다인 ‘누(바다)’로부터 한송이 수련이 피어오르고 그 수련으로부터 이집트 최초의 신인 ’태양(바다뱀, 아툼)‘이 태어났습니다.

 주류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하토르 신전의 부조가 묘사한 것은 바로 이집트 신화의 한 장면이라고 합니다. 가운데 있는 구불구불한 뱀 모양은 이집트 최초의 신인 태양을 의미하고, 뱀을 감싸고 있는 것은 한송이의 수련입니다. 그리고 수련을 받들고 있는 것은 제드(Djed)라고 불리는 것으로 ‘죽은 자들의 신’ 오시리스의 등뼈를 상징합니다. 제드는 재생과 부활, 안정성을 의미하고 수련은 생명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드는 이집트 벽화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이집트 상형문자에도 있습니다.

 이것이 전구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타난다면 모를까 현재까지의 자료들을 토대로 보았을 때 합리적인 추정은 이집트 신화를 묘사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는 이집트문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현대과학을 고대유적에 대입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참고자료 : 잃어버린 문명 대백과(2015년, 학연교육출판 편저, 고정아 역, 루덴스미디어, p118-121)
https://blog.naver.com/pyodogi/220403536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