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건축물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제이스톤 2018. 3. 7. 14:10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신왕국 시대의 왕들은 대개 녹지에서 가까운 곳에 장제전(葬祭殿 : 그 사람의 장례와 제사를 지내던 곳)을 세웠는데, 제 18왕조의 유일한 여왕 하트셉수트는 테베 서안 데이르 엘 바하리(Deir el Bahari)의 산 속 깊은 절벽 밑을 선택하였다. 이것은 이집트 신왕국 시대의 최고 걸작 건축물로 손꼽힌다. 바위산 절벽의 일부분처럼 만들어진 3단으로 된 이 신전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웅장한 자태를 갖추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미지출처 : Pixabay)

 하트셉수트 여왕은 투트메스 1세의 딸이며 오빠 투트메스 2세의 왕비이다. 그가 일찍 사망하고 후궁에게서 낳은 투트메스 3세가 겨우 열살의 나이에 즉위하자 섭정으로 정권을 장악하였다. 이후에 스스로 파라오가 되어 이집트를 통치하였다. 파라오라는 명칭도 그녀의 치세 중에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그녀는 회화나 조각에서 남자의 복장을 하고 수염을 단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왕권과 함께 신권마저 차지하고 상, 하 이집트의 주권을 의미하는 이중의 관을 쓴 것은 하트셉수트가 처음이었다. 그녀는 통상에 주력하였으며 향료를 찾아 분트(현재의 소말리아로 추정)와 무역했다는 것이 장제전의 벽화에 나타나 있다.

 하트셉수트 여왕과 관련된 조형물과 문헌들은 철저히 파괴되었다. 그녀의 부조나 석상들은 정교한 망치질로 훼손되거나 산산조각 나 있다. 왕가의 다른 구성원들의 경우 비교적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최측근들과 관련된 것들도 역시 비슷한 상태이다. 학자들은 이 파괴와 훼손을 투트메스 3세가 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녀의 사후에 철저히 역사에서 지우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로 인해 하트셉수트 여왕과 관련하여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Funerary Temple of Hat-Shepsut)은 기원전 1400년경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발굴 당시에 이곳은 보존상태가 좋았다. 장제전의 중앙에 사도가 있는 2단의 테라스를 기본으로 하여 각 테라스의 전면에 열주와 복도가 있다. 테라스와 열주가 만드는 가로선과 세로선이 자연 경관인 깎아지른 절벽과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테라스 복도 벽의 부조 중에서 여왕의 신성한 탄생과 분트 원정, 오밸리스크 운반 광경 등은 인상적이다.

 이 테라스 열주식 양식은 바로 남쪽에 있는 제 11왕조의 장제전을 본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재능있는 여왕답게 명쾌하고 우아한 인상을 준다. 장제전의 건립에는 총애하던 신하 센무트가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투트메스 3세 때 많이 개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지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