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명.유물.유적

멕시코 치첸이차 마야 피라미드

제이스톤 2018. 4. 27. 15:01

멕시코 치첸이차 마야 피라미드

 유카탄 반도의 중심도시 메리다(Merida)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가면 밀림 속에 치첸이차에 도착한다. 치첸이차(Chichén Iztá)란 마야어로 '이차족의 우물 입구'라는 뜻이다. 치첸이차는 마야 후 고전기에 속하는 10세기경 마야족의 한 부류인 북부의 톨텍족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번성했던 신전 도시이다.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건축물은 모두 그 때 세운 것들로 6-11세기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입구의 매표소를 지나면 탁트인 넓은 공간이 펼쳐지면서 거대한 계단식 피라미드가 눈에 들어온다. 피라미드라고 하면 흔히 이집트를 떠올리지만 멕시코에도 피라미드가 많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10만기에 이른다고 한다.

(치첸이차 마야 피라미드 - 출처 : Pixabay)

 1839년 미국인 탐험가 존 로이드 스티븐스(John Lloyd Stephens)는 온갖 고초를 겪은 끝에 마침내 높이 30m에 이르는 이 피라미드를 발견했다. 치첸이차의 피라미드는 카스티요 또는 쿠쿨칸이라 불린다. 카스티요란 이곳을 정복했던 스페인 사람들이 그 거대함을 보고 '성(캐슬)'이란 뜻으로 부른 것이고, 쿠쿨칸은 '깃털 달린 뱀'이란 뜻의 마야어이다.

 쿠쿨칸이란 이름을 안겨 준 큰 뱀은 피라미드 정면 입구에 조각되어 있다. 커다란 머리를 쳐든 채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으로 위협적으로 보인다. 계단 양쪽의 돌난간에는 뱀의 몸통이 그려져 있었다. 제단 상층부의 들보는 꼬리를 상징한다. 마야인들은 이렇게 뱀 한 마리를 피라미드 전체에 걸쳐 온전하게 조각해 놓았다. 이 뱀은 태양이 피라미드 위를 비추는 춘분, 추분날 오후 5시경이면 10여분 동안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춤을 춘다. 이 날이 되면 이 환상적인 광경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 든다.

 피라미드는 높이가 30m에 이르고 기단 바닥은 한 변이 55.5m인 정사각형을 그린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상승 계단이 나 있다. 한 면의 계단이 91개로 네 방향의 것을 합치면 364개가 된다. 여기에 정상의 제단 하나를 더하면 365개가 되어 태양력에서의 1년 날수와 같다. 각 면은 9층인데 그 한가운데로 계단이 나 있어 둘로 나뉘므로 이를 합치면 18이다. 마야의 한달은 20일이었으므로 18 × 20하면 1년 날수에서 5일이 모자란다. 나머지 5일은 액일로 이는 정상의 계단으로 표현했다. 또한 네 방향은 사계절을 뜻한다.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상당히 정교한 건축물인 셈이다.

 이 피라미드 안에는 또 하나의 작은 피라미드가 자리하고 있다. 광장 쪽의 계단 한쪽에 난 사각의 문으로 들어가 희미한 불빛을 따라 조금씩 나아가자 한 사람이 몸을 수그린 채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계단이 나타난다. 그 위에 작은 방 깊숙한 곳에 비의 신 차크 상과 차크몰(Chacmool) 석상이 모셔져 있다.

 치첸이차의 피라미드 계단은 경사가 가파르다. 제물을 상하지 않게 정상의 제단까지 재빨리 운반하기 위해서는 경사가 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무덤으로 보는 반면에 마야의 피라미드는 제단으로 볼 수 있다.

(치첸이차 마야 피라미드 - 출처 : Pixabay)

 대부분의 고대문명이 큰 강을 끼고 발달한 것과 달리 치첸이차는 강이 없는 밀림 속에 존재하고 있어 더욱 놀랄만한 일이다. 이 도시를 세운 마야인은 아메리카 대륙을 통틀어 문자를 가졌던 몇 안 되는 민족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마야인들은 신전과 피라미드, 궁전, 광장, 천문대 등을 건설했고 역법과 천문학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들이 살았던 지역은 지금의 멕시코 남부와 과테말라, 벨리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북부 등이다.

 마야인들은 수학과 과학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그들은 원주율(파이)과 0의 개념을 알았으며 20진법을 사용했다. 숫자는 막대기와 점으로 기록했다. 이렇게 수준 높은 수학 실력을 바탕으로 천문학이 발전했다. 그들이 사용한 태양력의 1년은 365.2420일로 오늘날 측정치인 365.2422일과 거의 같다. 윤달의 존재도 알고 있어 건축물에 이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들이 계산한 달의 공전 주기는 29.5320일로 지금의 것과 거의 동일하다.

 마야인들은 산 사람의 가슴에서 갓 꺼낸 심장을 신에게 바쳤다. 신전에 오른 마야의 제사장은 예리한 돌칼로 승자의 가슴을 가르고 뜨거운 심장을 꺼냈다. 심장은 차크몰 위에 올리고 머리는 잘라 계단 아래로 굴렸다. 가뭄이 들고 땅이 메마른 것은 차크 신이 분노한 탓이라 여겼다.

 그들은 공놀이로 희생자를 뽑았는데 이긴 팀의 최우수 선수가 희생 제물이 되었다. 가장 힘센 자의 심장이야말로 최고의 제물이라는 이유에서다. 희생 제물을 뽑기 위해 시합을 벌였던 구기 경기장이 신전 서쪽에 남아 있다.

 피라미드 정면에서 300m쯤 숲속으로 들어가면 직경 66m의 타원형 못 세노테(Cenote)가 있는데 심한 가뭄이 들거나 흉년이 들면 젊은 여성과 어린아이 전쟁 포로들을 못으로 데리고 가 산 채로 던졌다고 한다.

 광장의 한켠에는 '전사의 신전'이 있다. 계단을 따라 4층 구조의 신전을 올라가면 정상 입구에는 커다란 차크몰이 조각되어 있다. 피라미드 뒤에는 천문대가 있다. 거대하고 정교하게 건축된 평대 위에 반구형 덮개가 올려져 있어 현대의 천문대와 비슷한 모습이다.

 높은 문명으로 번영을 누렸던 마야인들은 어느날 갑자기 이곳을 버리고 황량한 북쪽으로 사라졌다. 도시는 인적이 끊어지고 건물은 정글 속에 묻혔으며 광장은 온갖 잡초로 뒤덮였다.


참고자료 : 세계 신 7대 불가사의(2007년, 권삼윤 저, 학고재, p166-199)

세계 신 7대 불가사의
국내도서
저자 : 권삼윤
출판 : 학고재 2007.10.15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