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

인디언 전설 속 드래곤, 파이어소우(Piasa Bird)

제이스톤 2018. 6. 15. 15:34

인디언 전설 속 드래곤, 파이어소우(Piasa Bird)

 파이어소우(Piasa)는 아메리카 인디언인 일리니(Illini) 부족 전설에 등장하는 괴물이다. 날개가 있으며 불을 뿜고 사람을 잡아먹었다고 전해진다. 파이어소우(Piasa또는 Piusa)는 ‘사람을 삼키는 새’, ‘악령의 새’라는 뜻이라고 한다. 여기에 얽힌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오래전, 일리니 부족은 와토가(Ouatoga)라는 추장이 이끌고 있었다. 그는 평생 동안 부족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전사들이 이른 아침부터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에서 카누를 타고 있었는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Theirislion)

 그리고 서쪽 하늘에서 거대한 비행 괴수가 나타났다. 말처럼 생긴 몸통에 위턱에서 삐져나온 하얀 엄니를 가지고 있었으며 코에서는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사슴뿔을 닮은 하얀 뿔에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괴물은 강가로 내려와 젊은 전사 한명을 잡아채갔다. 그날 이후로 매일 아침과 오후에는 파이어소우가 나타나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었으며, 사람을 잡아서 돌아갔다.

 심지어 그 괴물의 몸은 갑옷처럼 비늘로 뒤덮여 있어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화살을 만드는 장인 Tera-hi-on-a-wa-ka과 부족에서 가장 뛰어난 궁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괴물을 잡을 수 없었다.

 부족민들은 추장에게 찾아가 이 위협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추장은 위대한 영혼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단식을 하며 기도를 했고 마침내 위대한 영혼은 파이어소우의 약점이 날개 아랫부분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추장은 모든 부족을 불러 괴물을 쓰러뜨릴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화살촉을 깎은 뒤 독을 바르고 전투를 준비했다. 그날 밤, 추장이 이끄는 정예 전사 6명은 높은 절벽 꼭대기까지 올라가 새벽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날이 밝자 추장은 홀로 절벽에 섰다. 갑자기 파이어소우가 나타나 추장의 몸을 붙잡았다. 추장은 땅에 있는 나무뿌리를 움켜쥐었고 파이어소우는 추장을 잡아올리기 위해 거대한 날개를 들어올렸다. 그 순간 숨어있던 6명의 전사들이 뛰쳐나와 날개의 아랫부분을 향해 독화살을 발사했다. 괴물이 날개를 움직일 때마다 독이 퍼지기 시작했다. 파이어소우는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더니 절벽 아래로 떨어져 강물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전사들은 조심스럽게 추장을 천막으로 옮겼고, 그는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다. 그리고 마을에서는 성대한 축제가 열렸다. 다음날, Tera-hi-on-a-wa-ka는 절벽에 올라가서 위대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벽화를 그렸다. 그 후로 절벽을 지나는 부족민들은 그림을 향해 활을 쏘아 추장 와토가에게 경의를 표하였다고 한다.

 이 벽화가 서방세계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탐험가 루이스 졸리엣(Louis Jolliet)과 선교사 자크 마쿠에트(Jacques Marquette)에 의해서였다. 1673년 12월 20일, 그 일행은 미시시피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은 강가 12m 높이의 절벽에서 다채롭게 채색된 동물 암각화를 발견했다. 무척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그림 속 거대한 짐승은 용을 연상시켰다. 얼굴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눈은 빨간색이며 온몸은 단단하게 보이는 비늘로 덮여 있었다. 그리고 호랑이의 수염과 사슴뿔이 달려 있었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 Chris Light)

 그들의 발견과 관련된 또다른 전설이 전해져 온다. 그림을 발견한 루이스 일행은 이것을 궁금하게 여겨 인근 일리니 부족을 찾아갔다. 원주민에게서 200여년 전 벌어진 파이어소우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은 혹시 파이어소우가 아직까지 동굴에 살아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졌다. 파이어소우가 죽었다고 하더라도 그 유골을 찾아 박물관에 전시한다면 큰 가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일행은 부족민들에게 총과 대포를 보여주며 파이어소우가 살아 있어도 무기로 잡을 수 있다며 동굴로 안내해 줄 것을 요구했다. 추장은 이를 반대했지만 일행은 몰래 부족 전사들을 설득해 절벽에 있는 동굴을 찾아갔다. 횃불을 들고 동굴에 들어가자 갑자기 깊숙한 곳에서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겁을 먹은 사람들은 입구를 향해 일제히 달렸다.

 그들을 쫓아 나온 것은 수백여 마리의 비행 괴수였다. 독수리 정도의 크기에 익룡처럼 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며 날카로운 이빨이 있었다. 놀란 일행은 마을을 향해 달렸고 동굴에서 나온 괴수들이 그 뒤를 쫓았다. 총을 쏘며 도망가던 일행은 갑자기 들려온 큰 천둥소리에 일제히 하늘을 보았다. 하늘에는 집채만한 몸집의 파이어소우가 날고 있었다. 그 괴물은 부족의 전사 여러 명을 낚아채 하늘로 날아갔다.

 루이스와 전사들이 마을로 돌아오자 파이어소우를 깨웠다는 사실이 금세 마을에 퍼졌다. 크게 화가 난 추장은 그들을 마을에서 추방시켰다. 하지만 루이스 일행은 포기하지 않고 포병대를 증원받아 일리니 부족 마을 주변에 설치했다. 그러고는 다시 파이어소우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날 밤, 다시 나타난 파이어소우는 천둥소리를 내며 마을 쪽으로 접근했다가 주민들이 마을에 지펴놓은 불을 보고 다시 동굴 쪽으로 돌아갔다. 일행은 파이어소우가 불을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짐작하고 마차에 불을 붙여 동굴 앞까지 끌어다 놓고 파이어소우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대포로 동굴의 입구를 무너뜨렸다.

 루이스는 고향인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와 이 일을 주지사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주지사는 괴수 출몰 사건이 타 지역에 알려지면 일리노이 주로는 아무도 이주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일을 비밀에 부쳤다.

 절벽에 있던 파이어소우의 그림은 훗날 일리니 마을에 도시가 조성되면서 없어졌는데 현재 일리노이 주 앨톤(Alton)에 있는 그림은 루이스가 신문에 남긴 그림을 복원한 것이다. 하지만 파이어소우가 있다는 동굴 위치가 어디인지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고 있다.


참고자료 : 괴물딴지 미스터리 사전 스페셜(2007년, 유상현 저, 해냄, p46-50)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mystery&no=4663

https://en.wikipedia.org/wiki/Pi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