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사고

아쿠아 토파나(Aqua Toffana)의 비밀

제이스톤 2018. 8. 20. 21:00

아쿠아 토파나(Aqua Toffana)의 비밀

 17세기 말에서 18세기에 걸쳐 이탈리아 로마를 중심으로 남성 노인들이 계속해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이상하게도 젊고 아름다운 부인을 두었거나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노인이 죽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수상하게 생각한 수사기관에서 확인한 결과, 피해자의 부인들이 모두 토파나(Toffana 또는 Tofana)라는 노파의 고객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토파나는 가정집 부인들에게 약이나 자잘한 소품을 팔고 다니는 방물장수였다. 경찰이 그녀를 잡아 심문하자 그녀는 그동안의 일을 자백했다.

사랑의 묘약(출처 : Wikimedia Commons)

 그녀는 1690년에 ‘성 니콜라의 만나(Manna of St Nicholas)’라는 독을 발견했다. 그 독은 성인의 묘지에서 흘러나오는 기적의 기름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액체의 주요 성분은 비소였다. 그러니까 노인들은 비소중독에 의한 살인으로 죽어갔던 것이다.

 그녀가 만든 아쿠아 토파나(Aqua Toffana)는 뺨에 바르는 크림 형태의 화장품이었다. 납과 비소 화합물 용액으로 만든 화장수였는데 피부가 하얗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화장품이 남편을 없애고 싶은 귀족 부인들에게 특히 인기를 얻었다. 토파나는 고객들을 방문하여 화장품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녀는 고객인 부인들에게는 절대로 화장품을 먹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고 남편이 잠자리를 하려고 접근할 때 뺨이나 목 등에 바르라고 일러주었다. 아내의 뺨에 입술을 갖다댄 남편들은 치사량이 넘는 독을 먹게 되었고 아내의 소원대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사인은 과도한 성행위로 판명났고 그녀들은 모두 부유한 미망인이 되었다.

 밝혀진 피해자는 모두 600여명이었으며 토파나는 역사상 최고의 독살가로 불리게 되었다. 그녀의 범죄는 1709년에 세상에 드러났고 체포된 그녀는 감옥에서 사형에 처해졌다. 그녀가 귀족 부인들도 독성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한다.

아쿠아 토파나 병(출처 : mikedashhistory.com)

 인류의 역사에서 독살은 오래 전부터 등장하였다.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독이 바로 비소(砒素, arsenic, 원소기호 As)였다. 처음 비소를 분리한 것은 13세기 중엽 독일의 자연철학자였던 알베르투스 마그누스였다. 비소가 독약의 대명사가 된 것은 독성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사용하기도 쉬웠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비소의 독성은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다. 고대 중국과 인도, 그리스, 이집트인들은 화합물 형태로 해충이나 쥐를 잡는데 비소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토파나 사례처럼 17세기에 이르러서 비소는 더욱 대중화되었다.


참고자료 : 풀리지 않는 세계사 미스터리2(1995년, 윤명현 편저, 하늘출판사, p210)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204N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