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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인쇄물, 파이스토스 원반(Phaistos Disc)

제이스톤 2019. 5. 30. 21:00

파이스토스 원반 / 파에스토스 원반

 파이스토스 원반(Phaistos Disc)은 그리스 크레타의 파이스토스에 있는 미노아 문명의 궁전에서 발굴된 유물입니다. 제작연대는 기원전 1,700년으로 추정되며 청동기 시대에 속합니다. 직경 약 15-16cm, 두께 약 1cm의 구운 점토 원반으로 양면에 모두 나선형으로 문자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파이스토스 원반(출처 : Wikimedia Commons)

 파이스토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로팔로스의 아들이며 헤라클레스의 손자입니다.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부에 위치한 시키온의 왕이었으나 크레타 섬으로 이주하여 도시를 세웠다고 하며 사람들은 그 도시를 그의 이름을 따서 파이스토스라 불렀다고 합니다.

 파이스토스 시의 고대 유적은 지진으로 파괴되어 오랫동안 땅 속에 묻혀 있다가 19세기 후반에야 발굴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파이스토스 원반은 현재 이라클리오의 고고학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파이스토스 원반(출처 : Wikimedia Commons)

 학자들의 조사 결과, 이 원반은 상형문자의 각 모양을 본뜬 도장을 먼저 제작한 후 이를 젖은 점토에 대고 눌러 찍은 후 불에 구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특이한 방식이며 게다가 크레타 문명이나 고대 문명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유물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세계 최고의 인쇄물이라고 하며 오파츠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원반에는 테두리에서 중심을 향해 시계 방향으로 나선을 그리며 총 241개의 상형문자가 기록되어 있으며 그 문자는 45가지 종류로 확인되었습니다. 원반의 양쪽에 문자가 새겨져 있으며 양쪽에 새겨진 내용은 서로 다른 내용입니다.

 이 문자들은 크레타 상형문자와 다른 종류의 문자로 음절문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뿐 현재까지 널리 인정되는 해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 유물이 만들어진 장소도 명확하지 않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이 원반이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파이스토스 원반 앙면(출처 : Wikimedia Commons)

 그러던 중 2014년 10월, 크레타기술교육재단의 언어학 연구원인 가레스 오웬스 박사는 이 원반에 적힌 문자의 발음과 의미를 알아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웬스 박사는 6년간 존 콜먼 옥스포드 대학 음성학 교수와 공동 작업을 통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해독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오웬스 박사는 선행연구에서 크레타 상형문자와 미노아 선형문자A, 미케네 상형문자B, 고대 그리스어를 통해 3가지 키워드를 유추해 냈는데 이는 임신한 여성이나 여신을 뜻하는 “IQEKURJA”, 어머니 또는 여신을 뜻하는 “IQE”, 빛나는 어머니 또는 여신을 뜻하는 “IQEPAJE(또는 IQE-PHAE)” 등 입니다.

파이스토스 원반(출처 : Wikimedia Commons)

 그는 이를 통해 파이스토스 원반이 미노아 여신에 대한 기도문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미노아의 종교를 토대로 생각했을 때 그동안 이 문자들이 어머니 여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난 100여년간 제기되어 왔으며, 이번 연구는 이를 언어학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은 고대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파이스토스 원반도 언젠가는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그 베일을 벗고 실체를 드러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