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명.유물.유적

코스타리카 디퀴스의 석구

제이스톤 2019. 6. 3. 21:00

Stone Spheres of the Diquís

 코스타리카의 석구(石球)는 1930년대 바나나 농장을 짓기 위해 밀림을 개간하던 중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며 이후 현재까지 200개 이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직경이 2cm에서부터 2m를 넘는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석구가 존재하며 가장 큰 것은 약 15톤의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석구들은 수 세기 동안 두터운 침전물에 뒤덮여 있었기 때문에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된 뒤 식민지 강탈로부터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코스타리카 석구(출처 : Wikimedia Commons)

 대부분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이 석구들은 거의 완벽한 구형을 이루고 표면도 매끄럽게 연마되어 있습니다. 일부는 석회암이나 사암과 같은 무른 재질로 되어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인근에는 화강암을 채석할 만한 장소가 없어 어떻게 재료를 운반해 왔는지 또 누가 어떤 기술로 이처럼 정교한 구형을 만들 수 있었는지, 석구의 용도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코스타리카 푼타레나스 주의 남쪽에 위치한 디퀴스 삼각주(Diquís Delta) 일대에서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이 유적지의 공식 명칭은 “석구가 있는 콜럼버스 이전 시대 디퀴스 주거지(Precolumbian Chiefdom Settlements with Stone Spheres of the Diquís)”이며 2014년 6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이 유적지에서 발견된 석구 외의 여러 유물들을 통해 추정해 본 결과, 석구의 제작시기는 대체적으로 8-16세기초까지 코스타리카 지방에서 번성했던 디퀴스 문화 시기와 겹쳐져 있어 이 시기의 유산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부 구체는 기원전 2세기 경의 것으로 보여지는 형식의 도자기와 함께 출토된 적이 있어 다른 문명의 유물이 아니냐는 설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석구는 멕시코, 미국, 칠레 등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발견됩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의 화강암 석구는 질이 매우 뛰어나며 매끄러운 표면에 완벽한 구체를 이루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게다가 20개 이상이 무더기로 발견된 경우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석구가 삼각형, 직사각형, 직선과 같은 기하학적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배열은 지구의 자기 북극을 가리키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스타리카 석구(출처 : landsinlove.com)

 일부 석구는 내부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석구는 도굴꾼이나 수집가들에 의한 훼손을 막기 위해 법률로 매매가 금지되어 있고 대다수는 코스타리카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코스타리카 국립 박물관에는 현존하는 석구의 목록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석구가 존재했습니다. 많은 석구들은 원래의 자리에서 옮겨져 정원이나 교회같은 사유지의 장식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석구의 제작방법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만들어진 많은 조각상으로 미루어보면 석구를 만든 사람들은 숙련된 조각가로 생각됩니다. 그들이 수학적 능력과 조각에 대한 진보된 지식을 가지고 잇었으며 도구를 사용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석구를 만들었는지 알려주는 기록은 없습니다.

 800년경에 만들어진 금제 유물에서 그들이 고온 작업을 실시한 증거가 나타나 있습니다. 한가지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은 석구를 조각할 때에도 뜨겁게 달군 다음 식혀서 바위의 바깥층을 제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마무리 작업으로 석구를 모래나 가죽으로 광택 작업으로 매끈하게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석구의 재료로 알려진 화강암을 어디서 구했는지도 의문입니다. 현재 알려진 가장 가까운 화강암 채석장은 디퀴스 삼각주로부터 40-50km 떨어진 산악지대의 높은 곳에 있습니다. 어떻게 크고 무거운 돌을 운반하였을까요? 운반을 위해서는 울창한 밀림을 관통하는 길을 만들어야 했을 것입니다. 다른 방법은 강을 따라 뗏목으로 운반하는 것인데 뗏목이 15-25톤 정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코스타리카 석구(출처 : Wikimedia Commons)

 다른 곳보다 유난히 완전한 구체에 가까운 형상을 가지고 있어서 외계인이 만들었다거나 초고대문명의 잔재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전설의 아틀란티스에서 온 것이라거나 당시 원주민들이 바위를 부드럽게 만드는 약물로 정교한 구체를 만들었다는 등 신화적이고 주술적인 요소가 덧붙여지기도 했습니다.

 이 구체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는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석구의 배치가 일정한 규칙성을 가진다는 점을 근거로 별자리같은 천체를 본뜬 것이라는 설, 공공 광장에서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데 사용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배자 계급 분묘에서 작은 크기의 석구가 출토된 점으로 보아 종교적 숭배물로서 제작된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