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미스터리

그랜드 크로스와 행성 직렬

제이스톤 2018. 2. 25. 23:39

그랜드 크로스와 행성 직렬

 노스트라다무스가 지구의 종말로 예언한 '공포의 대왕'이 과연 무엇인가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 것은 그랜드 크로스였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쓴 책을 면밀하게 검토한 학자들은 그가 예언한 날을 그랜드 크로스가 일어나는 1999년 8월 19일로 추정하였다. 그리하여 몇 년새 그랜드 크로스라는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랜드 크로스란 태양과 태양계의 행성들(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십자가 모양으로 배열되는 것을 말한다.

 점성술에서는 이러한 행성의 배열을 별자리의 최악의 관계로 보고 있다. 게다가 1000년이 끝나는 말기에는 어떠한 불행이 온다는 기독교적인 예언은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21세기에 접어들어 이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그랜드 크로스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2000년 5월 17일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명왕성 등 7개의 행성이 거의 일직선상에 오게 되는 행성 직렬(그랜드 얼라이먼트)이 일어났다. 이 중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5개의 행성과 지구(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가 일직선이 되기 때문에 지구에 커다란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일부 사람들은 우려하였다.

 우리 나라의 역사에도 이런 현상이 여러 차례 나타났었다. "환단고기"에 의하면 13대 단군 흘달 50년(기원전 1733년)에 다섯 행성이 모였다고 적혀 있다. 고구려 차대왕은 역모로 왕위를 찬탈하고 형인 태조왕의 아들을 죽이는 만행을 저지른 폭군으로 알려져 있는데 차대왕 4년(149년) 여름에 서리가 내리고 지진이 일어나는 등 천재 지변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 중종과 명종 때에는 별똥 소나기가 떨어지는 등 변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랜드 크로스와 행성 직렬은 정말 대재앙을 몰고 오는 것일까? 예전에는 천체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천체의 배열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여 두려운 현상으로 보았다. 이렇게 행성들이 특징적인 배열을 보일 때에는 기후가 불안정하거나 천재 지변이 일어난다는 설도 다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태양을 제외한 나머지 행성의 경우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므로 행성들이 일시적으로 몰린다고 해도 지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게다가 각기 다른 주기에 따라 공전하고 있는 행성들이 완벽하게 일직선상에 배열되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특정한 2개의 행성은 그 공전 주기의 최소 공배수마다 시야에서 서로 근접하는 위치에 올 수는 있다. 그러나 행성의 궤도면이 일치하지 않고 있으므로 2개의 행성이 엄밀하게 일직선상에 겹쳐지는 일은 드물다. 행성의 숫자가 늘어나면 점점 더 드문 현상이 되고 만다. 모든 행성이 동일한 방향에 놓이게 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행성들의 중력을 합해 보면 지상의 중력가속도의 100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행성이 직렬할 때는 행성의 인력이나 조석력이 커서 지구에 작용하고, 지각에 변형이 생겨 지진이나 화산 분화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이야기는 논리적 사고가 불가능한 사람들의 망상일 뿐이다.

 사실 천문학에서는 그랜드 크로스나 행성 직렬같은 용어의 정의는 없다. 엄밀한 학문에서가 아니라 점성술 등으로부터 생긴 말인 듯하며 여러 개의 행성이 시야에서 거의 같은 방향에 위치하는 상태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공식적인 정의가 없다는 것은 그러한 현상에 대해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뜻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행성 직렬이나 그랜드 크로스는 배열되는 행성의 숫자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2~30년마다 자주 일어나는 천체의 한 현상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태양계의 9행성이 제각기 다른 궤도를 각각의 주기로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적인 일로 태양계가 생긴 이래 수없이 반복된 것일 뿐이다. 1999년 8월이나 2000년 5월에 일어난 행성의 배치도 천체의 운동으로 볼 때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참고 자료 : 피라미드의 과학(1999년, 이종호, 새로운 사람들, 190-193)

초과학 미스터리(1996년, 문용수 편저, 하늘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