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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유물.유적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

 엘도라도! 황금을 태양신의 금속으로 숭앙한다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된 도시! 황금 장식물로 온몸을 치장하고, 식기같은 세간도 모조리 황금이며, 건축물도 금박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성스런 호수에 황금의 공물을 바치는데 온몸에 칠한 금박을 그 호수물에 씻고 그 호수에 금덩이를 던져야 신의 보호를 받게 된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이 호수의 모래는 금가루이고, 금붙이가 산을 이루었다고 소문이 났다.

엘도라도, El Dorado(영화 'The Road to El Dorado'의 한 장면)

 이 전설은 500여년 동안 사람의 입을 통해서 전해져 내려왔다. 과연 이 잃어버린 황금의 땅 엘도라도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대개 이 엘도라도의 위치는 남미의 어디쯤이라고 한다. 아메리카 정복에 나선 에스파냐의 모험가들은 아마존 강과 오리노코 강의 중간쯤에 이 도시가 있다고 믿었다. 남미 안데스 산맥의 기아나 지역에 사는 무이스카 족은 새로운 족장이 탄생하면 몸에 송진을 바르고 그 위에 금가루를 뿌린 후 신성한 호수라 여기는 구아타비타 호수에 들어가 금가루를 씻어 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주위의 사람들은 호수에 금과 보석을 던진다고 한다. 실제로 이것을 본 사람은 없고 전설로만 내려온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스페인에 의해 신대륙의 탐험과 개척을 유도하기 위해 과장되어 엘도라도의 전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황금의 왕에 관한 전설은 남미 북부의 산악지대에서 산출되는 운모(雲母)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백인들은 이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남미 전역을 헤매었다. 1530년대에 독일과 스페인이 지금의 콜롬비아 지역으로  수십차례 탐험대를 보냈으나 인디오들에게 살해당하는 등 실패를 거듭하였다. 16~18세기에 이 나라를 찾아서 많은 탐험가들이 남아메리카로 건너갔으나 모두가 허사였다. 당시의 지도에는 구아타비타 호수의 위치가 암시되어 있었다.

 1536년 케사다는 전설의 엘도라도를 찾아 500명의 군인과 85마리의 말, 여러 명의 신부들을 이끌고 콜롬비아 보고타 고원의 인디오 마을에 도착했다. 케사다와 그 일행은 마을을 약탈하고 원주민들을 고문하여 신비로운 풍습에 대한 이야기와 구아타비타 호수의 위치를 알아냈다. 해발 2700m에 있는 호수엔 원주민 촌락만 있고 황금도시는 없었다. 호수 속에 잠긴 황금을 건질 방법이 없었던 케사다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580년 보고타 출신의 스페인 사람인 세풀베다는 호수의 준설허가를 받고 8000명의 인디오를 동원하여 호수의 벽에 배수로를 만들고 물을 빼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많은 어려움 끝에 배수로는 완성되고 물이 쏟아져 나가자 수심이 20m나 낮아져 에메랄드와 황금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안전시설이 완벽하지 못했던 배수로는 무너지고 황금은 다시 호수에 잠기게 되었다.

 이 호수에서 보물을 건지려 했던 사람은 많았지만 아직까지 그 뜻을 이룬 사람은 없다. 엘도라도의 꿈을 찾아 호수를 발굴하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 있었지만 1965년 콜롬비아 정부는 최종적으로 구아타비타 호수를 천연 보호 지역으로 설정하고 모든 채굴을 원천적으로 금지시켰다.

 1969년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산 속에서 두 농부가 개를 찾으려다가 작은 동굴을 발견했다. 거기서 순금으로 만든 조그만 뗏목 모형이 나왔는데, 뗏목 위에는 순금으로 만든 추장이 서 있고, 노잡이 여덟 명이 감히 추장을 바라보지 못하고 등을 돌린 채 노를 젓는 모습이었다. 스페인 어로 el은 정관사, dorado는 '황금의'라는 뜻이다. 무이스카 족의 족장을 보고 엘도라도라고 불렀다는 말도 전해 온다. 그렇다면 엘도라도가 황금의 도시가 아니라 황금 인간을 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황금인간'이라는 말이 와전되어 '황금도시'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2000년 6월, 수많은 모험가들이 찾아 헤매던 ‘황금의 도시’일 수 있는 선사 시대 도시가 페루 동부 정글에서 완벽한 상태로 발견됐다. 미국의 탐험가이자 고고학자인 진 사보이와 페루 고고학자 4명은 페루의 산마르틴 주에서 가옥, 사원, 매장지 등이 완벽하게 남아있는 65km2가량의 고대 유적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잉카인들의 마지막 도시였던 ‘빌라카밤바’ 등 수십 건의 중요한 유적을 발견한 바 있는 사보이는 이 도시가 기원 후 700년경 이 지역에 정착한 차차포야스 인들의 잃어버린 도시 ‘카하마르퀴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발굴 조사단은 이 도시가 16세기 스페인 탐험가들이 찾아 헤맸던 엘도라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발굴 단원인 알베르토 부에노는 "이 도시가 지방 전설과 우림 지대의 황금 도시들에 관한 연대기 작가들의 저작물 속에서만 존재했다"며 "16세기의 많은 스페인 저작물에는 ‘엘도라도’라고 불리는, 잃어버린 도시가 언급됐다"고 밝혔다. 당시 스페인 탐험대들은 차차포야스 인들의 문화를 묘사했었으나 그 뒤 유적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아 왔다. 차차포야스 인들은 스페인 인들이 도착하기 직전인 15세기 말 잉카인들에 의해 정복됐다. 발굴 조사단은 약탈을 우려, 이 도시의 정확한 위치를 밝히길 거부하고, 산마르틴 주의 사포소아 강 연안에 있다고만 말했다.

 아직도 사람들은 엘도라도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너무나 힘겨워서 마음 속의 이상향을 그리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