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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유물.유적

잃어 버린 잉카 도시, 마추피추(Machu Picchu)

잃어 버린 잉카 도시, 마추피추(Machu Picchu)

 잉카제국은 아메리카 대륙을 통틀어서 가장 큰 나라였으며 이들은 12세기경 티티카카 호수에서 발원하여 인접한 쿠스코(Cuzco)에 수도를 세우고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이들의 전성기에는 오늘날의 콜롬비아 남부,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북부, 아르헨티나 일부지역까지 세력을 펼쳤으며 2500만명의 국민이 있었다고 한다. 잉카는 스페인의 정복으로 16세기 초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존재했었다. 잉카의 수도였던 쿠스코는 해발 3400m에 위치하고 있으며 높은 산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는 계곡으로 세 개의 강줄기가 모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중심지역의 큰 궁전에 귀족들이 살았으며 상하수도 시설이 완벽했다. 전성기에는 인구가 2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마추피추(Machu Picchu)(이미지출처 : Pixabay)

 그러나 전성기를 맞은 1532년, 파사로를 대장으로 하는 스페인의 군대가 잉카 제국 북부 해안에 상륙하였다. 스페인 사람들은 잉카의 황제를 초대하였다. 피사로는 잉카 황제에게 스페인에게 충성할 것을 요구하였다. 황제가 이를 거절하자 그들은 기습 공격으로 황제를 사로잡았다. 결국 황제는 처형당하고 스페인 사람들은 잉카의 수도인 쿠스코까지 점령하였다. 그리고는 그의 이복 동생인 망코(Manko)를 허수아비 황제로 세웠다.

 1536년, 망코는 10만의 잉카인을 거느리고 안데스 산맥의 험준한 골짜기로 도망가서 새로운 수도를 세웠다. 이곳이 잉카의 마지막 수도 빌카밤바이다. 그 후 망코의 아들 아마루가 새로운 황제가 되어 스페인 군대와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1572년 빌카밤바마저 스페인에 함락되고 황제는 쿠스코로 끌려가 처형되었다.

 그리고 스페인 군대는 잉카의 막대한 금을 약탈하였다. 잉카에는 금이 많다고 전해지는데 그들의 약탈에도 불구하고 많은 금은보화가 숨겨졌다고 알려져 있다. 스페인 군대가 쳐들어 온다는 정보를 접한 잉카의 귀족들은 극비리에 보물들을 숨겼다고 한다. 스페인 군대는 그 보물을 찾으려고 각방으로 노력했으나 결국엔 찾지 못했다. 빌카밤바에서 살아 남은 일부의 사람들은 또다시 다른 곳으로 도망가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고 전한다.

 1911년 7월 24일, 미국의 대학 교수인 하이럼 빙엄(Hirum Bingham)은  깊은 산봉우리 위에 건설되어 있던 마추피추(Machu Picchu, 늙은 봉우리)를 발견하였다. 마추피추는 쿠스코에서 112km 떨어진 곳에 해발 2400m 높이의 산봉우리에 만들어져 있다. 아마존 강의 원류인 우루밤바 강 위의 절벽에 세워져 있으며 아래에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아 그 존재를 알 수 없고 접근조차 어렵다. 총 면적은 40만km2이고 약 1만여명이 거주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산정과 가파른 좁은 경사면에 들어서 있어 스페인 정복자들의 파괴의 손길이 닿지 않은 유일한 잉카 유적이다.

 미국의 젊은 역사학자 하이럼 빙엄이 마추피추를 처음 찾은 것은 1909년이었다. 그는 진지한 믿음으로 잉카 유적을 탐사했던 최초의 이방인이었다. 열대 우림의 들끓는 모기떼와 우루밤바 강의 거친 물결을 헤쳐 가던 빙엄은 원주민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 맞은 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는 험난한 벼랑을 기어 올라가 초목 사이에 폐허의 요새도시를 발견하였다. 그 후 그는 본격적인 탐사를 위해 뒤늦게 후원금을 마련하여 1911년 7월, 6명의 전문가와 함께 본격적인 탐사를 펼쳤다. 그러나 그는 유적지 전체를 발굴하지는 못했다. 빠듯한 일정과 자금문제로 인해 오랜 세월 파묻혔던 유적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 후 1964년 미국의 고고학자 진 사보이는 이 지역의 전모를 파헤쳤다. 빙엄의 발굴보다 넓은 양 끝이 약 1km에 이르는 건물들을 찾아냈으며 여러 결정적인 증거도 발굴해냈다.

 마추피추의 정확한 건설 연대는 알 수 없다. 마추피추의 건립 시기에 대하여 포츠담 대학 천문학자인 롤프 물러는 "마추피추의 특징은 천체의 위치에 맞추어 만들어진 것으로 별자리 위치에 대하여 수학적으로 계산한 결과 유적은 기원전 4천년부터 기원전 2천년 사이에 완성되었다"는 가설을 세웠다.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황당한 논리같지만 1988년 탄소동위원소 연대측정을 통하여 잉카제국이 형성되기 6백년 전인 서기 800년에 정착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히함 비프만은 "마추피추는 잉카문명의 전단계로 잉카의 기원이며, 1300년경 버려진 것을 스페인 침공을 계기로 망코 잉카가 재점유하여 1543년경 다시 건설하였다"는 주장을 고수한다. 이러한 이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마추피추(Machu Picchu)     마추피추(Machu Picchu)

 마추피추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층계와 높은 방호 벽, 그리고 수로에 의하여 북부와 남부의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남쪽으로는 고지대 농업지구와 저지대 농업지구가 있고, 북쪽은 도시구역이다. 도시구역은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서부 도시구역인 하난(Hanan)과 동부 도시구역인 후린(Hurin)으로 나뉜다. 서부도시구역이 주로 사원, 왕궁, 탑, 그리고 귀족계급을 위한 권위적이고 종교적인 건물이 세워진 반면 동부도시구역은 일반대중들을 위한 주거와 작업장 그리고 거주민의 통제를 위한 건물군으로 계획되었다. 이 도시로 들어오는 길에는 통나무다리가 있는데 적군이 침입해 오면 이 통나무를 치워 길을 끊었다고 한다. 태양의 신전, 지붕없는 집, 산비탈의 계단식 밭, 농사를 짓는데 이용된 태양 시계, 콘돌 모양의 바위, 피라미드 등의 유적이 남아 있다.

 이 마추피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준 높은 건축 기술이다. 커다란 돌을 다듬는 솜씨가 상당히 정교하다. 각 변의 길이가 몇m나 되고 모양도 제각각인 돌들을 정확하게 잘라 붙여서 성벽과 건물을 세웠다. 종이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단단히 붙어 있다. 젖은 모래에 비벼서 돌의 표면을 매끄럽게 갈았다고 한다. 가파른 산비탈에 계단식 밭을 만들고 여기에 배수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마추피추의 건축물에서 가장 특이하고 기이한 형태로 모든 건물에 벽감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벽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결같이 사다리꼴 형태로 위보다 아래가 넓은 안정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큰 것은 미라나 사제들의 물품을 보관하는데 사용되었고 작은 것들은 가정의 우상이나 일반 물건을 놓았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확실하게 그 용도가 규명되지 않았다.

 마추피추에서는 몇가지 수수께끼를 발견할 수 있다. 도시의 관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앳된 여성들의 미라가 땅에 묻혀 있지 않고 발견되었다. 그리고 발굴된 미라로 추측하여 마추피추의 도시 인구는 약 1천명이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남성의 미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스페인과의 전쟁에 나가 모두 죽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마추피추는 선택된 여성만을 위한 "태양의 처녀" 아크야(Aqllawasi)의 집단 거주지였는가? 남자들은 전쟁터에 나가고 여자들만 남아 살다가 전염병(천연두)으로 인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실한 내막은 알 길이 없다. 왕궁 옆의 탑인 태양 신전에 있는 지하계단은 어느 곳으로도 연결되지 않은 채 끊겨 있다. 이 곳의 지하계단이 다른 곳으로 연결되는 지하 비밀 통로였을 가능성도 있다. 마추피추는 아직도 발굴되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추피추가 발견되면서 이곳이 빌카밤바라는 학설이 제기되었다. 빌카밤바는 망코 잉카와 그의 아들 그리고 마지막 잉카 투팍 아마루(Tupac Amaru)까지 거의 40여년 동안 독립 왕국을 세우고 스페인 통치에 저항하였던 곳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잉카 유적지를 비교해봤을 때 완벽한 요새도시는 마추피추뿐이다. 그러나 빌카밤바는 스페인 군대의 공격을 받아 함락되었는데 여기에는 어떠한 공격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한편 마추피추가 예전에 금은보화를 숨겼던 "비트코스 요새"라고도 하나 확실한 증거는 없다.

 마추피추에 살던 잉카인이 왜 사라졌는지, 이 곳이 예전에 잉카의 수도였는지 알 수는 없다. 오직 마추피추에 살던 그들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참고자료 : 잉카문명의 신비 - 마추피추(1998년, 정지성 지음, 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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