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터 섬의 거석상, 모아이(Moai)
망망대해인 태평양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이스터섬은 '모아이'라고 하는 거석상으로 인해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이스터섬은 타이티 섬에서 4,000km, 하와이에서 8,000km, 호주에서 9,000km, 1888년부터 귀속된 칠레로부터 3,7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원주민들은 이 섬을 '라파누이(큰 섬)'라 부르고 있으며, 옛날 폴리네시아인들이 최초로 이 섬을 발견했을 때는 '테 피토 테 헤누아(지구의 배꼽)'라 했다. 이 섬에서 다리가 없고 몸통만 있는 머리는 아주 크며 귀도 상당히 긴 그런 괴상한 모습의 거석상들이 약 1000여개 가량 발견되었다. 이 거석상을 '모아이(moai)'라고 한다.
(이미지출처 : Pixabay)
키는 3.5 ~ 5.5m에 달하고 무게가 20톤쯤 되는 것이 많다. 이 중 가장 큰 것은 90톤에 10m나 되는 것도 있다. 게다가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것 중에는 21m나 되는 것도 있다. 모아이들은 서기 400~1680년 사이에 만들어졌으며, 11세기 경에 가장 많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의 모아이들은 해발 150m의 라노 라라크 채석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큰 석상을 만들었고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렇게 큰 석상을 어떻게 운반했는지, 원시적 도구밖에 없는 이 섬에서 어떻게 조각했는지, 어째서 석상은 섬 주민들과 달리 커다란 귀에 곧은 코와 얇은 입술을 가진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1722년 네덜란드의 야곱 로헤벤이란 사람이 부활절에 이 섬을 최초로 발견하였다고 하여 '이스터섬(부활절의 섬)'이라 명명하였다고 한다. 그가 이 섬을 발견할 당시에는 이 섬에 3000여명의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석기 시대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사람을 잡아 먹는 등 매우 야만적인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1862년에는 페루의 노예상들이 1000여명이 넘는 사람을 노예로 잡아갔으며, 전염병까지 돌아 1877년에는 인구가 100여 명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로헤벤이 도착하였을 당시에는 섬에는 나무도 없고 밧줄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한 기계적인 어떠한 장치도 없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석상을 세웠는지 신기하기 짝이 없다. 원주민들의 전설에 의하면 '마나'라는 초자연적인 힘이 있어 모아이는 '스스로' 걸어갔다고도 하고, 화산 폭발 때 하늘로 솟았다가 땅에 떨어진 것이라는 말도 있으며, 산비탈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처음 발견할 당시에 서 있었던 석상들은 160여년이 지난 1964년 유럽인들이 다시 방문했을 때는 상당수가 쓰러져 있었다. 남아 있던 원주민들이 쓰러뜨린 것으로 보이나 그 의문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모아이를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남아메리카인들은 이렇게 먼 곳까지 항해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그 주장의 근거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모아이를 아틀란티스의 후예들이 만든 작품이라 주장하기도 하였으며, 이스터 섬이 지금은 바다속에 가라앉은 뮤대륙의 중심지였다는 설도 제기되었다. 심지어는 이스터 섬이 이집트와 교류하여 거석상을 만드는 기술을 습득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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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여러 주장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이 모아이를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주장이었다. 원주민의 연장만으로는 모아이를 제작할 수 없으며 또한 거석을 옮기기 위해 사용된 통나무를 구할 숲도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스터 섬의 남쪽에 있는 모츠누이라는 작은 섬을 원주민들은 '새사람(鳥人, Bird Man)이라고 부르는데 새사람이란 바로 외계인과 같은 뜻이라고 주장하였다. 특히 모아이가 쓰고 있는 붉은 색의 모자는 외계인이 우주모를 쓴 형상이라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몇가지 사실로 인해 설득력을 잃었다. 모아이가 쓰고 있는 붉은 모자는 '푸카오'라고 하는 것으로 '작은 쪽머리'라는 뜻이다. 섬의 많은 주민들이 아직도 그런 형태의 머리를 갖고 있다. 또 '새사람'에 대한 전설은 제비갈매기가 이스터 섬에 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행한 특별 의식에서 기원한 것이다. 섬을 대표하여 선발된 사람이 새무리의 알을 꺼내는 첫 번째 사람이 되기 위하여 바다에서 270m의 벼랑을 낙하하였다. 맨 먼저 알을 가지고 돌아온 사람은 '탕카타 마누(새사람)'의 칭호를 받고 1년간 섬을 지배하였다고 한다.
이스터 섬에는 모아이에 관한 전설이 있다. 이곳에 최초로 정착한 이주민들은 단이족(短耳族)으로 이들은 히바 섬에 살고 있었다. 단이족의 추장인 호트 마트아가 한 여인을 두고 사랑으로 인한 장이족(長耳族)과의 전쟁에서 패하여 그들은 이스터 섬으로 이주를 하였다. 섬에는 식량이 부족하여 고구마를 주식으로 삼고, 닭과 쥐를 길러 식량을 대신하였다. 그러나 장이족이 다시 이 곳으로 침략해 와 섬 전체를 지배하였다.
이들은 단이족에게 반란의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대규모의 건설 작업에 착수하였다. 이것이 모아이의 제작이다. 단이족은 농사짓는 시간 이외에는 모아이를 만드는 노동에 전념하여야 했다. 장이족은 사람을 잡아 먹는 풍습이 있어 단이족의 아이들을 자주 잡아 먹었다. 결국 이를 참지 못한 단이족은 또다시 전쟁을 일으켰고 이번에는 장이족이 싸움에서 패배하였다. 장이족들은 이 섬의 동쪽 포이케 반도로 쫓겨가서 커다란 참호를 팠다. 단이족들의 공격에 대비하고 단이족들을 이 속에 몰아넣고 불태워 죽이려고 하였으나 이 계획이 누설되었다. 결국 단이족들에게 후방에서 공격을 당하여 그들은 불구덩이 속에 몰아 넣어졌다.
이 전설로 보아 참호의 불이 번져 섬에 무성했던 숲들을 모두 태워 버렸고, 단이족들은 더 이상 석상을 만들지 않았으며, 운반하던 석상들도 도중에 버린 것으로 추측된다. 과학자들의 조사 결과 실제로 이 섬에는 17세기까지 나무가 번성했던 것으로 보아 이 전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전설이 사실이라면 거석상의 모습이 현지 주민과 닮지 않은 점을 설명할 수 있다. 당시 지배자이던 장이족의 모습을 조각했으리란 걸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단이족들이 이 섬의 주민으로 남아있으니 모아이의 모습과는 자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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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이의 제작에 관해서 살펴보면, 모아이의 재질은 상당히 무른 화산암이다. 화산암은 상당히 무른 재질을 가졌기 때문에 별다른 도구가 없어도 제작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돌하르방이 좀 크게 조각되었다고 하면 될 것 같다. 석상들에는 돌조각칼로 형태의 윤곽을 그리고 나서 돌도끼같은 것으로 얼굴 등 윗면을 조각하여 등을 파낸 흔적이 남아 있다. 석상을 만든 채석장에는 밧줄을 걸었던 턱, 구멍, 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석상을 만들기 위해서 먼저 석상을 만들 바위 주변에 고랑을 파고 그 안에서 작업을 한 다음 석상이 완성되면 나무껍질로 만든 밧줄을 이용하여 경사면 아래로 끌어 내려 Y자형 나무썰매를 석상에 붙이고 이것을 밧줄로 당겨서 운반한 것으로 추측된다. 석상을 세울 때도 정교한 지렛대를 이용하여 세울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자들은 이 모아이가 각 부족의 추장이나 성직자의 모습을 새겨 놓은 일종의 만신전(萬神殿)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죽은 영웅이나 조상의 혼백을 부르면 그들의 석상 속에 들어와 살면서 부족이나 가족에게 축복을 내려 준다고 믿었다. 또, 이 섬의 원주민들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폴리네시아인이라 추측하여 왔다. 실제로 이들의 DNA를 조사해 본 결과 폴리네시아인임이 밝혀졌다. 그래서 학자들은 장이족은 말레이시아나 스칸디나비아에서 왔을 것으로 보고 단이족은 폴리네시아 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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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터섬은 몇 세기에 걸쳐 고립되어 오다가 문명인들의 약탈로 인해 그들의 역사를 증명할 만한 문화재가 대부분 소실되었다. 모아이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그나마 남아있는 문화재인 롱고롱고(Rongorongo) 목판을 해석해야 한다. 이스터섬의 지식인들만이 이 롱고롱고 문자를 해석할 수 있었는데 이 지식인들의 대부분은 1862년 당시에 노예로 팔려나가 죽어 버려 이 문자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이 롱고롱고 목판도 원주민들이 땔감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지금은 몇 개 남지 않았다고 한다. 롱고롱고는 '위대한 조상의 전설' 혹은 '이 전설을 전하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이 목판에는 이스터 섬의 역사나 석상의 비밀이 적혀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아직까지 그 뜻을 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