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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불가사의

필론의 "세계 7대 불가사의" 원전

필론의 "세계 7대 불가사의" 원전

 필론이 말한 "세계의 7대 경관(De Septem Orbls Spectaculis)"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7대 불가사의라고 한다. 필론은 비잔틴의 수학자로 이 원고는 기원전 225년경에 저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그가 살던 시대에도 7대 불가사의는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7대 불가사의와 다른 점은 핼리카나소스의 마우솔레움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파로스 등대 대신에 바빌론의 성벽을 7대 불가사의로 기술하고 있다. 아래는 그의 원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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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들 세계의 7대 불가사의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직접 실물을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만약 직접 보려면 페르시아를 출발해서 유프라테스 강을 통과하여 이집트를 여행하고, 그리스의 에레스에 잠시 머물렀다가 카리아의 핼리카나소스를 방문한 후, 로도스로 항로를 잡은 다음 이오니아의 에페소스 신전을 보아야 한다.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여력과 체력이 충분한 사람들은 가능한 한 세계의 불가사의를 모두 보려는 욕심을 가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려 그 사이에 병이 들거나 죽게 될지도 모른다.

 불가사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기념물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선생님으로부터 교육을 받는 것이다. 그것은 힘든 여행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며 집에서 세계를 구경할 수 있도록 해주고 나름의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만약에 직접 여행길에 올라 여러 곳을 방문한다면, 한 번 방문한 장소를 떠나서 곧바로 다른 장소로 가야 하므로 지난번 장소에 대한 것은 곧바로 잊어버리게 된다. 기념물의 상세 부분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추억도 희미하게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기념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건설 방법 등을 정확하게 교육 받는다면 마치 거울의 상과 마찬가지로, 머리에 인상적으로 뿌리박혀 영감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세계7대 불가사의에 대해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영감을 각자에게 얻게 해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려면 자연적으로 7대 불가사의를 칭찬할 수밖에 없다. 나의 글을 잘 읽고 각자가 자신의 각도에 맞춰 어떤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면 세계 7대 불가사의는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지식이 될 것이다. 다만 태양이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것처럼 불가사의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은 그것을 바라보는 모든 것을 방해한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1. 공중정원

 공중정원이라 함은 공중에 식물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땅 위의 지붕에 나무들이 있다는 뜻이다. 돌로 된 기둥들이 정원을 지탱하고 있다. 간격이 매우 좁은 들보는 야자수 나무로 만들어졌다. 이 나무는 썩지 않는 유일한 나무이다. 습기가 빠진 나무에 압력을 가해서 아치와 같이 구부러지게 한 후 외부와 조화가 되도록 적절한 간격으로 고정하였다.

 상당한 깊이로 흙이 채워졌으며 이곳에 나뭇잎이 많은 식물들과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 심어졌다. 이런 풍경이야말로 눈을 즐겁게 하고 주변을 아름답게 만든다. 이곳은 보통 들에서 식물을 기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지 사람들이 걷는 지붕 위에 비옥한 땅이 있다는 것뿐이다.

 정원의 경계에 있는 흙으로 덮여진 땅은 경작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위로부터 물이 내려오는 수로가 있는데 완만한 경사를 통해 물이 흐르며 다른 쪽에서는 압력에 의해 물이 올라가는데 이것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 작동된다. 수로의 기계적 성질은 연속으로 물이 돌게 하는 나선형이다. 옥상의 커다란 집수정에서 공급되는 물이 정원에 심어진 식물들의 뿌리를 적셔 습기를 유지하게 한다.

 정기적으로 물이 공급되므로 가물지 않고 또 배수가 잘 되어 뿌리가 썩지 않게 만들므로 식물들이 항상 아름답게 키워진다. 이것이야말로 걸작 중의 걸작이며 진실한 궁전의 공간이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과일들은 방문자의 머리 위에 항상 열려 있다.


2. 피라미드

 멤피스의 피라미드는 인간의 힘을 초월하여 건설한 것이므로 그들에 대한 설명도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산 위에 쌓여진 산으로서 그곳에 놓여진 돌들을 모두 멀리서 운반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제일 먼저 어떤 거중기를 사용하여 그 높은 곳까지 돌들을 옮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4각형의 기초 위에 피라미드를 만들었는데 우선 땅 위에 돌로 건물 높이 만큼의 기초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에 건물을 점차 줄여가면서 건설했는데 마지막에는 한 점으로 끝난다.

 그 높이는 500피에이며 기초의 둘레는 거의 3천600피에가 된다. 외피는 반질반질한 돌로 돼 있는데 그렇게 완벽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하나의 돌로 덮인 것처럼 보인다. 여러 가지 색과 돌이 사용되었는데 이 곳은 대리석, 저 곳은 아프리카에서 온 검은 돌이 사용되었다. '붉은 피'라는 이름의 돌도 사용되었고 아랍에서 건너온 노란색과 푸른색이 혼합된 돌도 사용되었다.

 피라미드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어떤 사람은 반짝이는 유리잔으로 생각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마르멜로 열매와 같은 노란색으로 보기도 하고 혹자는 자주색 조개를 연상하기도 한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하루가 꼬박 걸리며 정상에서 아래를 바라다보면 마치 발 아래를 보는 것과 같다. 왕국의 힘은 이러한 놀라운 작품을 조화롭게 건설할 수 있을 만큼 튼튼했다. 그렇게도 엄청난 경비를 지출하면서 인간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피라미드를 건설한 것은 반대로 신이 지상까지 내려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제우스 신상

 크노소스가 천상에서 제우스의 아버지라면 페이디아스는 지상에서 제우스에게 영생을 준 어머니이다. 페이디아스만이 우주의 왕과 그의 손에서 내려치는 번개를 보게 할 수 있다.

 제우스가 페이디아스의 아들이라는 말에 불쾌감을 느낄지는 모르지만 그의 재주만은 제우스의 어머니라 불릴 만하다. 페이디아스는 그가 갖고 있는 재료로 살아 있는 것과 똑같은 야생동물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

 제우스 신상을 제외한 나머지 6개의 불가사의에 대해 찬양하지만 제우스 신을 성스럽고 경외심이 가도록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의 재능 때문이었다. 그의 작업은 모든 이에게 영광을 받을 수 있을만큼 영원하며 당연히 찬사를 받을 만하다.

 그에게 손이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그리스의 가장 커다란 자랑거리이다. 영원한 창조자인 예술가를 갖고 있으므로 신들이 인간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다른 시대와도 그를 비교할 수는 없다. 사실, 페이디아스는 올림픽의 챔피언이며 단순하게 생각하는 이상을 실현할 수 있고 또 공상적인 것을 실제로 현실화할 수 있다.


4. 로도스 거상

 로도스 섬은 오랫동안 바다 속에 있었는데 헬리오스가 바다 속에서 나오도록 신에게 요청했다. 그곳에 헬리오스의 거상을 만들었는데 높이가 120피에이다. 예술가는 광산을 고갈시킬 정도로 많은 청동을 사용했고 그것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작업이었다.

 아마도 제우스가 로도스인들의 이 놀라운 작업을 승낙했을 것으로 보인다. 로도스인들은 헬리오스의 조상을 건립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다. 예술가들은 조상의 내부에 철 지주와 돌을 넣어 튼튼하게 보강했다. 보이지 않는 작업이 보이는 작업보다 더 어려운 것인데 마치 키클롭스의 해머 작업과 같았을 것이다.

 이 조상을 보고 찬탄해 마지 않는 방문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어떤 망치를 사용하여 이 거대한 조상을 만들었을까? 어떤 크기의 모루를 사용하였으며 어떤 수작업으로 그 많은 양의 금속을 다룰 수 있었을까?

 예술가들은 먼저 대리석으로 된 기초부를 만든 다음에 거상의 발뒤꿈치를 제일 먼저 만들기 시작했다. 조상의 높이는 120피에로 계산했다. 조상의 발만 해도 다른 조각상들보다 훨씬 큰 규모이므로 기중기로 나머지 부분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현장에서 쐐기들을 주물하여 튼튼하게 만든 후 그 위로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계속적으로 올려가면서 만들었을 것이다.

 예술가들이 조상을 각 부분으로 나누었다. 그들은 먼저 처음 부분을 조립하고 그 위에 두 번째 부분을 현장에서 주물하고 두 번째 부분 위에 세 번째 부분을 만들고 그 다음에 계속해서 나머지 부분을 만들었다.

 첫 번째 주물이 완성되면 내부의 조인트와 철봉들이 보강되며 돌들이 그것들 사이에 채워졌다. 건설 기간 동안에 그 형태가 유지되기 위해 거상의 완성된 부분은 흙으로 주위를 채웟고 작업이 끝나자 그 흙을 제거했다.

 조상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예산이 소비되었는데 500탈란트의 동, 300탈란트의 은을 지출했다. 로도스인들과 예술가들이 합작하여 놀라운 작품을 만든 것이다.

(출처 : EBS 다큐프라임 유튜브 캡처)

5. 바빌론 성벽

 세미라미스는 자신의 재산을 털어 엄청난 유적을 남겨 놓고 죽었다. 그것이 바로 세계의 불가사의이다. 그녀는 바빌론에 성벽을 둘러쌌는데 그 성벽의 거리는 무려 4만 1천 피에나 된다. 그 길이가 얼마나 긴지 성벽 주위를 달리는 데 하루 종일 걸린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길이뿐만이 아니라 성벽의 견고함과 넓은 폭이다. 성벽은 구운 벽돌과 아스팔트로 만들었다.

 성벽의 높이는 80피에나 되며 4대의 4두 이륜마차가 한꺼번에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각 곳에 여러 층으로 된 성채가 있는데 그것에 모든 장병들이 머물 수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볼 때 내부에 주거지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벽 안에 살고 있다. 성벽 안 넓은 토지에서 많은 바빌론 주민들이 농작물을 경작하기 때문에 성벽 밖의 주민들은 이국인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6. 아르테미스 신전

 에페수스에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은 신들이 사는 단 하나의 주거지이다. 사람들이 이 신전을 바라보기만 하면 하늘에 사는 신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을 떠나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거인들이나 또는 알로에오스가 가끔 하늘에 오르기 위해 산들을 겹쳐 쌓았고 그곳에 올림피아 신전보다 더 큰 건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말로 힘이 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건축가는 땅을 수평으로 만든 후 깊숙이 땅을 파고 기초를 만들었다. 지하에 파묻힌 지하구조를 만들기 위해 주변의 모든 채석장이 고갈될 정도였다. 건물을 견고하게 지지할 수 있게 만든 다음 10도의 경사를 갖는 기단을 외부에 만들고 이 발판 위에....(발견된 원고는 여기서 끝이 난다)


자료 출처 : 신화와 역사로 읽는 세계 7대 불가사의(2001년, 이종호 저, 뜨인돌, 277-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