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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유물.유적

성배와 아서왕의 전설

성배(聖杯, The Holly Grail)와 아서왕의 전설

 성배란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 사용한 잔으로 알려져 있으며 십자가 위의 예수가 흘린 피를 아리마태아(Arimathea)의 요셉(Joseph)이 이 잔에 받았다고 한다. 요셉은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로마병사의 창, 이른바 성창도 가지고 있었다. 요셉은 창과 잔을 가지고 영국으로 이주하였는데, 그가 죽은 후 그 잔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술잔은 요셉에게서 다른 사람들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마법의 힘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성배(聖杯, The Holly Grail)(출처 : deespana.blogspot.com)

 성배의 유래는 성서(聖書)에는 나오지 않고 성서외전(聖書外傳)들에서 나온 것이며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수와 그 시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브르타뉴 지역(영국과 인접한 프랑스 서북부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켈트족의 전설로 각색되었다.

 성배의 전설은 서유럽의 문학과 예술에서 가장 오래 이어져 온 것 중의 하나이다. 성배가 문학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190년경에 크레티엥 드 트루아(Chretien de Troyes)가 지은 “성배 이야기(Le Conte del Graal)”라는 작품에서였다. 그 후 50년 동안 성배를 주제로한 시와 산문작품이 여럿 쓰여졌다. 그 후 성배는 찾아야할 대상으로 신비주의와 상상이 결합하여 여러 작품 속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성배에 관해서 가장 유명한 전설은 아서 왕(King Arthur)의 이야기이다. 아서왕의 전설은 가장 유명한 기사 전설인데 여기에는 마법사 멀린, '원탁의 기사'라 불리는 아서 왕의 부하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여인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아서 왕은 브리튼의 왕으로, 원탁의 기사들과 함께 명검 엑스칼리버를 휘두르며 수많은 무훈을 세웠다. 용감하고 위풍당당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았던 아서 왕은 부하들뿐 아니라 온 백성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아서 왕, King Arthur(아서왕 - 출처 : pinterest.com)

 아서 왕의 주변 인물들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이 바로 예언자 멀린이다. 멀린은 아서 왕이 즉위한 후 일어난 여러 전쟁에서 예언, 조언, 마술 등을 통해 곁에서 항상 아서 왕을 도와 주었다.

 멀린은 연인이었던 호수의 요정 비비안에 의해 갇혀 버렸는데 아서 왕의 충실한 신하인 거웨인(Gawain) 경과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그 때 멀린은 지체하지 말고 성배를 찾으라는 말을 아서왕에게 전하라고 한다.

 거웨인 경의 말을 들은 아서 왕은 기사들과 함께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순간 갑자기 뇌성이 들리더니 밝고 환한 빛이 들었다. 방 안에 향기로운 냄새가 가득하더니 하얀 비단에 싸인 성배가 나타났다. 모두가 놀라 넋을 잃고 이 광경을 바라보았는데 성배는 이내 사라져 버렸다.

 아서 왕은 성배가 나타난 사실에 신에게 감사하는 기도를 올렸고 거웨인 경은 일어나서 성배를 찾아 떠나겠노라 선언했다. 그러자 다른 기사들도 그와 뜻을 같이 했다. 성배를 찾지 못할 것이라 예상한 아서 왕은 그들을 말리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기사들의 의지가 너무나 확고하였고, 다음날 기사들은 성배를 찾아서 모험을 떠났다.

원탁, 성배(출처 : Wikimedia Commons)

 성배는 황무지로 둘러싸인 신비한 성안에 있으며 치료되지 않는 상처로 괴로워하는 어부 왕(Fisher King)이라는 수호자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다고 믿어져 왔다. 퍼시벌은 아름다운 성이 있는 호숫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백발 노인(그가 바로 어부왕이었다)을 만나서 성 안으로 들어가 성배와 피 흘리는 성창을 보았다고 한다.

 수많은 기사들이 성배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거의 대부분의 기사들이 성배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탐색을 완료하지 못했고 수많은 기사들 중 보호트 한 사람만이 아서 왕에게 돌아가 성배 탐색을 완료했음을 보고했다. 아서 왕은 학자들을 불러 성배 탐색에 대한 모든 모험담을 기록하게 했고 이것을 방대한 책으로 만들어 솔즈베리의 교회에 헌납했다고 한다.

 성배를 뜻하는 영어 '그레일(grail)'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보면, 프랑스어의 '상 레알(sang real)'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왕의 피'라는 뜻인데 예수의 피를 가리킨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 레알은 상 그레알(san greal)로 바뀌었고, 나중에 영어로 'Holy Grail'이 되었을 것이다. '대접'이라는 뜻의 중세 영어 단어 그랄(graal)에서 유래했을 가능성도 있다.

 성배의 형태와 재질에 대해 전설에 따라 크게 다르다. 우리는 성배라고 하여 잔으로 의미를 한정시켜 부르고 있다. 성배는 일반적으로 와인잔과 같은 형태를 한 은제 잔이 연상될 때가 많지만, 수많은 아더 왕 전설에서는 ‘은으로 된 큰 접시’로 묘사되어 있다. 어쨋든 그 재질이 은이었다는 내용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페인의 발렌시아 대성당에는 진짜 성배라고 하는 유물이 전해져온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생전에 이곳을 방문하여 참배했고 베네딕토 16세는 이 성배를 가지고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성배가 정말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상상 속의 산물에 불과한 것일까? 전설이나 신화를 보면 상징적이거나 은유적인 표현들이 많이 나타난다. 성배도 그러한 표현의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 https://namu.wiki/w/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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