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ron pillar of Delhi
인도 델리 교외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인 꾸뜹 미나르(Qutub Minar). 이곳에는 4세기 Kumara Gupta I세에 의해 세워진 높이 7m 정도의 철기둥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 검은 철기둥이지만 꽤 유명한 유적입니다.
이 철기둥이 유명해진 이유는 415년에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약 1,600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녹슬지 않고 있어 학자들 사이에서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은 유적입니다. 또한 당시 기술로 순도 99%의 쇠기둥을 어떻게 제작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이 쇠기둥은 직경 44cm, 높이 7m, 무게 10톤의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철이란 금속은 쉽게 녹이 슬어 버리는 특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철기둥은 별다른 변화없이 오랜 세월을 버텼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이 1913년에 개발된 것에 비추어 볼 때 놀라운 기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쇠기둥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이 있습니다. 기둥에 등을 대고 양팔을 뒤로 젖혀 손가락으로 깍지를 낄 수 있는 사람에게는 행운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기둥 주변으로 울타리가 세워져 있어 아무도 시도를 해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 철기둥이 녹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도의 한 과학자가 그 비밀을 풀었는데 철기둥에는 인의 함량이 비교적 높았다는 것입니다. 철과 인, 공기 중의 습기와 산소가 서로 반응하여 일종의 인산수소칼슘이라는 화합물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이것이 철기둥 외벽에 보호층을 형성하여 내부의 철 성분이 산소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는 일종의 코팅제 역할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를 조사한 일본 TV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인도의 철광석에는 인 성분이 비교적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철을 정제할 때 Cassia auriculata라는 식물을 첨가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식물은 인이 풍부한 식물이라고 하며 이렇게 얻어진 철을 얇은 원반 모양으로 가열하면서 두드리면 철의 표면은 인 화합물로 뒤덮이게 되어 녹에 강한 철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인도에서 철을 정제할 때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내용도 방송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우수한 기술을 가졌던 고대 인도인들에게서 이 철기둥 외에는 녹슬지 않는 철제 유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 철기둥이 전혀 부식이 되지 않고 온전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것들과 비교해서 녹이 슬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들을 보면 일부 부식된 부분이 보이기도 하는데 만들어진 시기에 비해 부식의 진행이 늦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땅 속에 묻혀 있는 부분은 이미 부식이 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부식 방지를 위한 고대인들의 지혜가 더해진 유적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