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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백과

공룡에 관한 의문들

공룡에 관한 의문들

 우리가 공룡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증거는 화석밖에 없다. 그것도 불완전한 상태의...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 진짜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언제든지 새로운 화석이 발견되면 그것의 모습에 따라 새로운 학설이 제기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지금까지의 지식에 반대되는 새로운 가설들을 통하여 공룡에 관한 의문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1. 공룡은 온혈동물인가?

 포유류는 스스로 열을 생산하여 체온을 높이고 그것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내온성이자 항온성의 온혈성 동물이다. 열대어는 열을 생산할 수는 없고 살고 있는 환경의 온도가 높고 잘 변하지 않으므로 높은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외온성이지만 항온성이자 온혈성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악어나 도마뱀같은 파충류는 기온이 내려가면 체온도 내려가는데 햇빛을 받아서 겨우 체온을 높일 수 있었다. 그들은 외온성이자 변온성으로 밤에는 냉혈성, 낮에는 온혈성 동물이다. 공룡이 온혈성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내온성이자 항온성이었다는 것과 같은 뜻인데 정말 그런 것일까?

 공룡 온혈설은 공룡이 파충류처럼 냉혈동물이 아니고, 포유류나 조류처럼 스스로 체온을 만들고 이것을 유지할 수 있는 온혈동물이었다는 설로 콜로라도 대학의 로버트 베커는 1970년대 이래 지나칠 정도로 이 설을 주장하고 있다. 베커의 이러한 주장은 베커의 스승인 존 오스트롬 박사가 1964년에 소형 육식 공룡 데이노니쿠스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오스트롬은 고속으로 달릴 수 있고 뒷다리의 갈고랑이 발톱으로 먹이를 낚아채는 데이노니쿠스의 활동이 높은 활동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온혈성에 의하지 않으면 설명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룡, 데이노니쿠스와 이빨화석

 베커는 이러한 오스트롬의 설을 근거로 하여 독자적으로 공룡온혈설을 전개했다. 그는 먼저 동물계에 존재하는 잡아먹는 자(포식자)와 잡아먹히는 자(피식자)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의 비율의 현재의 사바나에서의 초식 동물과 육식 동물의 비율에 가깝다는 것을 지적하고(즉, 변온성인 양서류와 파충류보다는 포유류에 가깝다는 것) 공룡이 냉혈이라면 식사량이 적어도 되므로 더 많은 육식 공룡이 있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룡의 뼈조직이 포유류와 조류의 것과 비슷하다는 점 등 다양한 근거를 들고 있다.

 여러 면에서 이러한 주장은 매우 흥미있어 보이지만 고생물학자 모두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체온을 만들어 내고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먹이와 산소는 복잡한 생화학적 과정을 거쳐 열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이의 섭취량 또한 엄청나야 한다. 소형 육식 공룡이 항온 동물이었다는 설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30톤 이상이나 되는 용각류가 항온 동물이라는 가정은 이러한 동물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에너지 양과 영양섭취 방법을 고려할 때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동물의 체구가 크면 클수록 항온 동물에 가깝다는 사실을 잊고 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체구가 큰 동물은 체중/표면적의 관계에서 작은 동물보다 훨씬 더 천천히 열을 흡수하고 발산하기 때문이다. 작은 그릇에 든 뜨거운 물은 곧 식지만 욕조 안의 뜨거운 물은 천천히 식는다. 이와 같은 원리로 몸이 거대해지면 일단 높아진 체온을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대강의 기준으로 몸무게가 200kg이 넘으면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체온이 높고 일정하여 외온성이면서 항온성이자 온혈성이 된다고 한다. 이 현상을 관성 항온성이라고 하는데 공룡의 몸이 거대해진 의미를 이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열을 생산하고 체온을 조절할 능력이 없었던 공룡은 활동력을 높이고 대사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몸을 거대하게 하였던 것은 아닐까?

 이렇게 대형 공룡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데이노니쿠스같은 소형 육식성 공룡은 온혈성이었다는 주장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온혈성 : 체온이 높다    냉혈성 : 체온이 낮다

 항온성 : 체온이 항상 일정하다    변온성 : 체온이 변한다

 내온성 : 체내에서 열을 생산한다    외온성 : 체외의 열에 의하여 체온을 높인다


2. 공룡은 새끼를 길렀다?

 1978년 미국의 공룡학자 호너 박사는 몬태나 주에서 공룡의 집단적 거처지를 발견하였다. 호너는 새로 발견한 공룡에게 '마이아사우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상냥한 어미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마이아사우라는 백악기 후기의 초식성 공룡으로, 집에서 알을 낳고 알에서 깬 새끼에게 식물의 잎이나 열매 등을 가져다가 먹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발견된 화석에서는 알에서 깨어나기 직전의 새끼 공룡도 있었는데 새끼의 이빨이 많이 닳아 있었고 이미 먹이를 먹고 있었는데도 다리의 발육이 불완전하여 아직 잘 걸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였다. 이것은 새끼가 집 안에서 어미에게 먹이를 얻어 먹으며 자랐다는 것을 추측하게 하였다. 공룡의 새끼기르기설은 여기서 나오게 되었다.

공룡, 마이아사우라

 마이아사우라의 집은 7m가량의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이것은 다 자란 마이아사우라의 몸길이와 같은데 조류의 집과 많이 비슷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공룡이 파충류보다 조류에 가까운 동물이 아닐까 하는 주장도 등장하였다. 여기서 발견된 발자국을 해석한 결과, 다 자란 공룡은 무리의 바깥쪽을 새끼는 안쪽을 걷고 있었다는 것을 밝혀 냈다.

 그러나 정말로 새끼를 길렀을까? 조류에서는 어미 새가 곤충을 잡아와서 새끼에게 먹이지만 이와 같은 행동을 현재의 파충류에서 볼 수는 없다. 악어의 무리는 알을 낳아 놓은 집을 지키고 알에서 깬 새끼를 물가에 데리고 가기는 하지만 먹이를 나눠 주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몸무게에 비해 뇌가 작은 파충류가 뇌가 큰 조류나 포유류에서 볼 수 있는 새끼 기르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다른 개체와는 달리 인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와 같은 행동은 성립되지 않는다. 공룡의 뇌에서 그와 같은 인지가 이루어졌을까? 또, 마이아 사우라의 경우는 초식성 동물이면서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 주었다는 가정이 서 있다. 마이아사우라는 백악기 후기에 살았는데 이 시기는 이미 속씨식물이 번창하고 있었다. 그들의 산란 장소가 식물이 무성한 삼림에 만들어졌다면 어미가 애써 먹이를 운반할 필요가 있었을까?


3. 새는 공룡의 자손인가?

 공룡의 연구자를 중심으로 새의 조상은 공룡이라는 설이 최근에 와서 유력해지고 일반에게도 보급되고 있다. 새의 조상이 파충류 중의 큰 그룹인 주룡류라는 것은 전부터 알려져 있었는데 이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단 주룡류에는 조치류, 악어, 공룡, 익룡이 포함되고 이 중의 어느 것이 조상이냐는 점에서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시조새는 1861년에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가장 오래된 새로 조상새라고도 한다. 아르케욥테릭스속(Archaeopteryx)과 아르케요르니스속(Archaeornis)의 2속이 알려져 있다. 골격은 소형 육식 공룡인 코엘로사우루스류와 흡사한데 앞다리(날개)를 비롯한 온몸이 깃털로 덮여 있다. 깃털은 조류의 최대 특징이다. 요컨대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양쪽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두 무리를 연결하는 동물로 알려져 왔다.

공룡, 아르케욥테릭스     공룡, 시조새화석

 시조새의 골격에 주목한 사람은 다윈의 진화론을 강력하게 옹호한 헉슬리(T. Huxley 1825~1895)이다. 그러나 헉슬리가 시조새를 공룡의 범위 안에 포함시킨 것과 공룡에는 조류의 특징인 쇄골이 없다는 점 등이 원인이 되어 공룡과 새는 조치류를 공통의 조상으로 하여 진화하였다는 설이 1900년경부터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1970년대에 미국의 오스트롬은 시조새의 전체 표본을 자세히 연구하여 시조새는 소형 육식 공룡(코엘로사우루스류)의 직접 자손이라고 주장하였다. 조사를 거듭하면서 시조새와 코엘로사우루스류의 골격이 상당히 흡사함을 발견하였는데 이것은 직접적인 조상과 자손 관계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조치류가 조류의 조상이라는 설에도 결정적인 증거가 불충분했으므로 최근에는 오스트롬의 학설을 지지하여 조류는 공룡의 자손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1986년에 미국의 텍사스 주에서 시조새보다 7500만년 전(트라이아스기)의 조류 화석이 발견되었다. '프로토에이비스'라고 명명된 이 화석이 정말 새라면 새의 조상은 공룡이 아니다. 트라이아스기 전기에는 공룡이 아직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토에이비스에는 깃털의 흔적이 없고 화석도 불완전하여 조치류와 구별할 수 없다. 더욱이 프로토에이비스가 조류라면 프로토에이비스와 시조새와의 관계, 시조새와 코엘로사우루스류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조류는 처음 7500만년 동안은 거의 진화하지 않다가 시조새 이후 1000만~2000만년 동안에 급격하게 진화한 것이 되는데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진화에 의문이 생긴다.


참고 자료 : Newton Highlight - 공룡연대기(1996년, 계몽사, 38-39, 40, 42)

공룡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1995년, 장 기 미샤르 저/양승영 역, 시공사, 7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