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과 화이트홀
빛이 다른 물체와 똑같이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면 우리 지구와 똑같은 밀도를 가지면서 그 지름이 태양의 250배보다 더 큰 별에서 나오는 빛은 그 별의 강한 인력 때문에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우주에 존재하는 매우 큰 천체들은 이러한 이유로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피에르 라플라스(Pierre Laplace, 1749~1827)는 빛이 탈출할 수 없는 별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것이 블랙홀의 존재를 예견한 최초의 생각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의 물리학자 존 미첼(John Mitchell)도 이러한 생각을 가졌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제창한 이듬해인 1917년에 독일의 수학자 슈바르츠실트(K. Schwarzschild)는 불가사의한 천체가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의해 예언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1969년, 미국의 물리학자 휠러(J. Wheeler)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예언하는 새로운 천체를 "블랙홀(Black Hole)"이라고 불렀다. 그 천체는 표면이 없고, 어떤 영역의 내부로 떨어져 들어가면 강한 중력으로 어떤 것도 그 곳을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 영역은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는 암흑의 세계이다. 그래서 블랙홀이란 이름이 생긴 것이다. 블랙홀은 밀도와 중력의 세기가 무한대인 특이점(特異點, Singular point)과 그 주위의 사상의 지평면(事象의 地平面, Event horizon)으로 형성된다. 사상의 지평면은 탈출할 수 없는 영역과의 경계면을 뜻한다. 블랙홀의 내부로 들어간 물질은 영원히 그 안에 갇히게 된다. 그 곳은 어떤 방정식도 의미가 없고 어떠한 물리법칙도 통용되지 않는 세계이다. 특이점으로 들어가 버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블랙홀의 생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강력한 수축으로 생성된다는 것이다. 물질이 극단적인 수축을 일으켜 그 크기가 임계반지름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이하로 줄어들어 빛, 에너지, 물질, 입자 그 어느 것도 탈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주가 대폭발로 창조될 때 물질이 크고 작은 덩어리로 뭉쳐서 블랙홀이 무수히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주 대폭발의 힘으로 태어난 블랙홀을 원시(原始) 블랙홀이라 한다. 원시 블랙홀 중에는 태양 질량의 30억 배에 달하는 거대한 것과 빅뱅 후 플랑크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심한 충격파에 의해 생겨난 미소 블랙홀이 있다. 스티븐 호킹에 따르면 이 미소 블랙홀은 크기가 10-37cm쯤이고 질량이 10-11g정도로 아주 작은 것들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질량을 잃고 증발한다.
일반적으로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별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백색왜성이라는 작고 밝은 흰색 천체가 되어 그 일생을 마친다. 그러나 태양 질량의 수배가 넘는 별들은 폭발을 일으키며 초신성이 된다. 이 때 바깥층의 물질은 우주공간으로 날아가고, 중심부의 물질은 반대로 내부를 향해 짜부라져 중성자별이 된다. 이러한 중성자별은 그것에서 나오는 규칙적으로 맥동(脈動)하는 전파인 펄서(Pilsar)가 발견되어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근래에 인공위성의 X선 망원경으로 백조자리 X-1에서 강력한 X선원을 발견하였다. 백조자리 X-1은 청색 초거성과 미지의 천체가 쌍성(雙星)을 이루고 있는데, 초거성으로부터 물질이 흘러나와 미지의 천체 쪽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아마도 미지의 천체는 블랙홀이 아닌가 생각된다. 블랙홀이 단독으로 존재한다면 그 존재를 알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연성의 한 쪽이 붕괴하여 블랙홀로 되어 있는 경우라면 관측이 가능하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의해 상대별의 가스가 빨려들어갈 때 X선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이 별 중에서 질량이 태양의 3배이상인 것을 찾으면 된다. 백조자리 X-1은 태양의 10배정도의 질량을 가진다. 백조자리 X-1과 대 마젤란 성운 X-3은 블랙홀일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블랙홀로 추정되는 천체가 5개 발견되어 있다.
위에서 말한 중성자별과 펄서, 블랙홀의 후보인 X선 별의 발견 그리고 영국의 물리학자 펜로즈(R. Penrose)와 호킹(S. Hawking)에 의한 '특이점 정리'의 증명, 은하중심의 거대한 블랙홀이나 우주에 있어서의 미니블랙홀의 형성 가능성의 지적 등 연구성과에 의해 블랙홀은 이론이 아니라 점점 실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60년대 이전의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을 진지하게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블랙홀이 매우 비정상적인 천체이며 일부 이론가들의 희망적인 사고의 결론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의 호기심은 오늘날의 과학적 성과를 가져 왔다.
블랙홀은 우리 은하계 안에도 약 1억 개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구상성단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1000배에 해당하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고, 은하계 중심에는 태양질량의 10억배, 은하단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1014배나 되는 큰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화이트홀(White Hole)이 있다.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우주에서 그 존재가 증명되지는 않았다. 모든 물체를 방출하는 세계가 바로 화이트홀이다. 블랙홀의 명명자 휠러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의 사상의 지평선 내부를 잘라내고 그 나머지를 연결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블랙홀에 흡입된 물질은 화이트홀에서 방출된다. 이 때 블랙홀의 흡입구가 있는 세계와 화이트 홀의 방출구가 있는 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가 된다. 과학자들은 화이트홀이 실재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수명이 매우 짧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홀에서는 물체(빛)의 에너지가 급격히 증가해 순식간에 블랙홀로 바뀐다는 것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호킹은 블랙홀이 작을수록 화이트홀과 다름없는 강한 빛과 물질을 방출한다는 이론을 내놓기도 하였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시켜 주는 통로를 웜홀(Worm Hole, 슈바르츠실트의 목 또는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이라 한다. 웜홀을 지나 여행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우주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도달할 수 있다. 웜홀은 벌레가 사과 표면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할 때 이미 파 먹은 구멍을 뚫고 가면 표면을 기는 것보다 더 빨리 간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블랙홀은 빨리 회전하면 회전할수록 웜홀을 만들기 쉽고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웜홀을 만들 수 없다.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손 박사 팀이 웜홀을 사용하면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논문을 물리학회지에 발표하였다. 웜홀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그것을 초고속으로 운동시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이론은 여러 가정을 전제로 세워진 것이기 때문에 그들 자신도 이 이론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 시간여행의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예를 들어 10년 걸려 갈 수 있는 거리를 웜홀을 통해 1년만에 도착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9년이라는 시간을 더 빨리 도착하게 된다. 즉, 과거의 같은 장소에 도착한 셈이다. 그러나 시간여행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진입하는 모든 물체가 파괴되어서 웜홀을 통한 여행은 수학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또 웜홀은 매우 불안정하여 미세한 교란에도 붕괴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웜홀을 이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현대 과학으로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양자 효과가 너무 커서 웜홀이 스스로 닫혀 버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웜홀 안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그 중심에서는 완전히 정지해 버린다. 즉, 웜홀을 빠져나가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공간이동이나 UFO의 이동이 웜홀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위적으로 안정적인 웜홀을 만들 수 있다면 실제로 공간이동이나 시간여행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참고 자료 : http://my.netian.com/~n87bada(폐쇄)
http://zard2k.hihome.com(폐쇄)
http://www.spacetrip.ce.ro(폐쇄)
엠파스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