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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고

비행선 L-8 추락과 조종사 실종사건

US NAVY L-8, Ghost Blimp

 

 1942년 8월 16일, 미국의 어느 마을에 비행선이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비행선 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 비행선은 미국 해군에 소속된 L-8로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넣고 그 부력을 이용해 공중을 날아다니는 비행선이었습니다.

 

US NAVY L-8 (출처 : historynet.com)

 

 엔진 소음이 적고 오래 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처음에는 주로 홍보용으로 이용되었습니다. 타이어회사인 굿이어 사에서 홍보용으로 제작한 것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미국이 초계 목적으로 구입해 여러 임무에 투입되었습니다.

 

 

 

 진주만공습 이후 태평양에서 일본군 잠수함의 공격이 있었고 대서양에서는 나치 독일의 유보트가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은 이들 잠수함들을 초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민간용 비행선들을 사들여 비행선전대를 만들었습니다. 이들 비행선들은 주로 미국 해안가에 배치되어 일분과 독일의 잠수함에 대한 초계활동을 벌였습니다. L-8은 그 비행선 중 하나였으며 특히 둘리틀 특공대의 도쿄 공습 때 예비부품을 항공모함 호넷에 운반하기도 하였습니다.

 

추락 중인 L-8 (출처 : allthatsinteresting.com)

 

 사고 당시 L-8의 승무원은 27세의 코디 중위와 38세의 아담스 소위 두 사람이었습니다. 새벽 6시 경 감시와 정찰 임무를 맡은 비행선 L-8은 비행선 기지인 트래져 섬(Treasure Island)을 출발해 금문교를 지나 패럴론 섬에 도착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작전시간은 대략 4시간에서 4시간반 정도로 예상되었으며 당시 기상상태는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목적지가 아닌 샌프란시스코 남쪽 데일리(Daly) 시의 주택가에 나타난 비행선은 주택들을 파손시키며 마을 한복판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비행선 안에는 조종사들이 없었고 안에서만 열 수 있는 조종칸의 출입구가 열려 있었습니다(소방관이 조종사 구출을 위해 문을 부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비행선이 추락하기 전에 두 조종사가 미리 탈출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수색했지만 주변에서 두 조종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추락한 L-8 (출처 : sfchronicle.com)

 

 그 후 비행선 L-8 사건을 조사한 결과, 비행선의 추락 원인을 찾지 못하면서 의문이 계속되었습니다. 사고 당일 날씨가 좋아 악천후의 위험이 없었고, 비행선이 외부에서 공격당한 흔적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엔진이나 연료 상황 등도 정상이었으며, 사고 4일전 비행선 점검 상태도 양호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사고 원인에 대한 여러 가설이 제기되었습니다. 두 조종사는 특수요원으로 적군의 배에 잠입하기 위해 뛰어내렸다는 주장, 밀항자의 침입으로 몸싸움을 벌이던 도중 사고가 발생해 밖으로 떨어졌다는 주장 등이 있었으나 사고 당일 수십명의 목격자 증언에 의하면 비행선 밖으로 떨어진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심지어 두 사람이 UFO를 발견해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는 주장까지 이어졌습니다.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가설들이었습니다.

 

추락한 L-8 (출처 : historynet.com)

 

 사건 발생 1년 후 미 해군 측은 두 사람을 사망처리하고 사건을 종결지었습니다. 당시 일각에서는 너무 빨리 사건을 마무리했다며 정부가 그들의 실종에 대한 비밀을 은폐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추락한 비행선 L-8은 이후 수리를 받고 훈련용 비행선으로 쓰이다가 전쟁이 끝나고 민간에 넘겨져 스포츠 경기 중계용으로 1982년까지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 플로리다 주 펜사콜라에 있는 해군비행박물관에 전시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