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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유물.유적

우주선 논란을 불러일으킨 팔렌케 석관의 그림

 마야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다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시한 증거가 팔렌케(Palenque) 유적에 있습니다. 그것은 팔렌케를 통치하고 있던 파칼 왕의 석관을 덮고 있는 뚜껑에 새겨진 그림입니다.

 멕시코의 팔렌케 마야 유적지에 있는 비문의 사원(Templo de las Inscripciones)에서 발견된 파칼 왕 석관의 덮개는 독특한 문양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틀을 이루고 있는 이 그림에는 마치 무언가를 타고 가는 듯한 사람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팔렌케 석관 (출처 : instiz.net)

 헬멧을 쓰고 우주선의 앞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손으로 조정간을 조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헬멧에서 두 줄의 호스가 나와 뒤쪽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산소호흡기라고 합니다. 우주선의 앞쪽에는 에너지 저장장치처럼 보이는 물체가 있고, 뒤쪽에는 추진 불꽃이 분사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고고학자, 에리히 폰 대니켄을 비롯한 일부 UFO 연구가들은 이 그림이 마야인들이 실제 비행을 하였다는 증거이거나 UFO의 착륙장면 묘사 내지는 UFO를 방문했던 경험을 묘사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팔렌케 유적 비문의 사원 (출처 : Wikimedia Commons)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 석관 덮개의 그림이 케찰코아틀(Quetzalcóatl)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케찰코아틀은 물이나 농경과 관련된 뱀 신으로 ‘털 있는 뱀’이라는 용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 그림을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놓고 본다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아래쪽에 놓인 제단 가운데 한 사람이 누워(?) 있는데 인신공양이 있었던 마야의 풍습으로 보아 이 사람은 제단 위에 놓여진 제물로 보아야 하고 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케찰코아틀은 제단 위를 감싸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로로 놓고 본 석관 덮개 그림

 또 다른 고고학자와 역사학자들은 저승으로 나아가는 관 속의 사람을 묘사한 것일 뿐 우주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 그림이 관의 뚜껑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그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죽은 자가 신이 다스리는 불멸의 세계로 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라는 겁니다. 이는 마야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사후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입니다.

 주류 학자들의 주장처럼 고대의 신이나 망자를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몇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남아 있습니다. 엉거주춤하게 누운 것도 앉은 것도 아닌 자세로 사람을 그렸다는 점, 그림 속 사람의 복장이 일반적인 마야 유적지에서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