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체외이탈)
유체이탈은 사람의 의식이 일시적으로 육체에서 빠져나가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사람이란 육체와 영혼으로 분리될 수 있으며 영혼이 육체와 분리된 상태가 그것이다. 유체라는 말은 일본어의 잘못된 번역이므로 우리말로는 체외이탈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흔히 영어로는 OBE(Out of the Body Experience)라고 한다.
체외이탈은 보통 일반적인 상태에서도 쉽게 경험한다. 대부분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명상이나 간질발작, 편두통을 통해서도 일어난다고 한다. 단순한 환각과는 달리 이것을 경험한 사람은 실제로 일어난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매우 현실적인 느낌을 받는다. 공중에 떠서 바닥에 누워 있는 자신을 목격하기도 한다. 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15~20%는 평생에 한번 이상 체외이탈의 경험을 한다고 한다. 대개 수초에서 수분까지 지속되며 발생하는 원인과 장소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체외이탈은 그 발생원인에 따라 자연 체외이탈과 강제 체외이탈로 나눌 수 있다. 자연 체외이탈은 침대에서 잠을 자거나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 특별한 이유없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이다. 강제 체외이탈은 특정한 사고나 상태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상처를 입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발생한다. 어떤 환자가 마취 상태로 수술을 받는 동안에 의사들의 머리에서 내려다 본 자신의 수술 장면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임사체험의 일부분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또, 그 발생장소에 따라 국부적 체외이탈과 영적 여행(Astral Travel)으로 나뉜다. 국부적 체외이탈은 사람의 육체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어떤 사건이나 장면을 체험하는 경우이다. 대부분은 이렇게 국부적으로 발생하지만 멀리 떨어진 곳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수술도중 육체를 떠난 의식이 병실 밖에서 간호사와 의사의 대화를 엿들은 사례가 보고되었는데 대화 내용이 당사자들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러한 체외이탈을 영적 여행이라 부른다.
국부적 체외이탈은 특별항 형태의 환각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뇌를 통해 들어오는 감각정보와 기억을 결합시켜 특정한 사건을 재구성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일어난 상황을 정확히 묘사하는 영적 여행은 단순한 환각으로 볼 수는 없으며 육체와 영혼이 독립된 존재임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경험이다. 이러한 이유로 초심리학에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체외이탈에 관한 기록 중 미국의 실업가 로버트 먼로가 수백번의 이탈을 되풀이한 것이 가장 유명하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 찰스 T. 타트는 먼로의 체외이탈 경험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먼로는 대부분 잠에 빠져들기 직전의 의식 상태에서 체외이탈을 하여 주변 인물들을 방문한 경험을 주로 말했다. 그 중에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어느 토요일 오후, 먼로는 체외이탈한 상태에서 친구인 RW라는 여자를 찾아갔다. 그 때 RW는 먼로가 알지 못하는 어떤 곳에서 한가하게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RW는 부엌같은 곳에서 두 명의 아가씨들과 무엇인가를 마시고 있었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이었지만 그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먼로는 그녀의 앞으로 가서 주의를 끌어 보려고 옆구리를 꼬집어 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 다음 주 화요일, 먼로는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RW에게 지난 주 토요일에 무엇을 하였는지 물어보았다. 그녀의 대답은 먼로가 본 모습 그대로였다. 게다가 그녀는 옆구리를 꼬집히는 느낌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먼로가 꼬집은 위치에 커다란 멍자국이 남아 있었다.
또 한번은 체외이탈한 먼로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목격되는 일이 있었다. 그 상대는 역시 RW라는 여자였다. 어느 날 밤, 먼로는 체외이탈하여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RW를 찾아갔다. RW는 거실의 스탠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얼굴을 들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먼로는 얼른 뒤로 물러났는데 무엇인가에 끌려 자신의 육체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튿날, RW는 먼로에게 어젯밤에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었다. 먼로가 그 이유를 묻자 그녀는 전날 밤에 먼로를 보았다고 하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무언가 이상한 물체가 방 한 구석에 떠올라 있었다고 하였다. 그 회색 그림자같은 것이 흔들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오길래 그것이 먼로같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더니 금방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었다.
체외이탈이 영혼과 비슷하다고 할 때 영혼이 실제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사후세계와 관련하여 영혼을 믿는 사람은 많다. 실제로 영혼의 존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영혼의 무게를 재는 실험"이 종종 있어 왔다. 그 실험에서는 큰 저울을 준비하여 한쪽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를, 다른 한쪽에는 같은 무게의 추를 올려 놓고 지시침의 평균을 유지해 놓고 있었다. 그리고 환자가 사망한 순간 빠른 속도로 지시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망자의 체중이 순간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미국의 던컨 맥노그턴 박사는 사망 전후의 환자 체중이 20~40g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옛 소련에서도 이와 비슷한 보고가 있었다.
체외이탈과 임사체험에서 가장 권위있는 초심리학자 중 한명인 수잔 블랙모어는 1970년대 옥스퍼드에 있을 때 체외이탈을 경험했다. 그녀는 각종 마약에 대한 실험을 하며 마약에 취해 있었으며 그 와중에 체외이탈을 경험했다. 그녀는 그 경험을 마음의 아주 특이한 상태였다고 묘사했다. 블랙모어는 그녀의 경험을 시각 피질에서의 신경 억압 해제(neuronal disinhibition)를 일으킬 수 있는 뇌의 특별한 처리 과정 때문에 생긴 것으로 간주했다. 그녀는 이러한 현상이 환각과 임사체험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체외이탈이 단순한 착각 혹은 환각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우리의 뇌는 안정된 상태에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잠이 들거나 겁먹은 상태 혹은 죽어가는 경우라면 우리의 뇌는 그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죽어가는 상태에서는 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하여 인지할 수 있는 감각이 매우 불안정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 초과학 미스터리(1996년, 문용수 편저, 하늘출판사)
http://rathinker.co.kr/skeptic/obe.html
http://user.chollian.net/~cyj1010/jongyun/simree4.htm (폐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