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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고

인체의 자연 발화 현상

인체의 자연 발화 현상

 1950년대말의 일이었다. 10월의 어느날 저녁, 런던의 한 디스코 바에서 남자친구와 춤을 추던 19세의 소녀가 갑자기 불꽃을 뿜어내며 타기 시작했다. 불꽃은 소녀의 등과 가슴에서 세차게 타올라 얼굴을 뒤덮고 머리를 태웠다. 친구들과 다른 사람들이 손도 써보지 못하는 사이에 소녀는 타 죽고 말았다. 소녀의 남자친구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담배를 피우던 사람도 없었으며 테이블 위에도 촛불은 없었다고 한다. 사람의 체내에서 불꽃이 튀었다는 것이 다른 목격자와 그 남자친구의 증언이었다.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검사단은 원인 모를 화재로 인한 사고로 단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체의 자연 발화 현상

 1951년 7월 1일 밤,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사는 77세의 메리 리저 부인은 푹신한 안락의자에 몸을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9시쯤에 집 주인인 팬시 카펜터 부인이 저녁 인사를 하려고 잠깐 얼굴을 내밀었다. 이튿날 아침, 카펜터 부인은 연기 냄새 때문에 잠에서 깼다. 물 펌프의 과열로 생각한 그녀는 차고로 가서 펌프의 전원을 껐고 8시쯤에 전보가 와서 다시 일어났다. 그것은 리저 부인 앞으로 온 전보였다. 그것을 들고 리저 부인의 방으로 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 문의 손잡이가 엄청나게 뜨거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길 건너편에서 작업을 하던 두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그 중 한 사람이 손잡이에 천을 감고 돌렸다. 문이 열리자 뜨거운 열기가 확 끼쳤다. 방안에는 검게 타 버린 인간의 두개골이 안락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리저 부인의 슬리퍼 안에는 발끝이 남아있었으며 발목까지 완전히 타 있었다.

 17세기 영국 북에섹스에 한 노파의 타 죽은 시체가 오두막에서 발견되었다. 상당한 고열로 인한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두막 안의 물건들은 물론 노파가 누워있던 침대시트에까지도 그을린 흔적조차 없었다고 전한다. 또, 영국 요크셔의 한 건축업자는 차를 타고 자기 회사의 건축 현장을 지나던 중 차안에서 불에 휩싸였다. 영국 체셔 지방의 한 사나이도 트럭 운전대에서 새까만 숯이 되어 발견된 일이 있었다. 런던의 한 시민은 길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폭발해 버렸다. 옷은 새까맣게 타 버리고 머리털은 다 빠졌으며 고무 밑창을 댄 장화가 그의 발 위에 녹아 있었다.

 지금까지 열거한 사건들은 소위 말하는 인체의 자연발화 현상이다. 인체의 자연발화현상(또는 자연연소현상, Spontaneous Human Combustion, SHC)은  인체 내부의 화학 반응으로 생긴 열에 의해서 신체에 불이 붙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뼈가 완전히 재로 변해 버린다는 점과 근처에 있던 인화성 물질들이 전혀 타지 않았다는 점이 그 특징이다. 그리고 피해자의 대다수가 노인들이며, 병이 있거나 의기소침해져 절망감에 빠진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인체의 자연 발화 현상

 인체의 자연 발화의 물리적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체를 태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방과 메탄 가스를 제외하고 신체의 대부분은 물이라는 것과 신체가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 그 증거가 된다. 시체를 화장하려면 어마어마한 열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필요하다.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일이기에 여기에도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로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알콜 중독에 의한 발화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과도한 알콜 섭취가 원인으로 인정되었다. 하지만 알콜에 의해서는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주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연소가 일어날 수 없다. 또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사건 사례가 오래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신빙성을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희생자들이 어떤 상태에서 죽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특정 조건하에서 신체가 자연적으로 고전압을 발생시켜 신체를 태운다는 것이다.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과학수사기관인 로빈 비치 과학 수사 연구소의 故 로빈 비치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겨울철 건조한 날, 카펫 위를 걷기만 해도 누구에게나 수천 볼트의 정전부하가 생긴다고 한다. 자동차의 도어나 어떤 쇠붙이의 표면에 손을 대면 가끔씩 따끔한 감촉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통 정전기는 아무 위험없이 머리끝에서 방출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10만 명 중 1명 꼴로 피부가 유난히 건조하여 일시에 3만 볼트의 정전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건성 피부도 의사와 상의하여 적절한 식사와 비타민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정전기의 방전 형태로는 체내에서 불꽃이 솟아 오르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전기 기술자들은 주장한다. 비치 교수의 독창적인 이론은 모든 사례를 설명하지 못하는데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세 번째는 UFO이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구전현상(Ball Lightening)으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구전현상이란 천둥 번개가 친 후 대기 중에 독립적으로 떠돌아 다니는 둥근 형태의 전하 덩어리로서 매우 밝은 빛을 내며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존재한다. 그러나 이 구전이라는 것 자체가 과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구전에 의한 발화 현상은 극소수에 불과하여 모든 발화현상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많다. 구전은 일종의 번개로 간주되는데 번개에 맞아 죽은 사람도 발화현상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다는 점을 감안하면 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현재 자연발화를 설명하는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주장은 심지효과(Wick Effect)라는 것이다. 이것은 신체가 양초처럼 타는 것을 말하는데 일단 신체에 불이 붙은 다음에는 그 열로 인하여 지방이 녹고 그 지방이 헝겊을 통해서 스며들어 마치 양초처럼 천천히 타오르는 현상이다. 이것은 굳지 헝겊이 아니라 나뭇잎 등 심지처럼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캘리포나아 범죄연구소의 Dr. John de Haan는 죽은 돼지를 담요로 덮은 후 적은 양의 휘발유를 담요에 붓고 불을 붙였다. 돼지를 택한 이유는 돼지의 지방분포가 사람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돼지의 시체를 7시간이나 계속 탔으며 시체의 지방에서 연료를 얻고 있었다. 5시간이 지나지 뼈가 바스라져 가루가 되기 시작했다. 그에 의하면 돼지의 실험과 인체의 자연 발화 현상이 동일하다고 한다. 이 실험으로 자연 발화 현상이 갑작스럽게 불이 붙는 것이 아니라 특이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현상임을 밝힐 수 있었다. 자연 발화 사건의 대부분은 이 실험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 주장들 중 살아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불이 붙을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은 없다. 불이 붙는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적으로 불이 붙을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미스터리가 풀리지 못하는 동안 지금도 누군가가 스스로 불타 버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