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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가사의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

 고대 국가에서 지배자들이 중요시한 것 중 하나는 천문 관측이다. 천문학이 왕권의 존립 여부를 결정할 만큼 중요했던 것은 그것이 농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적절한 때에 파종하는 등 사시사철의 변화와 절기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하늘을 관찰해야만 했다. 과거에는 해, 달, 별의 움직임을 관찰해 이를 토대로 역(달력, 태양력 등)을 만들고 시간의 흐름을 계산했다.

 우리나라의 고인돌에서는 별자리가 새겨진 것이 다수 발견되었다. 고인돌에 새긴 별자리는 평양 인근의 고인돌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그 수가 200여 기에 이른다. 고인돌의 뚜껑돌에 새긴 홈 구멍이 천문도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이 홈 구멍에 대한 견해가 분분했다.

양평 양수리 두물머리 고인돌(양평 양수리 두물머리 고인돌)

 고인돌의 뚜껑돌에 있는 홈 구멍을 고인돌을 채취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으로 보거나 불을 피웠던 흔적으로 보기도 했으며 하늘과 태양 숭배 사상의 표현 또는 장례 의식이나 장식적인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민간에서 장수를 의미하는 발자국으로 인식하기도 했고 피장자의 족보로도 보았다. 또 중국의 학자들은 제사를 지내고 그 횟수를 표시하거나 제사에 쓰인 동물의 수량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인돌에 새긴 홈 구멍의 배열 상태를 조사한 학자들은 널리 알려진 별자리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평범한 돌에 아무렇게나 구멍을 뚫은 것처럼 보이는 고인돌이 현대 과학자들도 놀랄 정도로 정확한 별자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고인돌 별자리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평안남도 증산군 용덕리에 있는 외새산에서 발견된 10호 고인돌이다. 이 고인돌의 뚜껑돌 겉면에는 80여개의 구멍이 새겨져 있는데 그 구멍들이 별자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80여개의 구멍은 큰곰자리, 사냥개자리, 작은곰자리, 케페우스자리 등 11개의 별자리를 나타낸다. 별의 밝기를 반영하듯 구멍의 크기도 각기 다른데 세차운동을 감안하여 연대를 측정하면 고인돌 별자리는 4,800년 전의 하늘을 보여준다. 또, 같은 고인돌에서 발굴된 질그릇 조각의 연대를 핵분열비적법으로 측정하여 4,926년 전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대동강 유역의 고인돌에서 발견된 별자리는 기원전 3000년경의 것이다. 가장 오래된 천문도인 바빌로니아 토지 경계비가 기원전 1200년경에 만든 것인데 이보다 무려 1800년이나 앞서는 것이다. 북한의 연대 측정 결과에 모두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고인돌에 새겨진 홈들이 정말 별자리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고인돌 축조 당시에 새겼는지 후대에 새겼는지는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고인돌 별자리는 남한 지역에서도 발견되었다. 경기도 양평에서는 양수리, 상자포리, 앙덕리, 양근리, 대심리, 문호리 등 곳곳에서 고인돌이 발견되었는데 양수리 두물머리에 있는 고인돌의 뚜껑돌에는 북두칠성을 의미하는 성혈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북두칠성이 아니라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나오는 천부(天棓)라는 글도 있는데 어느 것이든지 별자리를 표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두물머리 고인돌의 무덤방 안에서 채취한 숯을 대상으로 한국 원자력 연구원에서 연대 측정을 한 결과 39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인돌에 별자리를 새긴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대체로 죽음과 하늘에 대한 숭배 사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별자리가 새겨진 뚜껑돌이 대부분 거북의 등과 같은 형태로 가공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북은 예로부터 불로장생하는 십장생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참고자료 : 한국 7대 불가사의(2007년, 이종호 저, 역사의아침, p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