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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유물.유적

악마의 성경, 코덱스 기가스(Codex Gigas)

악마의 성경, 코덱스 기가스(Codex Gigas)

 코덱스 기가스(Codex Gigas)는 두가지 면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방대한 중세 필사본 중 하나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내부에 한 페이지 가득 거대한 악마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점이다. 악마의 그림으로 인해 종종 악마의 성서(Devil's Bible)라고 불린다.

코덱스 기가스(Codex Gigas)(출처 : Wkikmeida Commons, ⓒ Kungl. biblioteket)

 이 책은 보헤미아의 포드라지체(Podlažice, 현재의 체코)에 있었던 베네딕트 수도원(Benedictine monastery)에서 13세기 초에 만들어졌다. 이 책은 라틴어 성경인 불가타(Vulgate)를 바탕으로 세빌랴의 이실도르(Isidore of Seville)가 작성한 어원사전(Etymologiae), 요세푸스(Josephus)의 유태유물(Antiquities of the Jews), 코스마스(Cosmas)의 보헤미아 연대기(Chronicle of Bohemia), 수도사의 규율, 의학, 생리학 등 중세의 온갖 지식을 총망라하고 있다.

 1648년, 30년 전쟁 기간 스웨덴군에 의해 약탈당해 전리품으로 보내져 현재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의 국립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코덱스 기가스는 2007년 9월 24일 프라하에 있는 체코 국립 도서관에서 6주간에 걸쳐 전시되기도 했다.

코덱스 기가스(Codex Gigas)(출처 : 오마이뉴스, ⓒ RADIO PRAHA)

 코덱스 기가스는 성인 두명이 간신히 들 수 있는 무게에 철과 가죽으로 장식되어 나무로 된 틀에 담겨 있다. 길이 92cm, 폭 50cm에 두께는 22cm이고 160마리의 당나귀 가죽(또는 소가죽)으로 만들어졌는데 무게는 75kg에 이른다. 총 320장의 피지 중 현재 8장이 분실된 상태인데 누가 언제 어디로 가져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베네딕트 수도원의 규율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에서는 대재앙으로 인한 인류의 멸망이나 거대한 비밀이 적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코덱스 기가스(Codex Gigas) 악마의 성경(출처 : Wikimedia Commons)

 전설에 따르면 코덱스 기가스는 수도원 규율을 어기고 독방에 갇힌 한 수도사 ‘헤르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수도원의 규율을 어겨 그 벌로 감옥에 갇혔는데 적막한 벽 속에서 혹독한 형벌을 받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는 자신의 죄를 용서받기 위한 방법으로 하루 안에 인간의 모든 지식과 수도원을 칭송하는 글을 써서 세상에 남기겠다고 수도원에 약속을 했다. 그러나 한밤중이 가까워오자 혼자 힘으로는 더이상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수도사는 신이 아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도움을 청했고 악마는 그를 도와 책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수도사는 그 보답으로 악마의 그림을 그려 삽입하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악마의 그림은 577쪽에 50cm의 크기로 그려져 있다.

- 책 원본 보기(세계 디지털 도서관)https://www.wdl.org/en/item/3042/view/1/577/

 코덱스 기가스는 적색, 청색, 황색, 녹색, 그리고 금색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으며, 대문자는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는데 종종 페이지 전체를 가로지르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이 책에 쓰인 글씨체를 보면 한 사람의 필체로 생각되는데 어떤 흔들림이나 감정의 표현도 없이 필체와 문단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다. 필사자의 건강상태나 연령, 기후, 습도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필체가 바뀔 수도 있는데 마치 기계로 작성한 듯 통일성이 있다고 한다.

코덱스 기가스(Codex Gigas)(출처 : Wikimedia Commons)

 책과 관련된 전설처럼 이 거대한 책을 누군가 혼자서 단시일에 걸쳐 쓰인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에 완성하는 데 25-30년이 걸렸다는 분석도 있다. 악마의 그림과 관련해서 전후 내용으로 유추했을 때 지옥과 악마의 임무 등을 다루던 중 삽입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전설처럼 하루만에 쓰여진 것일까? 정말 하루만에 쓰여졌다면 마감시간이 다가오던 중에 오히려 필체가 더 흔들리지는 않았을까? 게다가 160마리 분량의 피지는 하루만에 마련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정한 필체로 보아 한사람이 쓴 것은 명확한 것 같다. 그러나 하루만에 쓰였다기 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정신을 집중해서 흔들림없이 쓰여진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런 전설에도 불구하고 코덱스 기가스는 금서 목록에 오르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연구되었다.

- 관련 영상 보기 :


참고자료 : 괴물딴지 미스터리 사전 스페셜(2007년, 유상현 저, 해냄, p33-35)

https://ko.wikipedia.org/wiki/코덱스_기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