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球電)의 정체와 발생 원인
구전(Ball Lightning, 球電)이란 일반적으로 번개의 일종으로 추정하고 있다. 흐린 날, 공 모양의 번개가 갑자기 나타나 느린 속도로 떠다니다가 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구전광 또는 구형번개라고도 한다. 크기는 5-25cm까지 다양한데 1m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보통 번개가 치는 중이나 직전 또는 직후에 목격된다. 지속 시간은 몇초에서부터 7-8분동안 지속되는 것도 있다. 사람이 길을 걷는 속도 정도로 이동한다.
(출처 : thetimes.co.kr)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 적황색 빛을 내면서 천천히 떠다니는 모습이 목격된다. 구전의 수명은 크기에 비례해서 증가하고 밝기에 반비례해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선명한 오렌지색과 청색을 띠는 구전의 수명이 평균치보다 오래 가는 것 같다.
구전은 대체로 지면과 평행으로 움직이지만 지면이나 장애물에 부딪치면 수직으로 점프하듯 튀어올라 빠르게 움직이기도 한다. 구름에서 내려오기도 하고 굴뚝이나 유리창을 뚫고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심지어 비행기 안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구전은 옛날부터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목격되었다. 공식 기록상 가장 오래된 목격은 1901년에 완두콩 크기의 구전이 여러 개 목격되어 수초간 움직이다 사라졌다는 사건이다. 1960년대까지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구전현상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며 실제 존재하지 않는 환각증상으로 보기도 했다.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지만 물리학자들 대부분은 그것이 실제 현상이라는 사실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그 현상의 실체와 원인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구전의 실체에 대해서 대기 중에 떠다니는 둥근 모양의 전하 덩어리로 추정하고 있다. 어떤 요인에 의해 플라즈마 상태가 되어 빛을 낸다고 하는데 플라즈마는 일반적으로 고온 상태이므로 위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구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 생성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번개로 인해 국부적으로 열이 가해진 기체덩어리가 날아다니는 것이라는 설이 있다. 물리학자들 대부분은 구전이 전기적 방전 현상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여겼다. 러시아의 물리학자 표트르 카피차는 구전이 지면과 구름 사이에 출처를 알 수 없는 극초단파로 인한 무전극 방전 현상이라고 하였다.
가장 최근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설은 실리콘 증발 이론(Vaporised Silicon Hypothesis)이다. 뉴질랜드 켄터베리 대학교의 존 에이브럼슨(John Abrahamson)과 제임스 디니스(James Dinniss)는 번개가 땅을 치면서 토양 속의 실리카를 순수한 실리콘 증기로 변형시켜 구전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이론에 의하면 번개가 지면을 때릴 때 무기물이 작은 실리콘 입자, 산소와 탄소의 화합물로 쪼개진다. 전기를 띤 입자들이 사슬 모양으로 연결되어 필라멘트 그물 모양을 형성한다. 증기가 냉각됨에 따라 가볍고 푹신푹신한 공 모양으로 뭉쳐지고 산소와 재결합하여 타게 되는데 이때 번개로부터 흡수했던 에너지를 열과 빛의 형태로 방출한다.
2014년 우연히 구전현상에 대한 분광촬영에 성공했고 이 이론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몇몇 연구팀에서 이 이론을 통해 실험실에서 구전을 재현해 내기도 했다.
참고자료 : 회의주의자 사전(2007년, 로버트 T. 캐롤 저, 한기찬 역, 잎파랑, p9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