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의 드릴 구멍 원인은?
국제 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한 러시아 캡슐 소유스(Soyuz)에 생긴 2mm 크기의 작은 구멍이 드릴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9월 5일 외신에 따르면 이 구멍이 작은 유성체나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드릴 구멍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캡슐을 제작한 지상 기술진과 ISS에 있는 우주인 중에 누군가가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우주정거장(출처 : 연합뉴스, AP)
다행히 이 구멍이 조기에 발견된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늦게 발견되었다면 ISS는 18일 후에 공기가 하나도 없는 비상사태가 될 뻔 했다고 하네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함구 중이며 러시아 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가 앞서서 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조사를 지휘 중인 러시아 우주공사의 드미트리 로고진 사장은 선체 표면을 따라 드릴에 긁힌 자국을 볼 수 있으며 기술적 실수가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선체 표면에 남은 흔적을 살펴보면 드릴로 구멍을 내려는 시도가 여러차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드릴을 잡은 손이 흔들렸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유스 캡슐을 제작한 에너지아 사의 한 전직 직원은 우주선 캡슐에 드릴 구멍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지구로 귀환한 우주선 모듈을 검사하다가 드릴로 관통한 구멍을 발견한 적이 있다고 하면서 담당 기술자가 이 결함을 알리지 않고 에폭시로 때웠다가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로고진 사장은 지상 기술진의 실수 여부를 조사 중이지만 ISS에서 활동 중인 우주인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ISS에서 두 차례나 임무를 수행하고 현재는 푸틴 대통령이 이끄닌 집권당 의원으로 활동 중인 막심 수라예프도 심리적으로 흔들린 우주인이 지구로의 조기 귀환을 위해 사건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소유스 드릴 구멍(출처 : 연합뉴스, EPA)
그러나 우주 산업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하다가 작가로 전업한 알렉산데르 젤레즈니야코프는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중력 상태에서 드릴로 구멍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우주인이 왜 그런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9월 12일자 러시아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조사위원회가 미국 우주인들이 우주선 벽에 고의로 구멍을 뚫었을 가능성을 유력한 가설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우주인들이 병이 난 동료를 지구로 조기 귀환시키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ISS 내부 공기가 유출되는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주에서의 미국과 러시아 간의 협력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ISS에는 선장을 포함해 미국인 3명과 러시아인 2명, 독일인 1명 등 총 6명이 체류하고 있으며 구멍이 난 부분은 우주인의 지구 귀환 때는 사용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과 러시아 양측의 우주사업의 수장이 섣부를 예단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우주공사 사장과 짐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간의 전화 통화에서 이뤄졌다고 합니다. 9월 13일 공동성명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섣부른 예단이나 설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유스 MS-09(연합뉴스, NASA)
NASA는 2011년 우주왕복선이 퇴역한 이후에는 ISS에 우주인을 보내거나 지구로 데려올 때 소유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측은 1인당 8천만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2019년부터 미국이 스페이스X나 보잉의 우주선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하네요.
러시아 우주인들은 NASA 소속 앤드루 포이스털 선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료용 거즈와 밀폐 접착제, 덕트 테이프 등을 이용해 구멍을 때우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공기 유출은 일단 차단되었다고 합니다. 구멍이 난 소유스 MS-09는 지난 6월에 ISS에 도착했으며 오는 12월 귀환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련 기사 보기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9/05/0200000000AKR20180905059900009.HTML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9/14/0200000000AKR20180914043400009.HTML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932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