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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사후세계

악마를 물리치는 엑소시즘(구마의식, Exorcism)

악마를 물리치는 엑소시즘(구마의식, Exorcism)

 구마(驅魔) 또는 엑소시즘(Exorcism)이란 마귀 들린 사람이나 장소, 사물에서 사탄 또는 사악한 정령을 몰아내는 의식을 의미합니다. 고대에는 많은 문화권에서 이런 의식이 있었으며 현재도 여러 종교에 이런 의식이 존재합니다. 흔히 퇴마라는 용어로 알려져 있으나 정식 표현으로는 구마라고 합니다.

엑소시즘(출처 : mirror.co.uk)

 구마를 행하는 사람을 구마사(驅魔師, exorcist)라고 하며 공포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톨릭에서 행하는 구마예식만을 구마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구마란 귀신을 쫓아내는 행위 자체가 모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구마의 방법에는 가장 일반적으로 기도나 성수, 신성력을 이용해 싸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고대에는 자신의 영혼을 매개로 한 주술을 펼치기도 했으며 검이나 도를 쓰는 방법, 소환수나 정령과 싸우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부적을 이용해 싸우기도 합니다.

 오늘날 로마 가톨릭 교회는 여전히 악마에게 홀리는 현상을 믿고 있으며 사제들은 아직도 27장에 달하는 의식서를 좇고 성수나 마법문, 기도, 성인의 유보, 십자가같은 기독교 상징물들을 이용해서 사악한 정령을 몰아내는 정식 구마 의식을 실행합니다. 가톨릭 교회는 미국에서만 적어도 10명의 공식 구마사를 두고 있습니다. 캘커타의 대주교 헨리 세바스찬 드수자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테레사 수녀가 악마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사제에게 수녀가 1997년에 사망하기 직전 구마 의식을 거행하도록 지시했다고도 합니다.

 가톨릭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제정된 7개의 성사가 있는데 구마는 성사보다는 중요도가 낮은 준성사에 속합니다. 준성사는 성사에 준하면서도 교회의 전승에 의거하여 제정하는 것입니다. 가톨릭의 구마예식은 악령이 들린 사람은 육체적인 자유를 빼앗겼지만 자유의지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간주합니다.

성 프란체스코의 구마예식, 엑소시즘성 프란체스코의 구마예식(출처 : Wikimedia Commons)

 가톨릭 교회 교리서 1,673항에서는 ‘교회가 어떤 사람이나 물건이 마귀의 세력으로부터 보호되고 마귀의 지배에서 벗어나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공적인 권위를 가지고 청하는 것’이라고 구마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총 2,865개의 조항으로 된 신앙 규범서로 1992년 반포되었습니다.

 악령이 들린 부마자(付魔者)에게서 악령을 쫓는 것을 구마예식(장엄구마)이라 하며 주교에 의해 인정받은 구마사제만이 의식을 행할 수 있습니다. 구마예식은 영적으로 지극히 위험한 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교회법에서는 교구 직권자로부터 특별한 명시적 허가를 얻지 아니하는 한 아무도 마귀 들린 자에게 합법적으로 구마의식을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 가톨릭 주교들은 구마예식을 거의 허가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구마를 엄격하게 제한하기 위해 1999년에는 의학, 정신병리학 전문가와 상의한 후에 신중하게 구마를 결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가톨릭 의식서(Roman Ritual)’에 기술된 악령이 들린 것으로 의심되는 징후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어나 고대어로 말하는 것, 초자연적인 능력이나 힘, 알 방도가 없는 숨겨진 물건이나 다른 곳에 있는 물건을 알아맞히는 일, 성스러운 것에 대한 혐오, 성스러운 것에 대한 지속적이고 극심한 모독 등이 있습니다.

 유대교 문헌에도 악령추방 의식을 행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모세 시대의 신약 이전에 구마는 독성이 있는 뿌리 추출액 등의 물질과 희생제물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구마가 유대교의 에세네파에서 행해졌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구병시식(救病施食)이라는 의식이 있습니다. 이는 귀신이 몸에 달라붙어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것인데 귀신을 없애거나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주고 법문을 알려주어 귀신을 불법에 귀의시키는 의식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은 구마와는 조금 다릅니다. 이러한 의식은 사찰에서 가장 법력이 높은 승려만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엑소시즘(출처 : catholicherald.co.uk)

 악마를 쫓는 ‘국제 구마사제 협회’가 존재합니다. 2014년 7월 로마 교황청이 이 협회를 교회법상의 단체로 공식 인정하였으며 전세계 30개국의 구마사제 250명이 가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구마사들의 행동을 보면 대부분이 성서와 십자가를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상대의 눈을 들여다보고 양손으로 신체를 만지면서 악마에게 떠나라고 명령합니다. 이렇게 몇 시간을 계속하고 나면 어떤 경우에는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서로 끌어안고 주를 찬미하기도 하며 이제 상대가 악마에게서 풀려났다고 선언합니다.

 사람은 물론 무생물인 사물이나 장소에도 구마 의식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정식구마까지는 필요없고 간이구마(Simple Exorcisms)가 이용됩니다.

 회의주의자들은 구마 의식 참가자들이 영화나 미디어에서 본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주장합니다. 마귀 들린 사람들은 히죽거리거나 으르렁대거나 쉰목소리로 말하는데 그들이 보인 어조와 행동의 유사성 때문에 일부 심리학자들은 구마사와 마귀 들린 사람 모두가 학습된 역할 연기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마귀가 들렸다는 일부의 사람들의 경우 간질과 우울증에서부터 정신분열증에 이르는 뇌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거나 뇌는 비교적 건강하지만 너무 불운한 나머지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두 가지 경우에서 마귀 들린 사람들의 행동은 정서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과 흡사합니다.

 구마사가 마귀 들린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례들도 존재합니다. 1995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마귀를 쫓아내고 있던 오순절교 사제들이 한 여자를 때려 죽인 일이 있었습니다. 1997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는 구사마들이 기독교 신자인 한국인 여성을 밟아 죽인 일이 있었으며, 뉴욕 시에서는 구마 의식이 거행되는 동안 강제로 암모니아와 식초를 섞은 혼합물을 삼키게 하고 테이프로 입을 막아 5살 난 여자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참고자료 : 회의주의자 사전(2007년, 로버트 T. 캐롤 저, 한기찬 역, 잎파랑, p245-248)

https://ko.wikipedia.org/wiki/구마_(종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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