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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유물.유적

남극이 묘사된 쇼토쿠 태자의 지구의

쇼토쿠 태자의 지구의

 일본 효고현에 있는 아카루가라는 절은 오래전 일본을 다스렸던 쇼토쿠 태자와 인연이 깊은 사찰입니다. 660년쯤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쇼토쿠 태자 시절에 세워진 것입니다.

쇼토쿠 태자의 지구의쇼토쿠 태자의 지구의

 절에 보관되어 있는 보물들은 국보급이 많은데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유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쇼토쿠 태자의 지구의”라 불리는 유물입니다. 크기는 직경 약 15cm 정도로 표면은 갈색으로 변색되어 상당히 오래된 것처럼 보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면에 돋을새김이 있는데 전세계의 대륙과 섬, 바다, 남극대륙까지 나타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극대륙이 발견된 시점은 18세기 이후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유물은 18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쇼토쿠 태자(聖徳太子)는 574년부터 622년까지 살았던 일본 아스카 시대의 황족입니다. 일본에 세계지도가 등장한 것은 중국에서 간행된 고여만국전도를 통해 1602년임을 감안하면 이 유물은 충격적인 것입니다. 게다가 둥근 공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콜럼버스 이전에는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쇼토쿠 태자쇼토쿠 태자(출처 : Wikimedia Commons)

 그렇다면 이 유물은 진짜 쇼토쿠 태자 시절에 만들어진 것일까요? 일본의 한 방송사에서는 이 유물에 관한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쇼토쿠 태자의 것이 아니라 데라시마 료안이라는 자가 제작했다는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데라시마 료안은 1712년 일본 최초의 백과사전인 화한삼재도회를 편찬하였는데 이 책에 나와있는 산해여지전도가 쇼토쿠 태자의 지구의와 지형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산해여지전도산해여지전도

 화한삼재도회는 중국의 왕기라는 사람이 지은 “삼재도회(1602년)”를 본뜬 것으로 두 책은 모두 남극대륙이 발견되기 이전에 편찬된 책입니다. 쇼토쿠 태자의 유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제 남극이 묘사되어 있는 것이라면 새로운 의문점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구의의 태평양에는 1만년 전에 바닷속으로 사라졌다는 무대륙이 묘사되어 있다는 주장까지 있습니다.

 18세기 유럽에서 만들어진 세계지도를 보면 당시 발견되지 않았던 남극 대륙의 위치에 마젤란의 이름을 딴 메가라니카라는 대륙 이름이 표기되어 있었는데, 에도 시대의 일본에서는 유럽에서 들어온 세계지도의 영향으로 남극에 메가라니카라는 표기를 한 경우가 있습니다. 쇼토쿠 태자의 지구의에도 이처럼 메가라니카라는 표기가 있다고 합니다.

 여러 정황상 이 유물은 일본 에도 시대에 제작된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