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어느 날, 우연히 액자 속의 그림을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된 종이에서 한 여인의 초상화가 발견되었습니다. 60대 정도로 보이는 한 흑인 여성의 초상화였는데 왼쪽 가슴에 세 개의 훈장이 달려 있었습니다.
감정 결과 이 그림은 1869년 알버트 찰스 챌렌이 그린 그림으로 확인되었고 초상화의 주인공은 메리 시콜(Mary Jane Seacole, 1805 ~ 1881)이라는 흑인 여성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이 여성이 진정한 ‘백의의 천사’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어쩌면 나이팅게일보다 더 헌신적으로 활동을 하였지만 인종차별로 인해 그녀의 활동이 가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메리 시콜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아버지와 자메이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물라토(Mulatto, 중남미에 사는 백인과 흑인의 혼혈 인종)인 출신의 간호사였습니다.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자란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약초 지식과 전통요법을 이용해 간호원을 운영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1853년에 크림전쟁이 발발하였습니다. 1853년 10월부터 1856년 2월까지 계속된 이 전쟁은 러시아 제국에 맞서 영국, 프랑스, 사르데냐 왕국이 오스만 제국과 함께 연합군을 결성한 전쟁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둘러싼 러시아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 사이의 종교 분쟁이자, 각국이 중동의 이권을 놓고 다툰 국제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에서 부상병이 속출하자 영국 정부는 전쟁터에서 부상병을 돌볼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습니다. 메리는 영국으로 건너가 간호단에 지원하였으나 빈자리가 없다는 핑계로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사실은 영국 식민지인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 간호사를 쓰지 않겠다는 인종차별이 실제 이유였습니다.
결국 그녀는 사비를 털어 크림반도로 가서 직접 진료소를 차렸습니다. 그녀가 개발한 약초 요법은 열악한 전쟁터에서 우수한 치료 성과를 보였습니다. 사비를 털어 음식을 마련하고 밤낮없이 병사들의 건강을 돌보았습니다.
그녀는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쓸쓸하게 죽어갈 때 가족을 대신해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주었습니다. 병사들은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나이팅게일에 가려져 그녀의 존재는 잊혀져 갔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런던으로 돌아온 그녀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그녀에게 간호를 받았던 병사들은 그녀의 선행을 알리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영국, 프랑스, 터키 3개국으로부터 훈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1857년에 자서전을 발행하기도 하였는데 영국에서 흑인이 쓴 최초의 자서전이었습니다. 1860년에 가톨릭에 귀의하여 자메이카로 돌아왔습니다. 그곳에서는 유명인이 되었지만 경제적으로는 궁핍한 삶을 이어갔습니다.
1991년 자메이카 정부는 그녀에게 ‘Order of Merit’ 훈장을 수여하였고, 2004년 ‘위대한 흑인 영국시민’(Greatest Black Briton)으로 선정되었습니다. 2016년에는 런던 세인트 토머스 병원에 그녀의 동상이 세워졌으며 2005년에 발견된 초상화는 현재 런던에 있는 국립 초상화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참고자료 : 서프라이즈 인물편(2016년,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제작팀 저, MBC C&I, p56-60)
https://ko.wikipedia.org/wiki/메리_시콜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