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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고

희대의 살인마, 잭더리퍼

희대의 살인마, 잭더리퍼(Jack the Ripper)

 1888년 8월 31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알콜중독의 창녀인 매리 앤 니콜스는 런던의 밤 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새벽무렵 그녀는 까만코트를 입은 중년 남성에게 접근했다. 그는 무방비 상태였던 그녀의 목과 복부를 예리한 칼로 난도질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그녀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그는 유유히 밤안개 사이로 사라졌다.

 빅토리아 시대였던 당시 런던 동부지구는 그야말로 비참함 그 자체였다. 모두가 걸인의 행색이었고 오두막집은 난방은커녕 밤이 되면 촛불하나 켤 수 없는 암흑의 세계였다. 여자들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춘의 길로 들어섰고 아이들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으면 매장도 하지 못한 채 으슥한 곳에 버려졌다. 그리고 그 곳에 검은 살인의 그림자를 드리운 "잭 더 리퍼"가 나타났다.

희대의 살인마, 잭더리퍼(Jack the Ripper)(영화 '프롬헬' 한 장면 - 출처 : 네이버 영화)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 희대의 살인마. 그는 1888년 8월 31일부터 11월 사이 10주동안 런던에서 5명의 여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마였다. 그는 신문이 주목한 최초의 살인마라는 명예를 가지게 되었다. 당시 무성한 소문과 공포를 만들어 냈던 이 사건은 영국뿐만 아니라 온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살인마는 끝까지 잡히지 않았고 이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8월 31일에 첫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42세의 알콜중독자인 매리 앤 니콜스(Mary Anne Nichols)라는 여자였다. 그녀는 통행자들이 제법 있는 골목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직접적인 사인은 목의 경동맥이 예리한 칼로 두 번 정도 깊게 찔린 것이었다. 온 몸이 칼로 난자당해 있었으며 반항한 흔적은 없었다. 암울한 동네인 화이트 채플이었지만 이런 살인사건은 지금껏 일어나지 않았었다. 사건이 일어난 후 런던 경찰은 "잭 더 리퍼"라는 가명을 쓴 범인으로부터 자신은 창녀를 증오하며 앞으로 몇 번의 살인이 더 있을 것이라는 편지를 받게 된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난 9월 8일, 거의 비슷한 지점에서 또다시 사건이 발생했다. 47세의 애니 채프먼(Annie Chapman)이라는 이 여자는 역시 같은 수법으로 살해당했으며 복부가 완전히 갈라져 내장들이 밖으로 드러나 있을 정도였다. 특히 골반부위가 완벽하게 갈라져 자궁이 사라진 상태였다. 놀라운 것은 해부당시 자궁이 상하지 않도록 질 부위까지 완벽하게 칼로 갈라냈다는 것이다. 이 사건도 목적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녀의 소지품은 그대로 놓여 있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변태 성욕자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 때까지 경찰은 연쇄살인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9월 30일,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엘리자베스 스트라이드(Elizabeth Stride)라는 창녀가 살해당했다. 그녀는 목 부위를 제외하곤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 살해 후 해부하려던 순간 지나가던 행인들에 의해 그냥 버려둔 채 달아난 것으로 보였다. 그녀가 죽기 전 어떤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여럿에게 목격되었는데 용의자는 175~180cm정도의 키에 까만 코트를 입은 중년남성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같은 날, 캐서린 에도우스(Catherine Eddowes)는 엘리자베스의 시체가 발견된 바로 몇시간 후 살해되었다. 그녀의 시체는 완벽하게 해부되어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역시 목부위의 상처였다. 내장이 드러났고 자궁과 신장이 사라진 상태였다. 얼굴의 양쪽 눈꺼풀이 절개되었고 코도 날카로운 칼로 잘려져 있었다.  이 때부터 경찰은 연쇄살인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경찰은 근육 절개의 방법이 너무나 능수능란해서 잭 더 리퍼가 의사 혹은 해부학에 해박한 자일 것으로 추정했다. 피해자 모두가 매춘부였다는 점과 온몸을 잔인하게 난도질한 점 등으로 비추어 매춘부에 대해 증오심을 가진 지능범일 것으로 추정했다. 런던 경찰은 범행 시간대와 장소가 거의 동일하며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이 끔찍한 살인을 끝내기 위해 수사력을 총동원하였으나 증거하나 남기지 않는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기는 쉽지 않았다.

희대의 살인마, 잭더리퍼(Jack the Ripper), 매리 켈리(매리 켈리 - 출처 : Wikimedia Commons)

 11월 9일, 마지막 희생자인 매리 켈리(Mary Jane Kelly)는 자신의 집에서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피해자 중 가장 어린 25세의 켈리는 잭 더 리퍼가 그동안의 살해욕을 마지막으로 충족하듯 모든 부위가 처참하게 해부된 상태였다. 그녀의 배는 완전히 절개되어 모든 내장이 다 드러나 있었으며 장기와 내장들을 머리부분과 다리부분에 정리해 놓았다. 가슴과 얼굴부위도 피부가 예리한 칼로 완전히 벗겨진 끔찍한 모습이었다. 잭 더 리퍼는 이 살인에 크게 만족한 듯 더 이상의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몇 년동안 비슷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있었지만 범죄 수법으로 보아 잭 더 리퍼를 모방한 범죄로 밝혀졌다. 런던 경찰은 다섯 번의 살인사건을 통해 잭 더 리퍼의 인상착의를 그려냈다. 보통 정도의 키에 20~40세의 백인 남성으로 꽤 부유한 집안의 사람으로 추정되며 런던 동부의 한 호텔에 투숙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학이나 해부학에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피해자의 상처를 볼 때 오른손잡이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살인사건이 모두 주말에 일어난 것으로 보아 주중에 근무하는 직장을 가졌을 것으로 보이며 야심한 시간에 돌아다닐 수 있으므로 혼자 살거나 결혼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졌다. 이러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런던 경찰은 몇몇 용의자를 지목해 냈다. 그러나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범인을 잡는데는 실패했다.

희대의 살인마, 잭더리퍼(Jack the Ripper), 코스민스키코스민스키

 유태계 폴란드인인 아론 코스민스키(Aaron Kosminski)는 당시 이발사로서 사건 발생 지점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는 모든 여성 특히 창녀를 증오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그러한 증오심은 정신이상 수준이었다. 실제로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용의선상에 떠올랐다. 세 번재와 네 번째 살인이 있은 후 런던 경찰은 자신이 잭 더 리퍼라고 주장하는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에는 자신이 범인이며 없어진 장기는 자신이 모두 먹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 편지를 쓴 용의자로 그가 지목되었다. 그러나 이 편지는 원래 잭 더 리퍼의 필체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1890년 정신병원에 수용되었으며 당시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이상 상태였다고 한다.

 또 하나의 용의자는 러시아계 의사인 미카엘 오스트로그라는 사람으로 그는 사건발생 지점 근처에서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는 그 시간에 그 지점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러시아 해군의 군의관이기도 했던 그는 사기와 절도 혐의로 여러번 경찰에 체포된 경력이 있었다. 그의 알리바이는 궁색하기 이를 데 없고 항상 미심쩍은 행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러시아 의사인 알렉산더 페다첸코도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인물이다. 그는 미카엘 오스트로그와 관련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정신병 경력이 있는 그는 이발사와 외과의 수련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결국 그는 러시아로 송환되었다가 그 곳에서 한 여성을 살해한 후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의 범죄 수법이 잭 더 리퍼와 유사했다고 한다.

 미국인 의사인 토마스 닐 크림은 이미 창녀를 독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 그는 경찰에 체포될 때마다 다른 가명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그는 1892년 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교수형을 당하게 된다. 교수대에서 처형당하기 직전 그가 사실은 자신이 잭 더 리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순간 처형당했으므로 사실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경찰에 보내진 잭 더 리퍼의 편지가 미국식 문법을 사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지역 영주이기도 한 프린스 알버트 공작도 용의자 중 하나였다. 그는 동성연애자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연애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냥과 동성연애로 일생을 보내던 그는 사냥한 사슴을 해부하면서 해부기술을 습득했고 매독균이 뇌에 감염되어 약간의 정신이상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동성애가 탄로날 것을 우려하여 어떤 여성과 거짓 결혼을 했는데 결혼 직후 그 여성을 정신병원에 감금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희생자인 매리 켈리는 그의 집에서 하녀로 일한 경력이 있다. 그는 소문이 퍼질 것을 우려하여 자신의 주치의인 윌리엄 길과 함께 그녀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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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몬테규 존 드루이드(M. J. Druitt)라는 변호사였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 교육을 받은 그는 상류사회 스포츠인 크로켓 선수이기도 했다. 모계 유전의 정신병력이 있었으며 극심한 변태 성욕자로 알려져 있다. 가족들은 그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공포에 떨었다고 하는데 가족들은 바로 그가 잭 더 리퍼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의학 공부를 했던 경험이 있으며 화이트 채플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사촌에게서 외과적 기술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로서 경찰의 수사 방법을 훤히 알고 있던 그는 항상 사고가 난 다음날에는 사건 현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격되곤 했는데 자신의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1888년 11월 31일, 그는 런던 템즈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경찰로부터 살인 혐의를 받게 되자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유서에는 더 이상 미치고 싶지 않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끝까지 잭 더 리퍼는 밝혀지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미스터리이다. 이후 많은 살인마들은 잭 더 리퍼의 수법을 재현하려고 노력했고 경찰은 더욱더 수사력을 발전시켜야만 했다.


참고 자료 : http://bigryu.hihome.com(폐쇄)

http://boogiman148.netian.com(폐쇄)

영화 "프롬 헬(From H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