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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코프스키의 격변론

벨리코프스키의 격변론

 임마누엘 벨리코프스키(Immanuel Velikovsky)는 그의 저서 <충돌하는 우주(Worlds in Collision)>(1950)에서 우주천문학(정확히는 태양계 역사에 관한)에서의 격변론을 제시하였다. 벨리코프스키는 유태계 러시아인으로 1895년 벨라루스에서 태어났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명성을 얻은 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였다. 적어도 이 책을 출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벨리코프스키는 지구가 수십만년 전부터 안정적인 상태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저서를 요약하자면, 금성은 과거에 행성이 아니었고 목성에서 떨어져 나온 혜성이었으며 제멋대로의 궤도를 돌아다니다가 지구와 직접적으로 충돌하거나 또는 여러 차례 지구에 아주 근접했다. 그때마다 전자기작용으로 번개가 치는 현상이 빈번했으며 쏟아진 혜성의 찌꺼기들(운석)이 지구 전체에 퍼부어지면서 격변을 일으키곤 했다. 그 이후 금성은 현재의 궤도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임마누엘 벨리코프스키(벨리코프스키 - 출처 : wikipedia)

 그는 비교신화학의 방법론과 고대 문학 자료들을 이용해 몇천년 전 지구와 금성, 지구와 화성의 접근이 발생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전자기가 천체의 운동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그의 이론 때문에 격변설 주창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의 이론은 대부분의 학자들에게 거부되고 무시된 반면, 전문 지식이 없는 대중들에게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1950년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자신의 이론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대학에서 강연을 다녔고, 20세기 후반 격변설 운동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으나, 학자들 사이에서 인정받지는 못했고 기존의 그의 명성에도 먹칠을 하고 말았다.

 1950년 극단적인 태양계 역사의 모형을 만들어낸 벨리코프스키에게 그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던 불행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격변론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들도 발견되었다. 지질학 측면에서 보자면, 지구 역사에서 모든 대구분 시대에는 막대한 생명체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다시 생겨났다.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지층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화석이 나타나는 현상은 여러 차례 일어난 격변이 기존 생물의 멸종과 새로운 생물의 탄생을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으로 진화론에서 진화 중간 단계의 화석(잃어버린 고리)이 발견되지 않는 것에 대한 설명도 가능하다.

 벨리코프스키는 수성이 바벨탑의 재앙과 연관되어 있고 토성 때문에 노아의 홍수가 일어났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앞서 말한 전자기작용으로 번개가 치는 현상은 여러 신화에 등장하는 내용과 일치한다. 그의 핵심적인 주장은 고대 이집트, 그리스, 이스라엘 등의 나라들에 대해 연대기를 정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의 정정된 연대기에 따르면 기원전 1,100년부터 기원전 750년에 지속된 동쪽 지중해 역사의 암흑시대를 설명할 수 있고, 이집트 연대기와 성경의 역사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격변론은 인류 문명사가 지속성이 없다는 것을 설명할 수도 있다. 단적인 예로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오래된 것일수록 더 웅장하고 더 안정적이고 더 과학적이다. 오래된 피라미드가 더 뛰어난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세워졌으며, 세월이 흐를수록 피라미드 축조 기술이 퇴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메르 문명의 유적은 수천년 뒤에 나타나는 다른 문명들보다 훨씬 선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고 마야문명은 오늘날의 과학이론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정교한 천문학과 역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고도문명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서 격변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지구 전체적인 대멸종과 기후변화, 해수면의 급격한 변동, 거대한 화산활동, 지구 자기장의 역전 등등.. 지구의 역사는 때때로 거대한 재앙들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점진적인 변화도 우리가 오늘날 관찰하는 바와 같이 나름대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의 학계에서 이러한 점진적 변화를 강조한 것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변화 즉 대재앙을 제외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말이다. 점진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급격한 변화로 끊김이 발생하는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참고 자료 : 편집된 역사(2011년, J.더글라스 케니언 외 저, 이재영 역, 도서출판AK, p117-131)

편집된 역사
국내도서
저자 : J. 더글러스 케니언(J. Douglas Kenyon) / 이재영역
출판 : AK 201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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