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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감각 현상

폴터가이스트 현상(소리요정현상, Poltergeist)

폴터가이스트 현상(소리요정현상, Poltergeist)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란 독일어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Poltern) 영혼(Geist)을 의미한다. 이 말에서 유래하여 폴터가이스트 현상은 이유없이 이상한 소리나 비명이 들리고 물체가 스스로 움직이거나 파괴되는 현상 등을 말한다.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19세기 전까지 이 현상이 악마, 마녀, 또는 죽은 자의 영혼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폴터가이스트 현상은 살아있는 사람의 의해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오늘날 대부분의 초심리학자들은 이에 동의한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살아있는 사람의 자발적인 염력에 의하여 야기된다는 것이다.

폴터가이스트, 소리요정현상, Poltergeist(영화 '폴터가이스트' 포스터 편집)

 이러한 소동의 한가운데에는 특정한 사람이 관련되어 있는데 그 사람이 나타나면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람이 사라지면 사건이 끝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새로운 다른 장소로 옮기면 그 곳에서 다시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1967년 독일 남부의 로젠하임(Rosenheim)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해 여름부터 변호사 지그문트 아담(Sigmund Adam)의 사무실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발신이 없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거나 걸지도 않은 전화요금이 청구되었다. 조명기구가 저절로 흔들리거나 스위치를 만지지 않아도 불빛이 깜빡이다가 전구가 폭발하는 일도 있었다. 달력의 종이가 저절로 찢겨나가고 액자에 걸린 그림이 뒤틀어지고 서랍장이 스스로 여닫히고 무거운 캐비닛이 움직이는 일이 벌어졌다.

 독일 프라이베르크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한스 벤더는 그해 여름부터 사무실에 근무하는 19세의 여비서 안네마리 슈나이더(Anne-Marie Schneider)가 그 일과 관계가 있음을 알아냈다. 그녀가 사무실로 들어서면 전등이 깜빡이고 전등 아래로 걸어가면 전등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었다. 그녀를 인터뷰한 벤더는 그녀가 자신의 직업과 상사를 매우 싫어하면 분노의 감정을 감추느라 애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벤더는 사건의 원인으로 그녀를 지목하고 그녀에 의한 자발적 염력이 모든 소동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1968년 1월 중순 슈나이더는 직장을 그만두었고 사무실에는 다시 평온이 깃들었다. 그녀는 몇차례 직장을 옮겼는데 새로운 직장에서도 번번이 전기장애를 일으키곤 했다. 하지만 1969년 그녀의 결혼과 동시에 이러한 현상은 영원히 사라졌다고 한다.

안네마리 슈나이더, 폴터가이스트(안네마리 슈나이더 - 출처 : Wikimedia Commons)

 한스 벤더는 슈나이더의 심리상담을 진행하면서 1930년대에 낸더 포더(Nandor Fodor)가 제안한 ‘심리기능 장애이론(Psychological Dysfunction Theory)’을 적용했다. 포더에 따르면 폴터가이스트 소동은 죽은 자의 영혼이 아니라 심하게 억제된 분노나 적개심 또는 성적 긴장상태로 고통받는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

 벤더는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리는 어린 여성에게서 흔히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나며 정신적 안정을 찾으면 그런 현상도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슈나이더의 경우에는 이런 해석이 잘 맞는 듯하다.

 포더의 심리기능장애 이론은 미국의 심령연구가인 윌리엄 롤의 지지를 받는다. 롤은 1960년대부터 1백여 개국에서 4백년간에 걸쳐 발생한 1백16건의 폴터가이스트 사례를 연구하여 그가 재현자발염력(recurrent spontaneous PK)이라고 명명한 효과를 확인하였다.

 재현자발염력이란 되풀이해서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염력 효과다. 폴터가이스트 소동의 장본인은 대부분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적개심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염력을 발휘하는 10대 이하의 어린아이다.

 이런 이론의 반대편에는 무형존재 이론이 있다. 심령주의를 신봉하는 무형존재 이론의 지지자들은 폴더가이스트가 산 자보다는 죽은 자의 혼령으로부터 비롯된 현상이라고 확신한다. 사람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폴터가이스트 소동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즈빌의 집, 폴터가이스트(하이즈빌의 집 - 출처 : democratandchronicle.com)

 1848년 뉴욕 주 하이즈빌(Hydesville)의 폭스 자매 사건은 지난해 말 폭스 부부가 두 딸을 데리고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시작되었다. 14살의 매기와 11살의 케이트가 이웃에 사는 메리 레드필드라는 여인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사 온 직후부터 일가족은 한밤중에 누군가 노크하는 듯한 소리를 들었는데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루는 그 두드림에 대꾸하듯 침대를 두드리면서 미지의 존재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미지의 존재는 두 딸의 나이를 맞추었고 이웃집의 메리 레드필드 부인과 여러 이웃들이 모여든 가운데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자식 숫자라든가 최근에 죽은 사람의 수 등 마을 사람들에 관한 여러가지 일을 정확하게 알아맞추었다고 한다.

폭스 자매, 영매, 폴터가이스트(폭스 자매 - 출처 : hallowstyle.com)

 유령과의 대화를 통해 그가 5년 전 이 집에서 살해당한 행상인이며 지하실에 묻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범인은 5년 전 그 집에 살던 존 벨(John Bell)이라는 사람임을 확인했다. 살해당한 행상인의 이름은 찰스 로스마(Charles Rosma)라고 했다. 3개월 뒤 지하실에서 발굴 작업을 통해 두꺼운 판자 안에서 생석회가 섞인 사람의 머리털과 뼛조각 일부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당시 집주인이었던 존 벨은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으며 증거불충분으로 재판을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은 폭스 일가족이 모두 죽고 난 뒤인 1904년 지하실 벽 쪽에서 행상인의 나머지 시신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되면서 재조명되었으나 그 시신의 신분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케이트와 매기는 나중에 30여년간 전문 영매로 명성을 떨쳤지만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심령 능력이 모두 조작된 것이며 특정 신체 부위에서 소리가 나도록 꾸민 속임수라고 고백했다. 1880년대 말에 병마와 빈곤에 시달리던 중 언론사로부터 돈을 주겠다는 제의에 거짓 인터뷰를 했다며 자신들의 고백을 번복했지만 그것은 그녀들에게 치명타가 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두가지 견해와 사례는 그 나름의 설득력이 있어서 단정지어 옳고 그름을 말할 수는 없다. 현재까지는 무형존재 이론보다는 심리기능 장애이론이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참고자료 : 과학은 없다(2012년, 맹성렬 저, 쌤앤파커스, p289-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