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반도의 앙코르 왕국
캄보디아의 열대 밀림 속에 거대한 사원이 400여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잠들어 있었다. 지금의 시엠립 북쪽 6km 지점의 앙코르시는 8세기에서 15세기에 걸쳐 앙코르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앙코르 왕국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끝에서 북쪽으로 원난, 또 베트남의 서쪽으로 벵골만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토를 다스린 동남아시아 역사상 가장 크게 발달한 왕국이었다.
앙코르의 전성기에는 인구 1백만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의 대도시였지만 13세기 이후 쇠퇴의 길을 걸었다. 자야바르만 7세의 과중한 토목공사와 집권층의 부패로 인해 점차 국력이 쇠퇴하였고 틈을 노리고 있던 태국의 야유타야족은 1431년, 마침내 앙코르를 함락시킨다. 이에 앙코르 왕국은 앙코르 지역을 포기하고 수도를 프놈펜으로 옮겼다. 이후 태국의 영향을 받은 불교 스님들이 힌두교사원의 이부를 파괴하거나 불교사원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 후 앙코르 유적들은 정글에 묻혀 전설의 왕국이 되고 말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은 앙코르 와트(Angkor Wat)와 앙코르 톰(Angkor Thom)이 있다.
1868년, 프랑스의 탐험가 헨리 모하트에 의해 발견된 앙코르 와트는 수리아바르만 2세의 무덤이자 사원인 앙코르 건축물이다. 놀라운 것은 이 사원의 사방 80km내에는 산이 없다고 한다. 멀리 보이는 쿨렝산이 근처의 유일한 산인데 사원 건축에 필요한 돌을 여기서 가져 온 것으로 보인다. 그 먼 거리를 코끼리와 뗏목만으로 운반했다고 하니 참으로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지역은 지반이 아주 약해 1m정도만 파 내려가도 물이 나온다. 이런 약한 지반에 어떻게 그런 건물을 지을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앙코르 와트는 동서로 1.5km, 남북으로 1.3km의 지역에 중앙의 탑을 중심으로 건축되어 있다. 주변에는 폭 200m, 길이 505km의 수로가 있으며, 높이 65m의 중앙탑이 있다. 이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길이 200m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이 다리에는 물의 신인 나가(Nagas)신이 조각되어 있다. 공사 기간은 1113년에서 1150년 사이 37년으로 알려져 있다.
자야바르만 7세가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에 건축한 앙코르 톰은 1861년 프랑스의 박물학자 앙리 무어에 의해 발견되었다. 앙코르 와트에서 북쪽으로 1.5km떨어져 있으며 캄보디아 사원 중 바로크양식을 가장 잘 나타낸 곳이다. 앙코르 톰은 하나의 큰 도시로써 한 변이 3km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높이 8m의 붉은 흙인 라테라이트 성벽과 너비 약 100m의 수로로 둘러싸여 있다. 앙코르 톰 내부의 바이욘 사원에서 동서남북으로 뚫린 두 개의 도로에 의해 도시가 4등분된다. 앙코르 톰의 북쪽에는 왕궁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중앙의 수로에 걸쳐서 바이욘 사원이 건립되었다. 북,서,남쪽에 대문이 있으며 동쪽에는 승리의 문과 사자의 문이 있다. 왕궁의 왼편에는 피메아니카스 사원과 바폰 신전이 있다.
바이욘 사원(Bayon Temple)은 앙코르 톰의 중심 사원으로 약 50개의 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이욘 사원이 유명한 이유는 각 50개의 탑에 조각된 4면체 보살상 때문인데 사원에 있는 총 보살상의 수는 216개나 된다고 한다. 바이욘 사원은 새벽이나 해질녁에는 빛의 각도에 따라 보살상의 얼굴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신비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의 벽면에는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부조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앙코르 톰에는 코끼리 테라스가 있는데 이 길이는 300m나 된다. 이 테라스에는 코끼리와 가루다의 부조가 새겨져 있다 테라스의 중앙에는 황실코끼리가 새겨져 있고 그 양 옆을 반은 사람이고 반은 새인 가루다가 테라스를 떠받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