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숨겨둔 암호, 바이블 코드(Bible Code)
바이블 코드는 하나님이 성경 속에 깊숙이 묻어두었다는 암호이다. 1997년 출간된 마이클 드로스닌(Michael Drosnin)의 책 제목이자 그의 주장이다. 히브리 성서의 행과 열을 잘 맞추어서 쓰면, 이를 특정한 방향으로 읽을 때 미래의 예언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드로스닌은 이스라엘 총리 이츠하크 라빈의 암살, 9.11 테러,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의 스캔들 등이 성서에 들어있었다고 한다.
(출처 : dustoffthebible.com)
그 암호는 등거리 문자열(ELS, Equidistant Letter Sequences)에 의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성경을 따라 어느 한 문자L로부터 시작해서 공백을 제외하고 순서대로 매번 n번째가 되는 문자 N을 읽는다. 예컨대 창세기같은 책 전체를 찾는다면 아주 긴 문자열이 나올 것이다. L과 N에 각기 다른 값을 적용할 경우 여러 개의 문자열을 만들 수 있다. 문자열들이 같은 길이로 줄줄이 보이도록 하는데 마지막 줄이 나머지 줄보다 짧은 경우에는 이 줄은 제외시킨다. 수평, 수직, 대각선 등 어느 방향이든 상관없이 날짜와 인접한 의미있는 이름들을 찾아보자. 이스라엘의 수학자 그룹이 이스라엘 인명백과사전을 이용하여 생일이나 사망일에 인접한 이름들을 찾아보니 이츠하크 라빈이 암살된 날짜가 그의 이름 철자들 옆에 있었다고 한다. 도론 위첨, 엘리야후 립스, 요아브 로젠버그는 자신들이 발견한 사실들을 <창세기의 등거리 문자열, 1994>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들이 산출한 결과를 우연히 얻을 확률은 1/62,500이었다. ELS와 창세기에 들어 있는 관련 내용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전직 미국 국방부 암호해독 전문가 해롤드 갠스는 이스라엘 그룹의 작업을 재현해보고는 그들이 내린 결론에 동의했다.
위첨 등은 자신들이 얻은 결과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다는 사실에 대한 또다른 증거로서 이사야서의 히브리어판과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히브리어 번역 중에서 첫 78,604자를 분석했다. 그들은 생일이나 사망일에 인접한 이름들을 여러 개 찾아냈지만 그 결과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했다.
(드로스닌의 책 표지)
마이클 드로스닌은 바로 이 ELS 연구에 근거해서 책을 썼다. 그는 바이블 코드에서 이른바 성경 암호의 해독은 예언과 비종교적인 자연에 대한 심오한 진리의 발견에 이르게 해주며 유대인과 관련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드로스닌은 성경만이 이러한 암호화된 구절들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패턴으로 발견되는 유일한 텍스트이며 그것이 무작위적인 현상일 확률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사실 성서를 등거리 문자 배열 방법으로 살핀 것은 체코의 프라하에 살던 유태인 랍비 와이스만델이 처음이다. 그는 히브리어로 된 모세5경 각각의 첫 부분에서 50개씩 글자를 뛰어넘으면 ‘토라’라는 단어가 되는 것을 밝혀냈다. 위첨 등의 연구는 여기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성경 66권 중 구약의 앞부분인 ‘모세 5경(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을 히브리인들의 성서 ‘토라’라고 한다.
하지만 해롤드 갠스를 포함해서 모두가 드로스닌의 가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갠스는 창세기에 몇몇 역사적 사건이 암호화되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과 유사하게 모든 단어의 배열이 반드시 역사적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완전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바이블코드 - 출처 : Wikimedia Commons,ⓒ McKay)
처음 ELS 연구를 했던 엘리야후 립스 박사 역시 드로스닌의 작업을 지지 하지 않았다. 암호로부터 메시지를 추출한다거나 그것에 바탕을 두고 예언을 하려는 시도는 가치가 없다고 했다.
바르-일란 대학의 저명한 성서학자 매나헴 코헨 교수는 두 가지 점에서 위첨 등을 비판했다. 먼저, ELS을 이용하여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 창세기의 다른 히브리어 번역판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인명사전에 나오는 호칭이 일관성이 없고 임의적이라고 하였다.
브렌단 멕케이 같은 다른 비판자들은 ‘전쟁과 평화’를 독자적으로 분석해보고 위첨 등이 보고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얻었다. 맥케이는 소설 ‘모비딕’에서 인도의 간디의 암살뿐만 아니라 마틴 루터 킹, 존 F. 케네디, 에이브러험 링컨, 이츠하크 라빈을 비롯해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까지 예언하는 모비딕의 ELS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참고자료 : 회의주의자 사전(2007년, 로버트 T. 캐롤 저, 한기찬 역, 잎파랑, p102-106)
https://ko.wikipedia.org/wiki/바이블_코드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199711N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