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얼굴을 읽는다
관상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중에 판단하는 얼굴에 나타난 성격이나 컨디션 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학문적으로 설명한 것을 말한다. 관상은 수많은 점술 가운데서도 매우 어려운 분야라 할 수 있다. 주역의 점괘처럼 딱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세심한 관찰을 필요로 한다.
관상을 보는 일을 상학(相學) 또는 관상이라 하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의 상을 관상으로 살핀다.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사람의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얼굴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것이 오관상법, 골격상법, 기색상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오관상법은 얼굴을 눈썹(이마 포함), 눈, 코(뺨 포함), 입술(턱 포함), 귀의 다섯부분으로 나누어 감정하는 것이다. 골격상법은 얼굴 등 신체의 형태로부터 일생의 운세 등을 대략적으로 추정하는 것이고 기색상법은 안색을 통해 고민이나 문제 질병 등을 판단하는 것이다.
관상학의 고전에서는 이 오관을 가리켜 ‘눈은 싹, 코는 꽃, 치아는 잎, 귀는 열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것은 상의 양부가 그 사람의 인상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나타낸 것으로 눈은 좋은 싹이 나오는 것을 의미하고 코는 꽃을 피우는 것이 가능한지를 의미하며 치아는 좋은 잎을 무성하게 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며 귀는 큰 결실을 볼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영화 '관상'의 한 장면 - 출처 : 네이버 영화)
#관상학의 역사
중국의 관상학은 동주의 숙복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것으로 기록에 나타난다. 숙복은 지금으로부터 2,200여년 전 사람으로 공자보다 1백여년 전에 태어난 인물이다. 그 후 관상학에 대한 연구가 점점 확대되어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나타났다.
숙북의 뒤를 계승한 자가 고포자경이다. 그의 경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경’자가 붙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왕실의 고관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일설에 의하면 ‘공구’라는 이름은 고포자경이 공자의 관상을 본 후에 지어 준 이름이라고 한다.
고포자경 다음에는 초 나라의 당거라는 사람이 있다. 사기에 의하면 당거는 채택과 진나라의 장군 이태, 이상의 관상을 보아준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전까지는 골상의 시대였으나 당거에 이르러 처음으로 기색을 보는 법을 발명하여 이것으로 관상학의 대략적인 체계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관상학의 기원은 옛날 중국에서부터 시작하여 2,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관상학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언제일까? 1,400여년 전 신라 선덕여왕 때 승려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귀국하면서 가져온 것으로 추측된다. 계통은 달마대사의 상법이다. 그러나 정사에는 없으므로 명확히 이야기할 수 없으나 야사에 보면 승려들이 유명한 위인들의 상을 보아 미래의 일을 예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상도 - 출처 : 허영만 '꼴', Daum 책)
이러한 관상학은 동양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것으로 알려진 ‘관상학’이라는 책도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책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것이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물려받은 학자들이 기원전 2-3세기경에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누가 쓴 것이든 간에 서양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관상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관상학적 징표들이 사람의 움직임, 신체의 형태와 색깔, 얼굴에 나타난 특징적 모습(인상), 머리카락의 자라남, 피부의 부드러움, 목소리, 살집의 상태, 신체 부위, 그리고 신체의 골격으로부터 나타난다고 서술하였다. 이는 동양의 관상학에서 관찰하는 부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관상을 보는 법
먼저 관상을 보는 방법 중 삼정(三停)이라는 것이 있는데 얼굴을 삼분하여 상중하로 나누고 각각 상정, 중정, 하정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상정은 이마에서 눈썹까지로 1-30세까지의 초년의 운세를 보는데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중정은 눈과 코가 포함되어 있고 31-50세까지의 운을 본다. 하정은 인중에서 턱까지로 51세 이후의 말년 운을 본다.
삼정을 다른 의미로 보기도 하는데 상정을 손윗사람과의 관계를 암시하며 미래를 의미하고, 중정은 사회생활을 암시하며 현재 자신의 의사가 표시된다. 하정은 가정 생활을 암시한다.
얼굴의 부위에 따라 12궁(宮)이라는 것이 있다. 관상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이므로 세밀히 관찰해야 하는데 각 부위에 따라 사업운, 애정운, 건강운, 금전운 등을 의미한다. 한 예로 코에 해당하는 재백궁(財帛宮)을 보면 모양이 좋고 살비듬이 좋으며 콧구멍이 드러나지 않고 보기 좋은 코가 재물운이 좋다. 콧구멍이 훤히 보이는 사람은 재물운이 거의 없다고 한다.
(12궁 - 출처 : mediaspider.joins.com)
연령별로 관상을 보는 방법도 있다. 얼굴의 부위마다 해당하는 연령이 나누어져 있고 이를 통해 관상을 보는 것이다. 1-14세에 해당하는 유년기는 귀를 본다. 귀의 윤곽이 뚜렷할수록 명문이 넓을수록 귓바퀴가 풍요로울수록 좋다. 그 이후는 머리가 나는 이마 끝부분에서 시작해서 20대는 주로 이마를 보고 30대는 눈과 눈썹, 40대는 코 주변을 본다. 이렇게 아래로 내려오는 형태로 관상을 보며 턱 끝부분은 100세를 의미한다.
또한 치아는 유년기부터 노년까지 평생을 본다. 치아가 좋은 사람이 학문을 추구하면 기필고 그 학문을 이루어 학자가 되고 관록을 크게 먹는다. 식록이 넉넉하고 수명 또한 길다. 치아가 윤기가 있으면 재복이 많다. 대문니 두개는 특히 비뚤어지거나 틈이 보이면 좋지 않다.
안면이분법은 얼굴을 좌우로 나누어 관상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왼쪽의 반은 외면적인 얼굴로 사교성을 나타내고 오른쪽 반은 내면적인 얼굴이라 한다. 얼굴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을 경우 양극단적인 성격을 갖는다. 여성의 경우 오른쪽은 과거를 암시하고 왼쪽은 앞으로의 운명을 암시한다. 남성은 여성과 반대이다.
그밖에도 얼굴의 형태에 따라 관상을 보는 방법, 사상의학이나 오행과 얼굴의 형태의 해석을 통해 질병을 유추하는 방법 등이 있다.
관상은 서로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아무리 눈·코·입이 각각 잘나고 길한 형태라 하더라도 서로 간에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참고자료 : 관상(2008년, 김현남 편저, 나들목)
한권으로 보는 꼴(2011년, 허영만 저, 신기원 감수, 위즈덤하우스)
관상학(2014년, 아리스토텔레스 저, 김재홍 역, 도서출판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