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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인물편

러시아 마지막 공주 아나스타샤, 그리고 안나 앤더슨

 1920년 2월 17일 독일 베를린의 란드베르 운하 다리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이 투신자살을 기도했습니다. 다행히 구조되어 목숨을 건진 그녀는 자신이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2세의 딸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나스타샤(Анастасия Николаевна Романова)는 1901년 6월에 태어나 1918년에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나스타샤

 1917년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자 황제 일가족은 감금 생활을 하게 되었고 여러 차례 유배지를 이동하던 중 니콜라이 2세와 가족들은 모두 처형을 당했습니다. 처형을 총지휘했던 군 간부는 시신을 폐광으로 옮겨 석유를 뿌린 후 불태웠다고 합니다.

 경찰당국은 그녀를 정신이상으로 여겨 달도르프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그런데 정신병원의 의료진들은 놀라운 기사와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한 잡지에 실린 니콜라이 2세와 네 딸이 체포 당시 찍은 사진과 아나스타샤가 프랑스 파리에 살아있다는 추측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사진 속 아나스타샤와 이 여인의 생김새가 매우 흡사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차이코프스키라는 남자의 도움을 받아 루마니아까지 도망쳤고 이 후 그와 결혼했으며, 남편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일어난 시가전에서 사망하자 이모인 이레네 왕자비를 찾아 독일로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처지를 비관해 투신자살을 기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심한 외반증이 있는 왼쪽 발, 오른쪽 어깨에 있는 사마귀 흉터, 이마의 상처, 왼쪽 손가락의 상처 등 아나스타샤의 신체적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황실 가족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실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독일에 살고 있던 외삼촌 헤센 대공이 1916년 비밀리에 러시아에 방문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러시아 황실에서도 일부 측근들만 알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 황실의 사켄 남작이 독특한 모양의 궐련 파이프를 꺼내자 그 파이프가 아버지 니콜라이 2세가 사용하던 것과 같은 것이라며 울먹였는데 이 역시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니콜라이2세 가족 사진(출처 : Wikimedia Commons)

 하지만 러시아 황실에서는 그녀가 아나스타샤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황실에서 고용한 탐정은 그녀가 가짜라는 증거들은 제시하였습니다. 먼저 러시아에서 태어난 러시아 공주가 러시아어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귀의 생김새인데 그녀의 귀는 위쪽 가장자리가 아래로 늘어져 있는 반면 아나스타샤는 위쪽 가장자리가 상당히 얇아 확연히 다르다고 합니다.

 그녀는 처형 당시에 군인들에게 맞아 오른쪽 귀에 상처가 생겼고 치아가 빠졌으며 입술 또한 변형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글레어페 교수는 조사를 통해 그녀의 오른쪽 귀 뒤쪽 상처는 결핵수술 자국이며, 치아는 그녀가 정신병원에서 스스로 뽑아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녀의 입술이 두껍고 돌출된 것은 맞아서 변형된 것이 아니라 선천적인 돌출형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도 그녀의 남편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없었고, 그녀가 아나스타샤의 서명을 보고 연습했던 종이가 발견되면서 러시아 황실은 그녀가 니콜라이2세의 유산을 노린 사기꾼이라고 비난하였습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1938년에 그녀는 자신이 아나스타샤임을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1961년에서야 독일 함부르크 재판정은 그녀가 가짜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그녀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안나 앤더슨으로 개명하였습니다. 1984년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했으며 자신의 묘비명에도 아나스타샤라고 새겨 넣었습니다.

안나 앤더슨(출처 : joins.com)

 1991년에 작가인 겔리 랴보프와 아브도닌 박사는 스베르들로프스크에서 30km 떨어진 공동묘지에서 황제 일가의 유골을 발견했습니다. 처형된 인물은 모두 11명이었으나 유골은 9구 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아나스타샤와 알렉세이 왕자의 유골이 없다고 추측하였습니다. 어렵게 확보한 안나 앤더슨의 DNA와 황실 가족 DNA 비교 검사를 통해 이들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2007년에 2구의 유골이 발견되었고 그 중 하나가 아나스타샤의 유골임이 확인되면서 안나 앤더슨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났습니다. 러시아 황실이 고용한 탐정에 의해 그녀는 폴란드 출신의 군수품 공장 노동자인 프란체스카 산츠코프스카(Franciszka Szankowska)로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그녀가 러시아 황실 내부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참고자료 : 서프라이즈 인물편(2016년,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제작팀 저, MBC C&I, p3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