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혼과 사후세계

죽지 않은 영혼, 좀비(Zombie)

죽지 않은 영혼, 좀비(Zombie)

 좀비(Zombie)는 부두(Voodoo)교의 주술사인 호웅간의 흑마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혼이 없는 죽은 신체이다. 부두교는 카리브해 지역을 중심으로 흑인 노예들이 아프리카로부터 가져온 민간신앙, 유럽에서 건너온 가톨릭적 요소,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애니미즘 사상이 혼합되면서 생겨난 것으로 오늘날 수백만명의 신도를 갖는 복잡한 종교체계이다. 부두교는 아이티(Haiti)를 비롯한 서인도 제도 및 미국의 뉴올리언스(New Orleans)같은 남부 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종교이다.

 미국 대륙에 끌려온 흑인들은 자신의 종교를 버리고 가톨릭 신자가 되어야 했고 이 때 흑인들 사이에 널리 유행하게 된 것이 부두교이다. 부두교의 승려는 신자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한가지 마법을 보여 주었다. 그 마법은 시체를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다. 승려는 이 마법을 보여줌으로써 종교를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려 했던 것이다. 이것이 좀비의 유래라고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좀비(Zombie)(이미지출처 : Pixabay)

 아이티(Haiti)섬의 전통에서 좀비의 유래를 찾기도 한다. 노예계층의 원주민들이 프랑스의 가톨릭 계통의 주민들로부터 강제로 개종을 요구받고 자신들의 종교를 공개적으로 믿을 수 없게 되자 만들어진 것이 초기의 부두교였다. 좀비라는 말은 그들이 숭배하는 뱀의 신을 뜻하는 말이며, 그 신앙에 의해 시체를 소생시킨다고 믿어지는 영적인 힘을 지칭한다. 그것이 변천되어 마법에 의해 이 힘이 들어간 시체를 뜻하는 말이 된 것이다.

 아이티의 좀비들은 자유로운 의지가 없고 영혼이 없는 것으로 원래는 정상적인 사람이었으나 주술사의 주문이나 약물을 통해 좀비가 된다. 그리고 그 후에는 노예로 혹사당한다. 반면에 영혼만이 주술사에 의해 조절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아스트랄 좀비(Astral Zombie)라고 한다. 좀비의 생명력은 보통 사람들보다 강하며 소금을 먹음으로써 제정신이 돌아온다는 것은 거의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도 아이티에서는 정신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에게는 소금을 먹여 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포트 프랭스의 정신치료센터 원장인 라마르크 듀옹 박사는 좀비란 부두교의 호웅간이 마약을 투여하여(마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형선고를 받고 매장되었다가 무덤에서 다시 파내어진 다음 농장의 노동자로서 노예처럼 사역당하는 동안 계속 마약을 주입받는 자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의사의 오진까지 나오게 할 수 있고 매장한 이후에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그러한 특수 마약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일부 좀비학자들은 사람을 가사상태로 만드는데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이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테트로도톡신은 섭취하는 동물 체중의 50만분의 1로도 그 동물을 치사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독이다. 이 독과 몇 가지 성분을 결합하여 좀비를 만들 사람에게 먹인 뒤 시간을 맞추어 해독제를 먹여서 다시 살아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좀비만들기의 확률은 아주 적다고 한다.

 실제로 죽은 사람이 멀쩡히 돌아와서 그 곳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다음은 그 사례들이다.

 어느 호웅간이 한 처녀에게 구애를 했으나 다른 남자와 약혼을 한 처녀는 호웅간의 청혼을 매몰차게 거부했다. 호웅간은 분노하여 그 자리를 떠나며 저주의 말을 남겼고 며칠 후 처녀는 병들어 죽고 말았다. 처녀의 매장 때 관이 작게 만들어져 처녀는 머리를 굽힌 채 관 속에 넣어졌고 그 와중에 인부가 담뱃불을 떨어뜨려 처녀의 발에 불에 탄 자국이 남았다. 몇 달 뒤 죽은 처녀가 호웅간과 같이 지낸다는 소문이 돌았으며 몇 년 뒤 그 처녀가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호웅간이 마음을 고쳐 먹고 좀비들을 모두 풀어준 것이다. 처녀는 생전의 일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목이 구부러지고 발에 생긴 화상자국까지 똑같았다.

 조지프라는 호웅간은 포트 프랭스 근교의 아이티-아메리카 제당회사의 감독으로 많은 좀비들을 사탕수수 일꾼으로 부리고 있었는데, 부인이 실수로 소금이 든 과자를 좀비들에게 먹였고 좀비들은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묘지를 찾아 맨손으로 땅을 헤집었으나 흙을 만지는 순간 그들의 몸이 썩어 버린 시체로 변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조르쥬 드 르케가 사역당하는 좀비를 만났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저녁 무렵 르케 일행은 부근의 목화밭에서 하루 종일 일하다가 걸어나오는 4명의 남자 일행을 만나게 되었다. 다른 원주민들의 날렵한 발걸음과는 달리 비틀거리며 걷는 그들의 모습이 이상해 보였다. 그들을 인솔하던 감독은 그에게 잠시 그들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들은 포대자루같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두 팔을 늘어뜨린 모습은 생기가 없었다. 얼굴과 손에는 살이 거의 없었고 쭈글쭈글하게 말라 비틀어진 피부가 뼈에 달라 붙어 있었다. 그들은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일했는데도 전혀 땀을 흘린 기색이 없었다. 앞만 바라보고 서 있는 그들의 눈동자는 장님처럼 흐리고 초점이 없었다. 그는 그들의 손을 만져보려 하다가 감독에게 즉각 제지당했다.

 레스테르 마을에 살고 있으며 평소 건강이 좋았던 클레비우스 나르시세는 1962년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누이동생에 의해 근처의 알베르트 슈바이처 기념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숨을 쉴 수 없었으며 심장에 힘이 빠지고 배가 타는 듯이 아팠다고 했다. 몸이 차갑게 식어가면서 의사가 동생에게 자신이 죽었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얼굴에 흰 천이 덮여진 것과 친구들이 문상와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고 자신의 무덤 위로 흙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었다. 그 다음 정신을 잃었다가 두 손을 밧줄에 묶여 두 남자에게 끌려갔고 100여 명의 좀비들과 함께 노예가 되었다. 2년이 넘도록 노예생활을 하던 중, 일부 좀비들이 의식을 되찾고 감독을 살해했다. 나르시세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자기 형의 사주에 의해 마법사의 저주를 받은 것으로 여겨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1980년 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비로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좀비는 영화나 소설 등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여기서 좀비는 대부분 몸이 썩어가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묘사되어 있다. 헐리우드 공포영화에서 좀비를 끌어들이면서 좀비는 좀 더 흉칙해지고 사람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그러나 실제 좀비는 온순한 백치 상태에 있는 자들이며 사탕수수밭에서 혹사당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