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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사후세계

유령의 소리가 녹음되었다, 전자음성현상(EVP)

유령의 소리가 녹음되었다, 전자음성 현상(EVP, Electric Voice Phenomenon)

 전자음성현상(EVP, Electric Voice Phenomenon)이란 죽은자의 목소리가 전기적으로 녹음된 소리를 의미한다. 유령이 나타났을 때 들리는 특별한 소리가 존재하는데 보통의 청각으로 쉽게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 음성이 전자장치에 의해 녹음되는 것을 의미한다.

 1960년대 중반 스웨덴의 가수이자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인 프리드리히 유르겐손(Friedrich Jürgenson)은 제작 중이던 다큐멘터리에 배경음으로 쓸 새의 소리를 녹음하다가 사람의 음성 같은 것이 함께 녹음된 것을 확인하였다.

전자음성 현상(EVP, Electric Voice Phenomenon)(내용과 직접 관련없음 - 출처 : Pixabay)

 처음에 그는 이런 잡음이 누군가 이야기하는 것이 우연히 녹음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차례 반복되는 녹음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녹음되자 여기에 뭔가 다른 요인이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음성을 자세히 들어보니 누군가의 잡담이 아니라 유르겐손 자신에게 대화를 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특히 그 음성이 자신의 애칭을 부르며 가족 중에서 죽은 사람들의 이름도 간간이 언급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르겐손은 8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는데 그가 분석해보니 그 음성은 독일어와 이탈리아어, 헝가리어, 스웨덴어로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이는 분명 죽은 친지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사실을 스웨덴 심령연구학회에 보고했지만 별다른 주목은 받지 못했다. 유르겐손은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남겨야 겠다고 결심하고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을 주목한 라트비아 출신의 철학자 콘스탄틴 라우디브(Konstantin Raudive)는 유르겐손의 실험을 직접 해본 후 유령의 음성이 녹음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특히 25,000개 가량의 단어를 상당히 정확하게 발음하는 음성을 녹취하는 데 성공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1968년에 "돌파구(Breakthrough)"라는 책을 썼다. 그는 자신의 실험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를 초대해 청문회를 열기도 했는데 참석자의 대부분은 그 목소리가 실제로 특정한 단어를 발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후에 라우디브는 유르겐손과 함께 전자음성 현상에 대해 연구하기도 하였다.

 EVP현상에 대해 백색소음(백색잡음, White Noise)으로 인한 잡음을 착각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백색소음은 라디오 등의 주파수나 볼륨을 조절할 때 들리는 불쾌한 소리를 말한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들리는 모든 주파수에서 들리는 잡음으로 가시광선이 백색광이 모든 주파수의 가시광선을 포함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자음성 현상(EVP, Electric Voice Phenomenon)(출처 : Pixabay)

 이러한 전자음성 현상을 죽은 자의 행위로 보지 않는 연구자도 있다. 라우디브의 청문회에 패널로 참여했던 프라이베르크 대학 심리학과 교수 한스 벤더는 대학의 기술자와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음성 녹음 현상을 재현하는 실험을 했다. 그들은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녹음기를 사용하여 녹음을 시도했으며 가능한 일상적인 잡음이 끼어들지 않도록 녹음기기에 최대한 짧은 선을 연결하고 등방위 마이크로폰을 사용했다. 심지어 오실로스코프와 전자기파 측정 장비까지 동원해서 녹음 중 외부의 잡신호가 들어가는지 확인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의 음성 같은 것이 녹음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이 음성을 죽은 자의 영혼으로부터 기인된 것이 아닌 무의식적 염력 자질에 의한 현상으로 해석했다. 즉 무의식에 각인된 메시지가 녹음테이프에 음성으로 녹음된다는 것이다. 그가 '정신-역학적 자동작용(Psychomechanic automatism)'이라고 명명한 메커니즘에 따르면 인간의 무의식은 ESP와 자발적 염력의 조합에 의해 음성으로 구현될 수 있다고 한다.

 EVP현상을 범죄 수사에 활용한 사례도 있다. '라시 피터슨 살인 사건'으로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서 21년 동안 거주해온 주민 샌드라는 당시 웹을 통해 영혼의 전자음성녹음 프로그램을 받아 컴퓨터에 설치하고 영혼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던 중 라시의 목소리가 잡혔고 그 목소리가 범인과 시신 유기 장소 등을 알려주어 범인을 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몇가지 사례만으로 EVP현상의 진위여부를 확증하는 것에도 무리는 있다.

 심령학이 발달한 외국의 경우에는 EVP 등의 현상만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가도 있고 동호회의 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참고자료 : 과학은 없다(2012년, 맹성렬 저, 쌤앤파커스, p273-278)

https://namu.wiki/w/EVP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