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혼과 사후세계

레인험 홀의 유령 사진

레인험 홀의 유령 사진

 1936년 지역 잡지사 <컨트리 라이프(Country Life)>지의 기자 캡틴 프로반드(Captain Provand)와 그의 조수 인드라 쉬라(Indra Shira)는 레인험 홀(Raynham Hall)을 취재하면서 저택 안에서 이곳저곳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쉬라가 계단 쪽에 뭔가가 있다고 해서 프로반드는 얼떨결에 셔터를 눌렀다. 사실 프로반드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쉬라가 상상 속에서 무언가를 봤을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쉬라는 반투명한 존재가 분명히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 주장했다.

레인험 홀의 유령사진(레인험 홀의 유령사진 - 출처 : Wikimedia Commons)

 나중에 현상된 필름을 확인해 보니 희미한 형체가 계단에 서 있었다. 그들은 즉시 이 필름을 화학자 벤자민 론스(Benjamine Lones)에게 가지고 가서 조작이 가해지지 않았음을 증언해달라고 부탁했다. 후에 많은 전문가들이 이 필름을 검사해 보았고 이것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사진은 유령을 찍은 유명하고 고전적인 사진으로 손꼽히며 사진에 찍힌 유령은 갈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고 해서 ‘레인험 홀의 브라운 레이디(Brown Lady of Raynham Hall)’라는 별명이 붙었다.

 영국 노포크(Norfolk) 주에 소재한 레인험 홀(Raynham Hall)이라는 이 저택에는 18세기 중반부터 진홍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 유령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이 전해오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곳에 출물하는 여자 유령이 저택의 안주인으로 살다가 1726년에 사망한 도로시 타운센드(Dorothy Townsend)로 추정하고 있다. 그녀는 생전에 진홍색 계열의 옷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도로시는 영국 최초로 수상이 된 로버트 월폴(Robert Walpole) 경의 여동생이다. 찰스 타운센드(Charles Townshend)가 첫 부인과 사별한 후 그의 두번째 아내가 되었다. 타운센드 가(家)는 영국의 유력한 정치 가문으로 찰스는 로버트 월폴과 함께 당시 국왕 조지 1세의 총애를 받았다.

 도로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많은데 찰스의 두번째 부인이 되기 전까지 로드 와튼(Lord Wharton) 경의 정부로 지내는 사이였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그녀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으며 죽기 몇년전부터는 레인험 홀에 가택연금된 상태였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는데 그녀가 죽은 후 이 저택에서 그녀의 유령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레인험 홀의 유령, 도로시 타운센드(도로시 - 출처 : Wikimedia Commons)

 그 중 가장 유명한 일화는 황태자 시절 조지 4세의 목격 사건이다. 조지 4세가 이 저택에 머물고 있던 어느날 밤, 머리가 온통 헝클어지고 얼굴이 창백한 작은 여인이 암적색 드레스를 걸친 채 그가 자고 있는 침대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고, 너무 놀란 나머지 즉시 그 저택을 떠났다고 한다.

 1849년 레인험 홀의 대규모 파티를 담당했던 사람 중 한명인 루시아 스톤(Lucia Stone)과 찰스 타운센드의 친척인 로프투스(Loftus)는 밤늦게까지 체스를 두다가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실로 가던 도중 암적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거실에 나와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날 파티에 참석한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곧 사라져버렸다.

 대담한 성격을 지닌 루시아는 그녀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음날 밤늦게까지 잠들지 않고 그녀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또다시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그녀를 좀 더 긴 시간 동안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여전히 그녀는 화려한 양단으로 장식된 암적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두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검은 구멍만이 뚫려 있었다고 한다.

레인험 홀 저택(레인험 홀 저택 - 출처 : Wikimedia Commons)

 레인험 홀의 사진이 찍혔을 때 쉬라의 눈에는 유령의 모습이 보였는데 프로반드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동일한 현상에 대해 누군가에게는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안 보이는 것이 가능할까? 또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카메라에는 찍혔다는 것도 의문이다. 다른 유사 사례에서도 눈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나중에 인화해보니 유령이 찍혀 있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이 사진이 조작되었다면 가능한 방법은 이중노출이다. 이중노출이란 하나의 필름 안에 여러 이미지들이 감광되는 것인데 필름 하나를 사용한 후 현상하지 않고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계단과 사람을 각각 동일한 필름에 찍어낸 경우 이런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이 사진은 당시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함부로 조작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참고자료 : 과학은 없다(2012년, 맹성렬 저, 쌤앤파커스, p278-281)

과학은 없다
국내도서
저자 : 맹성렬
출판 : 쌤앤파커스 2012.08.17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