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슬린 성당에 숨겨진 천사의 악보
15세기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의 작은 마을에 지어진 성당이 있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성배가 묻혀있는 비밀 장소로 묘사된 로슬린 성당(Rosslyn Chapel). 로슬린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남쪽으로 11km 떨어진 작은 마을인데 로슬린 성당은 스코틀랜드 귀족이었던 윌리엄 싱클레어(William Sinclair) 경이 가족 예배당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1446년에 지은 것이다. 당시 유럽의 영향력있는 가문에서는 성당을 지어 성인식, 결혼식을 올리고 죽은 뒤에도 그 곳에 묻히고는 했다.
(출처 : earthspiritessences.com)
이 성당은 유서가 깊은 만큼 여러가지 역사적 미스터리에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템플 기사단과 프리메이슨, 성배와 법궤, 그리고 예수의 미라가 있는 비밀 안식처란 소문까지 있다.
그런데 2007년에 또 하나의 놀라운 이야기가 알려졌다. 화려한 문양의 다양한 조각들이 자랑인 로슬린 성당에는 기하학적 상징물인 13인의 천사 음악가들과 213개의 입방체가 있는데 이곳에 암호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있어 ‘암호의 성당’, ‘천사의 암호’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베일에 싸여왔던 이 비밀의 진실을 토마스 미첼 부자(父子)가 밝혀냈다는 것이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from Cornell Univ. Library)
영국 공군 출신의 토마스 미첼은 어느 날 로슬린 성당의 내부 조형을 감상하던 중 13명의 천사 조각을 보면서 마치 실제 연주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주변 기둥에 돌출된 수많은 정육면체가 이루는 각기 다른 문양이 악보를 연상시켰다. 군 시절 암호 해독가였던 그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아들 스튜어트와 함께 이 기둥의 규칙성을 파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27년에 걸친 노력으로 마침내 비밀 코드를 해독해 냈다.
1500-1700년대 스코틀랜드 고대음악의 전문가인 고든 먼로는 이것이 중세의 성가라고 분석했다. 토마스 미첼 부자는 이것을 ''프로즌 뮤직(frozen music)''이라고 칭했다. 그들은 "상징주의 수법에 따라 마치 물을 얼음으로 얼리듯 시간을 멈춰놓은 음악"이라는 것이다.
(출처 : 노컷뉴스)
그들이 해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클라드니 패턴(Chladni patterns)"을 알게 되면서다. 클라드니 패턴이란 특정 대역의 소리는 특정 형태를 띈다는 이론이다. 18세기 독일의 물리학자 프리드리히 클라드니는 금속판 위에 모래를 얇게 뿌리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음파의 고저와 강약, 그리고 파동 주파수에 따라 모래에 각기 다른 도형이 생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미첼 부자는 다양한 형태의 클라드니 도형들을 성당에 새겨진 입방체 상징물에 대입해 암호를 풀어냈다.
클라드니가 2차원 파동 도형인 클라드니 패턴을 발표한 것은 1787년의 일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어떻게 300년 전에 건축된 성당에서 똑같은 파동 도형을 조각 작품에 새겨 넣어 암호로 남길 수 있었는지 의문을 품었고 그저 성당의 단순한 상징물을 과대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쨌든 일단 대중에게는 로슬린 성당에 대한 신비감이 더해져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클라드니 도형 - 출처 : Wikimedia Commons)
2007년 5월 18일, 로슬린 성당에서 천사들의 아름다운 연주가 있었다. 미첼 부자는 악보에 노랫말을 붙여 현대적 찬송가로 재현해 냈다. "로슬린 모테트"라는 이름으로 연주되었는데 당시 이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신비로운 선율이 조각상의 천사들이 살아나서 연주하는 것처럼 아름다웠다고 회상했다.
이 음악이 정말 누군가에 의해 숨겨진 암호였는지, 단순한 상징물에 불과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참고자료 : 괴물딴지 미스터리 사전 스페셜(2007년, 유상현 저, 해냄, p21-23)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010031028221001
http://www.nocutnews.co.kr/news/287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