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스킹과 사탄의 역회전 메시지
백마스킹(Backmasking)은 어떤 소리나 메시지를 재생 반대 방향으로 녹음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의도적인 과정을 통해 악마의 메시지를 음악에 삽입하는 작곡가들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녹음된 메시지를 역회전 메시지 또는 사탄의 역회전 메시지(Backward Satanic Messages)라고 한다.
(카세트 테이프 이미지 - 출처 : Pixabay)
백마스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원래의 음악을 역방향으로 재생하면 된다. 역방향 재생은 음원이 저장된 매체에 따라 방법이 다르다. 레코드의 경우 손으로 직접 거꾸로 돌리거나 모터의 전극을 바꾸면 된다. CD는 CD플레이어에 탑재된 역방향 재생 기능을 사용하면 되며, 카세트 테이프일 경우 테이프를 분해하여 릴을 뒤집거나 바꿔 끼우면 된다. MP3같은 디지털 음원은 음원 편집 프로그램의 ‘뒤집기’ 또는 ‘반대 방향으로 재생’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레드 제플린의 “천국의 계단(Stairway to Heaven)”을 거꾸로 돌리면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고 한다. ‘여기 내 다정한 악마가 있네. 그 좁은 길은 나를 슬프게 하지만, 그 힘은 악마라네. 악마가 666이라는 숫자를 주리라. 거기엔 우리를 괴롭히던 조그만 연장 창고가 있지, 슬픈 악마여.’
마돈나의 “기도자처럼(Like a Prayer)” 역시, ‘인생은 미스터리’라는 가사가 있는 부분을 거꾸로 틀면 ‘오, 우리의 구세주 악마의 말을 들어라’라는 말이 들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 3집에 있는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들으면 악마의 메시지가 나온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원곡의 가사는 ‘왜 바꾸지 않고 가슴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멜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기를 바라고만 있을까’인데 거꾸로 들으면 ‘피가 모자라 배고파 피가 고파 아 애를 안주면 재미 없을줄 알아’로 들린다는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3집 - 출처 : 멜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반대방향으로 듣지 않는다.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백마스킹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탄을 숭배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의 뇌가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 이하의 자극을 받으면 무의식 속에서 진정한 의미가 파악된다고 한다. 결국 무의식적으로 나쁜 것들을 믿게 되거나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런 메카니즘이 작동한다는 증거는 없다.
역회전 메시지의 존재와 효험에 대한 믿음은 마녀 집회(악마의 연회, witch's sabbath)에서 기도를 거꾸로 말함으로써 기독교를 조롱했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믿음은 근본주의 목사들에게서 흔하게 보여진다.
음악을 거꾸로 돌려서 듣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대로 듣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남들이 사탄의 메시지라고 말해준 내용대로 듣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들어보면 대부분 발음이 정확하지 않거나 비슷한 발음을 문장으로 엮어낸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탄의 메시지로 작사 작곡을 하고 그것을 거꾸로 틀어서 들리는 내용에 맞게 가사를 붙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가사는 붙일 수 있을지라도 의미있는 멜로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1990년대 논란이 되었을 당시 서태지는 노래를 거꾸로 해서 메시지를 넣을 만큼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기법을 이용하여 사탄의 메시지는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집어넣어 앨범 홍보를 위해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참고자료 : 회의주의자 사전(2007년, 로버트 T. 캐롤 저, 한기찬 역, 잎파랑, p96)
https://ko.wikipedia.org/wiki/교실_이데아_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