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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周易)은 점치는 책인가?

주역(周易)은 점치는 책인가?

#주역이란?

 주역(周易)은 원래 제사와 점을 치는 일을 관장하는 무당과 사관들이 점을 치는 일 또는 역사 자료와 생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를 담은 기록들이었다. 다시 말해 주역은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점(占)이란 인간이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것을 없애주고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데 목적이 있다.

 주역의 주(周)에 대한 풀이는 다양하다. 주역은 64괘와 384효는 우주 만물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주를 보편의 뜻으로 풀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편 주가 주(周)나라를 가리킨다고 풀이하는 사람들도 있다. 역경(易經)이라고도 하는데 그 내용이 이치가 삼오하고 예견의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경전이라 칭하게 되었다.

주역(周易)

 주역이 언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아직 정론은 없다. 학자들은 대략 5천년-7천년 전 중국 상(商)나라 말이나 주(周)나라 초에 쓰여졌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고대 전설에서는 황하에서 용마(등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말)가 나왔고 낙수에서 영귀(등에 문자가 새겨져 있는 거북)가 출현했는데 복희씨(伏羲氏)가 이를 보고 선천팔괘(우주 만물이 형태를 갖추기 이전의 팔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은나라 말기에 주나라 문왕이 유리에 갇혀 있을 때 복희씨의 선천팔괘를 근거로 후천팔괘와 64괘, 괘사, 효사를 만들었다고 전한다. 해설서의 개념인 전(傳)은 춘추시대 공자가 지은 것이다. 이 때문에 주역은 삼대를 거쳐 3명의 성인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말한다.

 주역은 역사의 흐름과 사상의 발전에 따라 그 의미가 확대되거나 재해석되는 과정을 겪었다. 우주 운행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우주론적인 체계를 구성하는 쪽과 인간의 행위와 역사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과 역사적 정의에 대한 문제로 해석하는 쪽으로 나뉘었다.

주역 복희씨(복희씨 - 출처 : epochtimes.com)

 전자의 관점이 극단으로 발달한 것이 바로 한대의 상수역학이다. 이 방법을 통하여 자연 변화와 이상 현상이 나타내는 조짐들을 점치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는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관심이라기보다는 국가의 통치방식과 왕권 견제의 힘으로도 작용했다. 하지만 한대의 상수역학은 우주론적 체계와 이해방식이 매우 지루하고 복잡해져 버렸다.

 이러한 번잡한 독해 방식을 없앤 사람이 바로 의리역학의 효시라 부르는 위진 시대의 왕필이다. 그는 한대 상수역학을 비판하고 그 상징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사회 속에서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괘상을 하나의 구체적 현실 상황으로 이해했고, 괘의 한 효를 괘가 상징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적합한 행위를 할 것인가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독해했다.

# 주역의 사상과 이론

 주역을 단순히 점치는 책으로만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주역에는 동양 사상의 바탕이 되는 여러 가지 사상과 이론이 등장한다. 음양(陰陽)은 주역의 핵심 사상이다. 세상 만물은 음양의 작용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때 음양은 기라는 형태로 드러나는데 양기는 상승하고 음기는 하강한다. 둘의 상호 작용을 통해 조화와 통일을 이룬다.

 옛날 사람들은 세상 만물이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다섯가지 물질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오행(五行)이다. 사물의 변화와 발전은 모두 이 다섯 물질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그들 간에는 서로 돕거나 견제하는 상생상극의 규율이 있다.

주역 태극 팔괘(태극팔괘도 - 출처 : weekly.chosun.com)

 태극(太極)은 태초의 모습이며 끊임없이 만물을 만드는 특징이 있다. 태극은 원래 천지, 건곤, 강유, 음양, 이기 등 모든 상대적인 개념의 혼합체이며 끊임없이 분화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둘로 나뉘어져도 그 본질은 영원히 태극이다.

 주역은 세상의 모든 현상을 여덟개의 현상으로 구분하였는데 이를 팔괘(八卦)라고 한다. 건(乾, 하늘), 곤(坤, 땅), 간(艮, 산), 진(震, 천둥), 손(巽, 바람), 이(離, 불, 해), 감(坎, 물, 달), 태(兌, 연못)가 그것인데 이를 근거로 다시 64괘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사상(四象)이 있다. 음양의 변화를 통해 발생하는 네가지 특징인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을 말한다. 이는 사시(四時)나 사방(四方)을 나타내기도 한다.

# 점치는 원리와 방법

 주역에서 점을 치는 원리는 음양에서 시작한다. 양은 '――'이고 음은 '―  ―'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표현된 것을 효(爻)라고 하고 3개의 효가 모인 것을 괘(卦)라고 한다. 경우의 수를 따지면 이 괘는 8개가 나온다. 이 8괘를 아래위로 합쳐서 하나의 점괘가 나온다. 각각 8가지의 상괘·하괘가 결합하여 64괘가 나온다. 각 괘에는 6가지의 효가 있어서 전체 효는 모두 384개이다.

주역 64괘 상괘 하괘(64괘 - 출처 : obbaya.com)

 점을 쳐서 나온 괘를 64괘에 대입하여 길흉을 점치게 된다. 64괘에는 각각 명칭이 있고 그에 따른 의미를 설명하는 말인 괘사가 달려 있다. 각각의 괘에 해당하는 6효의 의미를 설명하는 효사도 달려 있다. 괘사는 괘 전체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고, 효사는 6효 하나하나에 대한 의미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64괘의 첫번째는 ‘건괘(乾卦)’이다. 괘상은 건괘가 상하로 겹쳐진 모습이고 ‘크게 형통할 것이니 곧아야 이롭다’라는 괘사가 붙어 있다. 6효 중 첫번째 효사는 ‘잠긴 용이니 사용하지 마라’이다.

 괘와 효가 상징하는 상황이란 넓게 말하면 괘가 상징하는 64개의 전체 상황이고, 좁게 말하면 효가 상징하는 384효의 특수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64괘의 상징들이 우리 삶과 우주의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아우르지는 못한다. 64괘와 384효는 현실 상황에 직접 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연속적인 흐름이듯이 64괘 또한 유동적인 가능성을 갖고 있다.

 주역에서 점술의 원칙이 있는데 의문이 생길 때에만 점을 친다는 것이다. 이는 점괘의 신통함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점치기 전날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며 어떤일도 하지 않는다거나 마음의 평정과 정신집중을 위한 몇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주역 시초점(출처 : sos24.co.kr)

 점을 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오래된 것은 시초라는 식물의 줄기를 이용하여 점괘를 보는 방법이다. 시초를 50개 또는 55개를 준비하여 수를 세거 몇개의 부류로 나누어 계산하여 괘를 얻는 것이다.

 시초점은 18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방법을 익히기도 어렵다. 그래서 보다 간략한 방법을 연구하여 동전을 사용하는 금전괘를 만들었다. 동전 세 개를 준비하고 지금의 동전으로 치면 앞면이 양, 뒷면이 음이라는 식으로 괘를 얻는데 전국시대 초나라 귀곡자가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밖에 점치는 방법에는 숫자를 이용하여 점을 치는 숫자점복법, 우연히 발생한 사건의 연월일시를 근거로 하는 시간기괘법, 사람이나 사물의 방위를 근거로 하는 방위기괘법 등이 있다.

# 주역의 의미

 주역의 상징과 언어의 뜻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우리 삶의 실존적 경험을 통해서이다. 그런 점에서 주역은 지나온 삶의 역사이며 우리의 생생한 삶에 대한 기록이다. 주역은 인간의 마음을 깨달아서 현실에서 올바로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이 담긴 삶의 실천적 지혜서이다. 때문에 주역을 ‘마음을 닦는 경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역은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고 그 근원은 무엇인지를 통찰할 수 있는 지혜가 담긴 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자료 : 그림으로 풀어쓴 역경(2010년, 주싱 저, 고광민 역, 김영사)

주역 마음속에 마르지 않는 우물을 파라(2006년, 심의용 저, 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