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 뇌손상, 극초단파 공격을 받았다?
쿠바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과 가족들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명(耳鳴) 현상과 두통 등의 증상을 앓은 것은 ‘극초단파(Microwave) 무기’에 의한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9월 1일 보도했습니다. 2016년 말부터 쿠바와 중국에 있는 미국 외교관과 가족 30여 명이 정체불명의 증상과 질환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지난 3월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 21명을 조사한 의료팀이 당시 보고서에 이와 같은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보고서의 주 저자였던 펜실베니아대 ‘뇌손상과 치료센터’ 더글러스 스미스 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극초단파가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쿠바 아바나 미국 대사관(출처 : 연합뉴스)
외교관들은 이명 증상과 함께 구토, 무기력증, 현기증 등을 호소했습니다. 수면장애와 청력 손상도 발생했습니다. 미국은 쿠바가 자국 외교관을 공격한 것이라 주장하며 지난해 10월 미국 주재 쿠바 외교관들을 추방하고 쿠바에 있던 미국 외교관들을 소환했습니다. 올해 5월에는 중국 주재 미국 외교관 10여명이 같은 증상을 호소해 7월 미국으로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뇌는 뇌진탕을 당한 듯한 상태로 진단되었습니다. 당시 음파 공격설부터 바이러스 감염설, 집단 히스테리설 등 추측이 난무했는데요. 극초단파 무기설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건 올 초부터였다고 합니다.
극초단파는 파장이 극단적으로 짧은 전자기파를 말합니다. 라디오 방송 등에 이용되는 장파는 파장의 폭이 1.6km에 달하지만 극초단파는 파장의 길이가 30cm에서 2.54cm 정도에 불과합니다. 레이더같은 군사장비는 물론 전자레인지같은 일반 가전제품 등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1월 상원 청문회 당시까지만 해도 극초단파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리노이 주립대의 제임스 린 교수가 극초단파를 인간의 머리에 집중시켜 방사할 경우 ‘프레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반전되었습니다. 외교관들이 호소한 증상이 프레이 효과의 증상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프레이 효과란 인간의 뇌가 특정 조건에서 극초단파를 일반적인 소리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으로 1960년 앨런 프레이 박사가 만든 이론입니다. 당시 프레이 박사는 극초단파가 안전 기준치보다 160배 정도 강할 경우 ‘음파 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망상은 소음뿐만 아니라 메시지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당시 구소련은 이 가설을 토대로 심리전 무기 개발에 착수하기도 하였습니다. 미 공군도 최근 극초단파를 이용해 특정 단어나 메시지를 인간의 뇌에 주입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과 유럽의 상당수 국가도 이같은 무기를 개발할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극초단파 무기는 이론상 둥근 접시 안테나 형태를 가지게 되는데 승합차나 호텔방 등에 몰래 설치할 수 있습니다.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의 아내가 이상한 소음을 들은 직후 집 앞에서 승합차가 급히 도주하는 것을 목격했다고도 합니다.
프레이 박사는 실제로 극초단파 무기가 사용되었다면 배후에 러시아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러시아와 연게된 쿠바 내의 세력이 미국과 쿠바의 외교 관계를 악화시킬 의도로 공격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의사협회 기관지인 JAMA는 극초단파 무기 공격설을 제기한 연구들이 집단 히스테리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레이 박사는 사건 자체가 이색적인데다 사건 발생 국가의 특성상 단서 확보가 쉽지 않아 미스터리로 남게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 관련 기사 보기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9/02/0200000000AKR20180902024500009.HTML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022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