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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인물편

커트 코베인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

 1994년 4월 8일 오전 8시 40분, 한 전기수리공이 시애틀의 호화 저택에 비상등을 고치러 갔다가 27세의 남성 시신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인은 머리를 관통한 총상으로 밝혀졌으며, 시신 옆에는 주사기를 비롯한 마약 흡입 기구가 들어있는 상자가 발견되었습니다. 그의 가슴 위에는 엽총이 놓여 있었고 방에서 유서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는 그룹 너바나(Nirvana)의 리드싱어이자 작곡가였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었습니다. 커트 코베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록스타였을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당대의 아이콘이었습니다. 그의 장례식이 있던 날 시애틀은 교통 마비 상태에 빠졌으며 전세계에서 그를 모방한 자살이 잇따르기도 했습니다.

커트 코베인

 경찰은 하나밖에 없는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고, 타인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은 점, 유서가 남겨진 점 등을 들어 서둘러 자살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일부의 음모론자들은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발표와 달리 문이 2개였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코베인의 신용카드 한장이 사라졌는데 사망 추정 시간 이후부터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누군가가 그 신용카드를 사용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엽총이나 탄피에서 지문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는 누군가가 지문을 닦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시신에서 다량의 헤로인이 검출되었는데 검출량을 분석한 결과 스스로 총을 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의 마지막 네줄은 아내와 딸에 관한 내용인데 다수의 필체감정 전문가들은 이 부분이 코베인의 필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1994년 4월 3일, 그의 아내이자 동료 록스타인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는 캘리포니아의 사립탐정 톰 그랜트를 고용해 코베인을 찾도록 했습니다. 그랜트는 4월 7일 새벽 2시 45분, 저녁 9시 45분에 시애틀 저택에서 코베인을 찾아보았지만 차고 위 온실에 있는 시신을 찾지 못했고, 결국 그 다음날 발견되었습니다.

커트 코베인과 코트니 러브의 웨딩 사진

 코트니 러브의 부탁으로 7개월간 코베인의 죽음을 조사했던 사립탐정 톰 그랜트는 코베인이 주변 인물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코베인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이 범인일 것이라고 많은 음모론자들도 믿고 있습니다.

 그 중에 그의 아내인 코트니 러브가 저지른 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코베인이 이혼을 원한다는 사실과 혼전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이혼할 경우 재산분할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그녀가 재산을 얻기 위해 그를 살해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코트니 러브의 아버지가 딸의 정신적인 부분을 언급하며 그러한 주장에 무게를 더했습니다.

 코트니 러브가 탐정을 고용하기 전날 코베인은 엑소더스재활병원을 몰래 빠져 나가 비행기를 타고 시애틀로 돌아갔는데 불과 한달 전에 마약 과다 복용으로 죽을 뻔했고 엽총을 들고 집으로 되돌아 온 남편이 자살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코트니 러브는 남편을 직접 찾지 않았다는 점도 의혹을 부추겼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코베인은 이혼을 고려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코트니 러브가 직접 남편을 찾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음반회사의 고위층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사실 코베인은 음악계에서 은퇴하려고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더 이상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살아있는 스타보다는 사망한 록스타의 음반 판매가 훨씬 더 유리했을 것이므로 코베인이 은퇴하도록 내버려두기 보다는 그를 살해하는 편이 낫다고 보았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군수업체 관계자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코베인은 유고슬라비아 전쟁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함으로써 정치 문제에 무관심한 전세계 젊은 세대를 선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그를 제거했다는 것입니다.

너바나 멤버

 한편 그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는 음모론자들도 있습니다. 그가 아내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 자살을 가장했다고 하며 유명인사로서 받는 압박감과 마약 복용 문제 등도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시신이 발견된 온실에서는 드림 머신(Dream Machine)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드림 머신이란 전구와 턴테이블, 길고 가는 구멍을 뚫은 원통 판지로 이루어진 최면 도구입니다. 자칭 ‘커트를 이해하는 친구들’이라는 단체는 드림머신 사용과 코베인의 자살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과거의 사건 기록들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심각한 약물 중독 증세가 있고, 총기에 관심이 많은, 정신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했던 커트 코베인이 자살했다고 보는 것이 어쩌면 더 자연스러운 결말일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2007년, 데이비드 사우스웰 저, 이종인 역, 이마고, p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