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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궁 석조수로는 소화전, 4초만에 물이 흐른 방화수로

경주 동궁 석조수로는 소화전, 4초만에 물이 흐른 방화수로

 신라 문무왕 19년(679)에 조성된 경주 월지 옆 동궁(東宮)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정교한 수로(水路)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많은 이들이 막연하게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월지로 흘려보내는 배수로로 추정했던 이 수로가 통일신라판 대규모 소화전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경주 동궁 모형도, 붉은 원 안이 석조수로경주 동궁 모형도, 붉은 원 안이 석조수로(출처 : 연합뉴스)

 불교고고학을 전공한 박홍국 위덕대박물관장은 신라사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신라사학보'에 게재한 논문 '신라 동궁지 석조수로(石造水路)의 기능에 대한 고찰'에서 동궁터 수로를 소방시설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였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석조수로 길이는 107m정도이며 너비가 29∼30㎝, 높이는 14∼15㎝입니다. 길이가 1.2∼2.4m인 다양한 돌을 요(凹) 자 모양으로 파냈습니다. 월지 서쪽 건물에서 시작해 아홉 번이나 직각으로 구불구불 꺾이는데, 첫 번째와 다섯 번째 굴절 구간에 수조형 수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수조의 길이는 각각 165㎝, 90㎝입니다.

처마 끝에서 떨어져 있는 석조수로, 빗물을 받는 용도로 보기 어렵다처마 끝에서 떨어져 있는 석조수로, 빗물을 받는 용도로 보기 어렵다 (출처 : 경향신문)

 박 관장은 수로가 떨어지는 빗물을 받는 용도라면 수로 바깥쪽 석재도 패였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수로가 지상에 노출되어 있어 먼지나 낙엽이 들어가기 쉬워서 식수로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하였는데요. 수로의 규모와 깊이로 봤을 때 경관을 미화하는 용도로 보기에도 석연치 않다고 하였습니다.

 단순히 수로라면 기와나 자연석으로 만들어도 되는데 단단한 화강암으로 공들여 조성했다는 것은 물을 흘리지 않고 특정한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신라인이 동궁 인근에 월지가 있음에도 굳이 수로를 조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궁 석조수로동궁 석조수로 (출처 : 연합뉴스)

 박 관장은 이 석조수로가 정확한 계산과 설계에 따라 만들어진 방화수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동궁의 특정 지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물 10리터를 조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았는데 석조수로는 4초에 불과하지만 월지를 이용하면 최소 25초가 걸린다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는 목조건물의 화재 양상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콘크리트 건물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목조건물은 기둥 몇 개만 타버려도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천장에 불이 붙는 순간 거의 무너지는 특성을 고려할 때 초기 진화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동궁의 배치도를 보면 석조수로 반경 40m 범위 안에 남문과 회랑 내부 주요 건물이 배치되어 있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앞서 언급한 2곳의 수조형 수로와 물의 흐름을 막는 물막이판을 고정한 것으로 보이는 홈이 존재합니다. 고정 홈은 수로에 물을 보내거나 차단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네요.


- 관련 기사 보기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8/19/0200000000AKR20180819039700005.HTML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201056011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58425.html